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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 `완벽함 9부능선까지 올랐다`

제네시스 EQ900, `완벽함 9부능선까지 올랐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5.12.23 09:10
  • 수정 2015.12.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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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달리는 '스마트 런닝맨' 자율주행 전단계 완성..젊어진 에쿠스 "운전기사 실직할라"

현대자동차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쏟아부은 결정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EQ900`이 출시됐다.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느낌을 얻자는 마음으로 시승에 나섰다. 따끈따끈 새차 냄새가 향기롭다.

외관은 많이 보던 그 느낌이다. 앞 라인이 기존 제네시스를 닮았다는 건 누구든 알 수 있다. 다만 좀 더 커진 육각그릴과 그릴의 배꼽 쯤에 달린 작은 투명 플라스틱이 심상치 않다. 레이더를 쏴 전방의 장애물을 인지하는 기능이다.

외관 디자인은 눈에는 많이 익지만 질린다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손 댄 디자인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동시에 글로벌한 감각에 상당히 다가갔다고 평가하고 싶다. 군더더기 없고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단정하면서도 세련된 직선라인이 많이 사용됐다.

드디어 탑승. 아늑하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이 곳곳을 감싸고 있어 보호받는 느낌이다. 도어를 닫으니 더욱 푸근하다. 도어를 잡고 당기는 힘과 철컥 닫히는 소리가 가뿐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간결하면서도 경쾌한 소리다.

차 유리는 이중창 접합방식으로 차음처리가 우수하다. 고요함을 주는 도어 방음설계도 만족스럽다. 시동을 걸었을 때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엔진룸과 차 내부간 격벽을 충분한 방음흡음제로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은 진동과 소음만 남겼다.

●한국형 서스펜션 '이래서 유압으로 바꿨나'

 

달리기 능력은 서스펜션과 자율주행 쪽으로 시승 포커스를 맞췄다.

서울을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다녀오면서 다소 우려했던 3.3터보엔진의 파워가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기존 에쿠스 보다 더 커지고 몸무게 2톤을 육박하는 초대형 세단은 경쾌하게 달렸다. 오히려 3.8 엔진 보다 터보로 강화한 파워 부분은 더 낫지 않을까 할 정도로 몸놀림이 가볍다.

제원상으로 봐도 3.3터보 엔진은 3.8엔진의 최고출력 315마력보다 높은 370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도 52.0kg.m에 달해 순발력은 물론 고속에서 밀어주는 힘도 강해 최고속도를 경험해 보고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고성능차 연구개발의 글로벌 인재로 영입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이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요철을 넘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해가 됐다.

기존 에쿠스의 에어 서스펜션에서 유압 서스펜션으로 바꾼 EQ900은 한국의 독특한 도로상황, 즉 요철과 교량 이음매를 지날 일이 많다는 점에서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GACS)은 잔진동을 잡아주면서도 고속에서는 차분히 자세를 낮춰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다.

시속 60~70km에서 넘는 요철은 웬만한 국내외 자동차들이 견디기 힘든 장애물이다. 앞바퀴가 요철로 인해 붕 떴다가 떨어지면서 받는 쾅~하는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EQ900 서스펜션은 이 충격을 흡수하려고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다.

다른 차들이 직접 부딪히는 충격을 받는다면 EQ900은 고양이가 착지하듯 가장 먼저 받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해 쾅 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출렁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시 애쓰는 모습이다. 뒷바퀴 쪽의 충격흡수력은 앞쪽 보다 더 좋았다.

●브레이킹 답력 부족은 '옥의 티'

다음은 급코너링이다. 휠베이스가 길어 요철이나 코너링에서 출렁이는 느낌이 있었던 에쿠스의 승차감을 다소 줄여 단단한 느낌, 그 남성미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젊어진 에쿠스 또는 남성 호르몬이 좀 더 흐르는 에쿠스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본격 달리기에선 단점을 찾기 힘들었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를 연상하며 비교시승을 하다 보니 가속감이 뒤떨어질 게 없었다. 고속에서도 원하는 만큼 가속되는, 그렇다고 터보랙이 걸린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즉각적이고 매끄럽게 훅 치고 나간다.

다만 브레이킹 시스템에선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수준에서 브레이크 패달이 밟힌다는 점이었다. 이는 곧 브레이크 패달의 답력이 즉시 이뤄지지 않고 쑤욱 밟은 뒤 제동이 이뤄져 마치 제동이 밀린다는 느낌이었다.

추측하건데 급브레이스에서 차체가 앞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걸 방지하려고 다소 소프트한 브레이크 답력을 적용시킨 게 아닌가 싶다. 이런 경우 비상시 급브레이크가 불가하거나, 생각한 대로 편안한 제동이 이뤄지지 않아 당황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벤츠나 BMW의 플래스십 세단 보다 고유의 묵직한 느낌이 다소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추세인 차체 경량화 영향으로 벤츠나 BMW의 명차들도 한층 가벼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차후 다시 한번 비교해 봐야 할 부분이다. 최근 몰아봤던 BMW 뉴7시리즈도 가벼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달리는 '스마트 런닝맨'..자율주행 전단계 완성

다음은 'EQ900 기술의 꽃'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 테스트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자 자율주행 기능이 시작되고, 기대했던 '준 자율주행'이 시작됐다. 먼저 시속 100km 속도에서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눌러 알아서 속도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최근 나오는 차에는 대부분 있는 기능이어서 별 다를 건 없다.

차 앞부분 그릴 배꼽에 있는 레이더 기능으로 앞 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줄여준다. 이건 볼보 등 다른 차의 고급 트림에도 있는 기능으로 고속도로에서 아주 편하게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앞 차가 속도를 줄이면 따라서 속도를 줄이고, 다시 달리면 나도 따라 달리되 이전에 걸어놨던 시속 100km까지만 속도를 올린다.

여기다 차선을 넘지 않는 기능도 발군이다. 차 앞부분 양쪽 모서리에서 쏘는 레이저로 양쪽 차선을 감지하며 달리기 때문에 이 정도면 운전자의 손발이 모두 자유스러워진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문제로 손을 떼고 일정 시간이 지나자 경보음이 울리기 때문에 살짝이라도 손은 얹고 있어야 한다. 

이 고속도로 자율주행은 차선이 선명한 고속도로에서만 지원한다. 가만 보면 차선이 불분명한 도로나 진출입로 부근은 차선이 어지럽게 배치돼 있기 때문에 차선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현 상태서라면 지루한 고속도로에서 깜빡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확실히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주행모드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드라이빙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에코모드에선 부드럽게 달리되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듣는 편안함을 준다. 또 컴포트 모드에선 박진감과 중후함으로 파워있게 달리는 재미가 있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악셀링이 민감해 지면서 급가속의 펀드라이빙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에코 모드에서 시속 100km 정속주행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평균연비가 15km/l까지 찍어 공인연비 7.8km/l의 비교적 낮은 연비를 보충했다.

뒷좌석으로 옮겨 탄 뒤에도 또다른 만족감은 계속됐다. 엉덩이 부분이 살짝 들어가게 설계된 데다 적절한 시트 가죽의 질감까지 온몸을 감싸듯 자동으로 조절이 돼 하체가 밀려 내려가지 않는다. 철저한 방음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고 운전을 제외한 모든 차량기능 조절이 뒷좌석에서 가능해 내리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젊어진 에쿠스 "운전기사 실직할라"

종합해 보면, EQ900은 편안한 뒷좌석에서 머물던 오너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은 차다. 고급스런 내외관과 첨단 자율주행 기능까지 보태 완벽한 차에 9부능선까지 근접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젊은 오너들이 직접 운전해도 운전기사처럼 보이지 않는다고나 할까. 한편으로는 운전기사의 할 일이 부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스펜션에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다소 밀리는 기분의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고유의 묵직함이 사라진 점은 아쉽다. 편의 기능을 이해하려면 한 달쯤은 걸려 보일 만큼 다양한 첨단기술이 차 내외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여러 편의기능을 학습하지 않고도 모든 좌석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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