상단영역

본문영역

마세라티 기블리 "족보있는 혈통의 명마라고나 할까"

마세라티 기블리 "족보있는 혈통의 명마라고나 할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5.01.30 09:37
  • 수정 2015.01.30 10:0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혹적인 외모에 동급 유일 LSD 장착한 '거친 야생마'…심금 울리는 배기음 매력

마세라티 기블리는 야성과 이성이 융화된 궁극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매혹적인 외모에 레이서 혈통의 진한 피가 흐른다. 마세라티 최초의 디젤이자 엔트리급이면서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달려나간다.

이런 기블리를 소유한다는 것은 아마 족보있는 준마를 사육하는 것과도 같다. 비록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길들이고 보살펴야 하지만, 사랑과 정성을 다한다면 그 이상으로 보답하는 기특한 녀석이다.

●심금 울리는 배기음과 진동…적토마 다운 심장



V6 3.0리터 디젤 엔진은 이태리산 적토마의 심장으로 손색없다. 엔진 회전이 부드럽고 빠르지만, 정지 상태에서는 마초 기질을 살며시 드러낸다. 몸으로 전해지는 잔잔한 엔진 진동은 마치 말발굽 소리를 닮았다는 모터싸이클을 타는 기분이다.

최고출력 275마력(4000rpm), 최대토크 58.1kgm(2000~2600rpm)로 스포츠 모드에서 오버부스트가 작동해 토크가 61.2kgm(2000~2600rpm)까지 높아진다. 0-100㎞/h 가속시간은 6.8초. 시승 당시 미끄러운 노면이었음을 감안하면 제원상의 기록 6.3초가 수긍된다.


명 음악가 마세라티가 작곡한 엔진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속시 가변 싱글터빈의 숨소리와 스포츠 모드의 중저음 가변 배기음까지 더해지며 완벽한 삼중주 하모니가 완성된다. 이토록 가슴이 벅차 오르는 디젤 모델은 처음이다.

큼지막한 알루미늄 시프트 패들은 스티어링 칼럼에 고정됐다. 쉽게 닿는 위치라 언제든 고삐를 당기기에 좋다. 독일 ZF 8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모드(M)에서도 4400rpm에서 변속돼 엔진의 과부하를 방지한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다.

●LSD 동급 유일 장착…본능을 깨우는 코너링 속도


드라이브 모드에서 스포츠 버튼을 누르자 잠자던 야성이 깨어난다. 조금만 박차를 가해도 뒷바퀴가 거칠게 꿈틀거린다. 가속 페달과 직경이 큰 스티어링 휠을 통해 미세하게 조련해야만 했다. 빠름을 넘어서 안쪽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 드리프트를 유발한다.

동급 유일 LSD(차동기어제한장치)가 가속시 35%, 감속시 45% 작동해 좌우 회전차와 토크 손실을 줄이는 덕분이다. 기계식이라 시간지연도 없이 스릴 넘치는 직진 구동력이 발휘된다. 100년 역사의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선택이다.


빠른 코너링 속도에 비해 거동은 안정적이다. 옵션으로 더해진 스포츠 서스펜션이 단단히 버티기 때문이다. 10mm 낮은 딱딱한 스프링과 네덜란드 코니 사(社) 댐퍼가 추가됐다. 엔진을 앞바퀴 뒤로 뺀 프론트 미드십 구조와 넓은 차체도 도움을 준다.

조향은 직관적이며, 커다란 19인치 휠과 앞245/뒤275 광폭타이어는 작은 노면 변화에도 민감해 적응이 필요하다. 기본 장비인 브렘보 브레이크도 성능이 뛰어나다. 100-0㎞/h 제동거리가 36m에 불과할 정도다. 후미가 미끄러질 때도 전자장비를 통해 즉각 개입한다.

●고속연비 16.4㎞/ℓ…자신감 뽐내는 명가의 디자인



미끄러운 노면이나 차분한 주행시 I.C.E 버튼을 누르면 전자제어와 효율성이 증대된다. 출근 시간에 측정한 시내연비는 10.3㎞/ℓ로 동급 가솔린에 비해 약 30% 높았다. 80㎞/h 정속(7단 1400rpm)에서 18.5㎞/ℓ, 100㎞/h 정속(8단 1400rpm)에서 16.4㎞/ℓ로 BMW 520d xDrive 수준이다.
 
아무리 조신하게 주행한들 튀는 외모를 어찌 할 수는 없다. 한껏 인상 쓴 앞모습과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여전히 레이서 혈통을 강조한다. 1950년대 F1을 호령했던 마세라티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느껴진다.



옆모습은 호화롭다. 고급세단의 기품이 유려한 차체를 따라 흘러 넘친다. 마세라티 특유의 C필러 디자인에는 `화룡점정` 삼지창 로고가 장식됐다. 삼지창은 바다의 지배자이다 말(馬)의 신이기도 한 포세이돈의 무기다.

시트와 대시보드는 한없이 부드러운 붉은빛 가죽으로 정성껏 마감됐다. 대시보드 상단 중앙에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는 정교함에 신비로운 푸른빛이 더해져 인상적이다. 앞뒤좌석 머리받침대에는 삼지창 로고가 양각으로 솟아올라 자신감을 뽐낸다.

●1억원 육박하는 높은 가격…이태리산 명마의 가치로 충분

마세라티 기블리 디젤의 기본 가격은 9820만원부터다. 터치 반응이 빠른 8.4인치 스크린과 7인치 계기판 디스플레이 등의 기본 사양을 갖췄다. 시승차에는 DMB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 고급 카페트 등이 옵션으로 추가됐다.

이밖에 ▲스포츠 서스펜션-스테인레스 스포츠페달-대시보드 가죽마감-19인치 프로테오 휠 등 스포츠 패키지, ▲전후방 주차센서-후방카메라-스마트키 등 컨비니언스 패키지, ▲앞좌석 전동시트, 오토하이빔 바이-제논 LED 헤드램프, 이지 액세스 및 메모리 등 프리미엄 패키지를 더하면 가격이 상승한다.


초호화 스포츠 세단다운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이태리산 명마를 소유하기 위한 대가로는 타당해 보인다.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BMW 535d M스포츠팩의 기본 가격 역시 9780만원으로 높다.

마세라티 기블리는 흔해져 버린 독일제 세단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함을 선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날아온 바람이 도로 위의 폭풍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저작권자 © 지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