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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강남 도산대로 3.3㎞ 세계 명품車 격전장

[Car &] 강남 도산대로 3.3㎞ 세계 명품車 격전장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9.03.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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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현대백화점을 지나 엘루이호텔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면 나오는 왕복 12차로 널찍한 도산대로는 언제나 붐빈다. 길이 넓어 통행하기엔 좋지만 항상 차들이 많아 신호대기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좌회전을 하자마자 오른쪽 대로변 푸조가 청담동~압구정동의 자동차 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자동차의 메카라고 불리는 청담동~압구정~도산대로 라인은 소리없는 자동차 전쟁이 치러지는 대표적인 곳이다.

1987년 수입자동차 개방이 이 거리 부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를 판매하던 한성자동차가 신사동 이곳에 최초로 입성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사브와 푸조도 들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안세병원 사거리에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도산대로 청담동의 자동차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한성자동차가 현재의 성수대교 남단 방향 사거리 코너에 들어오면서 자동차 거리로서 도산대로의 위상은 높아져 갔다.

지금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도산대로의 자동차 거리지만 당시만 해도 업체들이 앞다퉈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했다. 땅값이 싸고 빈 땅이 많아서였다. 지하철 역세권이 아니라 상권이 꽃피기에도 어정쩡하고 대형 건물도 없어 1980년대만 해도 24시간 설렁탕집 하나가 이곳의 상징이었다. 자동차 전시장은 넓은 용지와 주차장으로 쓸 만한 공간이 필요해 도산대로는 이래저래 안성맞춤이었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곳 땅값은 3.3㎡(1평)당 1000만원에서 1500만원도 안 했다"면서 "지금은 1억원을 훌쩍 넘어 10배 넘게 오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전시장이 들어가는 곳의 땅값이 오른 건 비단 도산대로뿐이 아니다. 또 다른 자동차 거리로 유명한 서초동 예술의전당 쪽에서 시작하는 길과 대치동~삼성동 라인의 땅값도 자동차 전시장이 들어선 이후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자동차가 내는 또 다른 부가가치 창출로 볼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황폐했고, 10년 전에도 썰렁했던 청담~압구정동을 관통하는 도산대로는 수입차들이 가장 먼저 전시장을 `내야만 하는` 곳이 됐다. 작년 하반기 한국시장에 진출한 닛산과 미쓰비시는 모두 1호 전시장을 이곳에 잡았다. 임차료가 수천만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곳의 상징성은 비싼 임차료보다 크다. 최근에는 국산차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로 수입 대형 세단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르노삼성의 경우 매장을 아예 통째로 리노베이션해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강조했을 정도다. 실제 이곳에서 서로 경쟁하며 얻는 반사효과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한성모터스와 BMW를 판매하는 코오롱모터스는 길 하나 거리를 두고 있는데 경쟁으로 인해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코오롱모터스 관계자는 "이곳의 좋은 점은 전시장이 몰려 있어 다른 브랜드 차를 보러 왔다가도 이쪽으로 한번쯤 들른다는 것"이라면서 "고객을 만나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영업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차 론칭으로 신차효과를 보는 경쟁사가 물류 문제로 차를 빨리 출고시키지 못할 경우 의외로 경쟁브랜드로 넘어와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어부지리` 내지는 `상부상조`효과도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이 거리의 분위기도 한동안 싸늘했지만 2월 이후 다소 풀리는 추세다. 차 구매의 걸림돌이었던 리스나 할부 조건이 나아졌고 신차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최근 국산차에선 현대차, 수입차에선 폭스바겐의 분위기가 좋다. 각각 뉴에쿠스와 폭스바겐CC라는 신차 때문. 불황이라고 해도 에쿠스는 계약이 3700대가 넘어섰고, CC 역시 6주 만에 200대가 넘게 나갔다. 실제로 압구정 클라쎄오토 폭스바겐 전시장은 내방 고객 차로 빼곡했다.

푸조에서 시작한 자동차거리는 쌍용차와 아우디, 벤틀리, 르노삼성으로 이어지고 1997년 입성한 크라이슬러의 대형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이후 사거리 하나를 지나면 미쓰비시가 나오고 성수대교 방면 사거리 코너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고 건너편에는 `2005 국제매장디자인대상`을 받을 정도로 호화로운 6층 규모 인피니티 전시장이 있다.

여기서 성수대교 방면으로 가면 알티마 현수막을 커다랗게 늘어뜨린 닛산과 신형 에쿠스 전시에 여념이 없는 현대차, 쏘울을 적극 홍보하는 기아차 등이 있고 다시 신사동 방면으로 방향을 틀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한성모터스 위쪽으로 포드링컨, 폭스바겐이 붙어 있듯이 위치해 있다.

건너편에는 독특한 매장 디자인이 돋보이는 미니(MINI) 전시장이 큰 규모로 들어서 있고, 여기서 1분만 걸어가면 검정색 인테리어가 다소 위압적인 람보르기니 매장이 있다. 길 건너엔 좀 더 화려한 빨간색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람보르기니의 영원한 맞수, 페라리와 마세라티가 전시장을 냈다. 동호대교 사거리를 지나 신사역 방면으로 좀 더 올라가면 르노삼성, 볼보, 현대차 등 전시장 행렬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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