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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1 드라이버 및 스태프 공급원 ‘GP2시리즈’

[특집] F1 드라이버 및 스태프 공급원 ‘GP2시리즈’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7.12.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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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600마력, 제로백 불과 2.95초…성능은 F1에 가장 가까워

GRAND PRAX 2(GP2)

 

Word Jeon, Hong Sik(Team E-rain Managing Director)

2000년대 들어 F3000이 쇠퇴기를 맞이하자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FOM의 버니 에클스턴 회장과 르노 F1 팀 보스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중심이 되어 역사상 그 어떤 시리즈보다도 F1에 가까운 클래스인 GP2를 탄생시켰다.

지난 호에 소개한 F3는 전통적으로 F1 드라이버를 배출하는 인큐베이터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진일보한 ‘GP2’는 2005년 출범한 시리즈로, F1 GP 바로 아래 클래스이다. GP2 이전의 F3000,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F3000의 전신인 F2까지 고려하면 GP2의 역사는 대략 40년에 이른다.

수많은 F1 드라이버를 키워낸 F2와 F3000의 역사에서 필자에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1967~1984년까지 이어진 F2와 1985년에 시작해 2004년까지 계속된 F3000 챔피언 가운데 F1 그랑프리 챔피언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1승 이상 거둔 드라이버도 후앙 파블로 몬토야(7승), 장 알레시(1승), 올리비에 파니스(1승) 등 세 명. 물론 F1 그랑프리 챔피언이 될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갖춘 드라이버라면 F3에서 활약한 뒤 바로 F1으로 진출하는 배경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시사하는 내용이 크다. F1 그랑프리는 다른 어떤 레이스와도 구별되는 지구촌 최고의 모터스포츠라는 것이다. F2나 F3000에서 아무리 빠른 드라이버였다 할지라도 F1에서 빠르리라는 보장이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F1에는 여러 정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F1에서 끊이지 않는 화제의 중심이었던 루이스 해밀턴(영국, 맥라렌 메르세데스 F1). 루이스 해밀턴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F1에서 많은 기록을 새로 썼다. 흑인 최초의 F1 드라이버, 데뷔 첫해 9회 연속 포디엄 등은 에프원 팬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다.

▲ 루이스 해밀턴.

루이스가 상하이 그랑프리에서의 리타이어, 브라질 상파울루 GP에서 7위로 단 2점을 획득하며 놓친 기록들도 역시 다양하다. 데뷔 첫 해 월드 챔피언, 최연소 드라이버즈 챔피언.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1967년 F2 챔피언인 재키 로이크스부터 2007년 GP2 타이틀을 얼마 전에 거머쥔 티모 글록까지 F1 바로 아래 클래스 챔피언(루이스는 2006년 GP2 챔피언이다) 41명 중 최초로 F1 GP의 챔피언이 되는 영광도 꿈꿨으나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2005년에 처음 시작된 GP2는 어떤 레이스인가? 먼저 GP2 탄생의 배경부터 알아보자. 2000년대 들어 F3000이 쇠퇴기를 맞이하자 많은 드라이버들 중 ‘누가 F1 드라이버 자격이 있는가, 누가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있고, 몇 개의 F1 드라이버 공급 시리즈에서 나온 선수들 중 누가 최고인가’ 등이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FOM(Formula One Management)의 버니 에클스턴 회장과 르노 F1 팀 보스 플라비오 브리아토레가 중심이 되어 역사상 그 어떤 시리즈보다도 F1에 가까운 클래스인 GP2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GP2는 탄생 배경 자체가 F1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F1에 드라이버 및 스태프들을 공급하기 위한 시리즈였다. GP2는 바레인 F1과 유럽의 모든 F1 GP에 서포트 레이스로 참가한다. 시즌 최종전은 유일하게 F1 GP 서포트가 아닌 경기로,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11전을 마감한다.

경주차는 르노 F1의 플라비오가 관계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르노에서 제작한 4천cc, V8 엔진을 심장으로 얹었다. 최고출력은 약 600마력. 제작은 전 세계 F3 시장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이태리의 달라라가 맡았고, 타이어는 현재 F1에 타이어를 독점공급하고 있는 브리지스톤이 공식 타이어 공급 회사이다. F1과 같이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 시프트 방식으로 변속하는 6단 시퀀셜 기어박스를 쓰며, 카본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를 사용한다.


경주차의 성능 역시 F1과 가장 가깝다. 0→100Km/h 기록이 2.95초, 0→200Km/h에는 6.70초가 걸린다. 2007년 예선 폴포지션 기록 기준으로 모나코에서 1분 20초대가 나와 F1의 1분 15초대와는 5초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러한 탄생배경과 F1에 가장 가까운 경주차들이 벌이는 GP2가 2005년부터 배출한 F1 드라이버는 누가 있을가?

먼저 GP2 첫 해인 2005년 시리즈 챔피언인 니코 로스베르크(독일, 윌리엄스 F1), 시즌 초반 드라이버 챔피언십에서 선두를 달리다 후반에 떠오르는 샛별 니코에게 챔피언의 자리를 내준 2위 헤이키 코발라이넨(핀란드, 르노 F1)과 시리즈 3위 스콧 스피드(미국, STR F1, 지난 헝가리 GP부터 세바스티앙 베텔로 교체) 등 상위 3명이 모두 F1에 진출했다.

2006년에는 2007년 F1의 수퍼 루키 루이스 해밀턴이 GP2 챔피언의 자격으로 어려서부터 그를 지원했던 맥라렌의 시트를 차지했다. 2006년 GP2 출신 중 2007 F1 시즌의 정규 드라이버로는 그가 유일했다. 이는 어쩌면 루이스의 천부적인 재능에 다른 드라이버들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경우라고 생각한다.

티모 글록이 우승하며 시즌을 마친 2007 GP2 시리즈에서는 예전 F1 드라이버 사토루 나카지마의 아들이며 TDP(Toyota Driver Development Program)의 일원인 카즈키 나카지마가 알렉스 부르츠가 빠진 브라질 GP에 출전했다. 그는 올 시즌 GP2 전 시리즈에 참가한 드라이버 중 최초로 F1 그랑프리에 참가한 드라이버로, 상파울루 인테라고스 서킷 데뷔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물론 그 전에 사콘 야마모토가 스파이커에서 크리스찬 앨버스가 떠난 이후 헝가리 GP부터 참가하기는 했지만, 사콘은 GP2 전 시리즈에 참가하지 않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GP2 시리즈는 2008 시즌 새로운 챔피언십을 탄생시켰다. 바로 ‘GP2 아시아’가 그것이다. GP2 유럽 시리즈와 달리 겨울 시리즈로 운영되는 GP2 아시아 시리즈는 2008년 1월 18~19일 두바이 테스트를 시작으로 중동에서 3전(두바이 2전, 바레인 1전), 아시아에서 2전(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각 1전)을 치른다.

GP2 아시아에는 독특한 규정이 들어 있다. 시리즈에 출전하는 13개 팀에서 각각 최소 1명의 아시아 드라이버를 참가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최소 13명의 아시아 드라이버가 이 시리즈에서 뛰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 드라이버’에는 중동 선수들도 포함된다. 이 규정이 진정한 효력을 발휘할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활약한 드라이버들이 대거 참가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는 어떤 드라이버가 참가할까? 우선 2006년 이레인 레이싱팀에서 포뮬러 V6 아시아 챔피언을 차지하고 2007년 GP2에 참가해 벨기에 스파에서는 우승한 카룬 찬독(인도, 두랑고)은 이미 참가를 확정했다. 그가 소속된 팀까지 확정되었으나 본인의 요청으로 아직 밝히기는 곤란하다.

영국 F3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랭키 쳉(중국)과 GP2 유럽 시리즈에 참가했던 아담 칸(파키스탄) 역시 참가할 확률이 가장 높은 드라이버들이다. 프랭키와 아담은 현재 A1 팀의 드라이버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7년 GP2에 참가한 호핀 퉁(중국)의 참여도 거의 유력하다. 이외에 마치 리(홍콩), 아난다 미콜라(인도네시아), 아만 이브라힘(인도), 살만 알 칼리파(바레인), 하마드 알 파단(바레인) 등도 GP2 아시아 시리즈 출전이 높게 점쳐지는 드라이버들이다. 몇몇 일본 드라이버들의 참여도 예상된다.

GP2 아시아는 유럽에서 이미 입증된 경주차와 시스템 등으로 떠오르는 시장인 아시아에서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겠다는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5전을 치르는데 필요한 예산, 60만 유로(약 7억9천만 원)가 아시아 드라이버 13명을 모으는데 약간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예산 역시 GP2 유럽 시리즈에 비하면 아시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GP2 유럽 시리즈 11전 예산이 170만 유로(약 22억 5천만 원)이기 때문이다.

▲ 2005 포뮬러BMW아시아 챔피언 살만 알 칼리파(바레인).

소문에 의하면 FOM의 버니 에클스턴 회장이 현재 GP2 유럽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팀들에게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할 것과 예산을 크게 낮춰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위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드라이버들 중 언급하지 않은 드라이버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2007년 독일 F3에 출전해 2승을 거머쥔 최명길이다. 최명길은 내년 유로 F3나 GP2 중 한 시리즈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재 그는 GP2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스폰서 영입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명길이 스폰서 영입에 성공해 GP2에 꼭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명길은 한국인 혈통을 간직한 드라이버 가운데 가장 높은 시리즈에 진출해 있으며, 쟁쟁한 선수들이 뛰고 있는 독일 F3에서 실력을 입증 받을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지금까지 필자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F1 드라이버 만들기에 대하여 F-BMW 아시아, F-BMW 독일(2008년부터 F-BMW 유로 시리즈로 통합), F3 유로 시리즈, GP2의 순서로 알아보았다. 글을 시작할 때 언급한 것처럼 꼭 이 길만이 F1 드라이버가 되는 길은 아니다. 다만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 길이 F1 드라이버에 가장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2010년 대한민국에서 F1 GP가 열린다. 분명 우리는 이 코리아 F1 GP에 한국인 드라이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2010년 GP에는 지금껏 설명한 길을 거친 드라이버가 스타팅 그리드에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의 길을 거친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모두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우리가 해야 할일은 그 이후 세대를 어떻게 양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2010년 전남 영암에서 대한민국 드라이버가 당당히 스타팅 그리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기 바라며 이 그리드가 매년 앞으로 당겨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위 기사는 'F1 레이싱 코리아'에 연재된 ‘한국인 F1 드라이버 만들기’를 전제한 것입니다. 이 기사에 대한 판권은 'F1 레이싱 코리아'를 발행하는 (주)코발트 미디어에 있으며, 무단 전제 및 복사를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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