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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기름값 40만원…車 못몰겠네

한달 기름값 40만원…車 못몰겠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8.05.2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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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김 모씨(46). RV인 트라제(2002년식)로 출퇴근하는 김씨는 이달 말 차계부 결산이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눈 앞이 캄캄하다.

일산에서 여의도까지 늘 트라제를 운전하고 다니는 김씨는 요즘만큼 기름값 때문에 차가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고 푸념한다. "직장까지 왕복하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달 들어 경유가격이 너무 올라 주유소 가기가 겁날 정도예요."

김씨는 2년 전부터 차량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꼼꼼하게 차계부를 적어왔다. 김씨의 차계부를 들여다보면 그가 왜 요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이달 20일 동안 차계부 내용을 보면 △주유비 22만원(118ℓ) △교체ㆍ수리비(엔진오일, 타이밍벨트, 브레이크 라이닝 교체) 34만원으로 아직 열흘이 남았지만 총 56만원이 들어갔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차계부 내용은 주유비 16만원(136ℓ), 교체ㆍ수리비 10만원으로 한 달 동안 26만원으로 돼 있다. 주유량 136ℓ로 이달 20일 분량(118ℓ)보다 많지만 비용은 6만원이나 적다. 올 2월만 해도 김씨의 주유비는 14만원(96ℓ)에 불과했다. 김씨는 이달에 남은 열흘 동안 주유비로 최소한 15만원 정도 추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유값이 5월 초보다 ℓ당 150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이달에 주유비로만 37만원가량을 쓰게 되는 것이다.

"차를 운전하지 않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돈 아끼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제 두 다리가 고생을 좀 해야 하는 것이죠."

김씨는 이달 말까지는 업무회의 때문에 많은 자료를 들고 다니느라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작심하고 있다. 좌석버스는 20분에 1대씩 오는 터라 이용하기가 어렵고, 일산에서 종로3가역까지 3호선 전철을 탄 뒤 5호선으로 갈아타고 여의도역에 내려 기본요금으로 택시를 타고 다닐 생각이다.

서울 상도동에 사는 회사원 박 모씨(38)는 요즘 주말에 골프약속이 있으면 개인 차량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중간에 지하철역 부근에서 만나 그의 차를 같이 타고 다닌다.

박씨가 이처럼 구두쇠로 바뀐 것은 그가 경유 차량을 갖고 있기 때문. 지난해 8월 경유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비싸지만 연료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SUV(싼타페)를 골랐는데 지금은 배신감마저 든다고 했다.

박씨는 "경유차 소유자는 경유가 휘발유 가격보다 높다는 것에 쇼크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면서 "저렴한 연료비를 기대했던 경유차량 운전자들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 차를 몰고 싶은 기분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 출퇴근은 물론 주말에도 웬만하면 차량을 집 주차장에 세워두는 날이 많아졌다.

박씨는 "경유가격이 ℓ당 1600원대가 됐을 때만 해도 차량 유지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금방 1700원이 되고, 1800원대로 오르면서 전처럼 차를 몰다가는 큰일나겠다 싶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씨는 지난달부터 평일 닷새 중 하루를 빼고 나흘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닌다.

정유업계는 경유가격 인상에 따라 따가워진 국민 시선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자기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제 경유가격이 워낙 치솟다보니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도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 직원 가운데 SUV나 RV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이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한다.

쌍용차 렉스턴을 운전하는 GS칼텍스 직원은 "경유값이 올라 평일에는 차량을 가지고 다니지 못해 우리도 피해자"라면서 "주말 이용도 근거리 위주로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유 가격이 올랐다는 데 흥분하지만 말고 기름값 절약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처럼 경유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경유차 수요도 크게 줄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SUV RV 등 차량은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8만1691대 판매되는 데 그쳐 전년 동기(8만8757대)에 비해 8%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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