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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체로키 75주년 `도로 바위 모래, 편견 싹`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도로 바위 모래, 편견 싹`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6.08.07 09:30
  • 수정 2016.08.0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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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주말 오지캠핑 즐기기에 충분한 모빌..가격 7100만원

 

첫눈에 반했다. 예전에 보던 그런 체로키가 아니었다. 필자는 젊은 시절부터 SUV는 당연히 랭글러 루비콘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지금도 루비콘를 타고 있는 유저입장에서 체로키는 그리 매력적인 ‘탈 것’이 아니었다. 주위의 몇몇 지인들이 “내 드림카는 그랜드 체로키”라고 할 때마다 “오프로드 주파 능력도 떨어지는 어정쩡한 차”라고 면박을 주곤했다.

마침 7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핫’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속는 셈치고 한번 타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승에 나섰다. 그런데 이 녀석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흰색 바디에 독특한 질감의 7-슬롯 그릴, 하단 범퍼, 안개등 테두리 등이 브론즈 컬러다. 다크 헤드 램프 및 테일 램프는 그 강렬함의 세기를 증폭시켰다. 차값이 훨씬 비싼 체로키 서밋 모델에도 없는 LED 안개등도 한몫을 한다. 20인치 브론즈 알루미늄 휠은 바퀴를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고 싶은 충동을 자극했다. 오프로드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 상태로 볼 때 서밋은 멋진 골프웨어, 스페셜 에디션은 고어텍스 등산복 느낌이었다.

 

 

올해 탄생 75주년을 맞은 지프는 랭글러, 프리미엄 SUV 그랜드 체로키, 준중형 SUV 컴패스, 소형 SUV 레니게이드 등 4가지 스페션 에디션을 내놓았다.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스페셜 에디션은 2016년형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 모델을 베이스로 삼아 정말 가성비 좋은 ‘시술’을 했다. 고급스런 가죽으로 감싼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다이나믹한 운전 재미를 느끼게 하는 패들 시프트(paddle shift), 오픈카 느낌을 주는 듀얼-패널 선루프, 엉덩이에 땀차는 걸 막아주는 1열 통풍시트 등 사양 하나하나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했다. 뒷좌석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 편의를 위해 장착한 손잡이에선 세심한 배려마저 느껴졌다. 

서울 용산에서 강원도 홍천을 향해 출발. 출발한 직후 제일 먼저 놀란 것은 휘발유차 못지 않은 정숙성이었다. 방음처리된 전면 유리를 채택한 덕분에 3.0L 디젤엔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최고출력 250마력(@3600rpm), 최대토크 56.0kg.m(@1800rpm)으로 순간적인 가속 능력이나, 급제동 성능도 “덩치가 크면 동작이 굼뜰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스포츠 주행모드를 선택하고 핸들 뒤쪽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변속을 하다보니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것 못지 않았다.

 

4.8m가 넘는 덩치 큰 녀석이라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은 주차할 때 애로사항이 많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파크 센스(Park Sense) 리어 브레이킹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뒤쪽에 있는 장애물을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경우에도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능이다. ‘폭’ 찍혀버린 범퍼를 어루만지며 가슴아파할 일이 없어진 셈이다.

홍천강 강변 돌길로 진입. 차체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출렁댔다. 하지만, 거침이 없었다. 제법 큰 바위도 약간의 악셀링으로 거뜬히 넘었다. 지형에 따라 주행모드를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는 이 녀석의 능력을 테스트 해보고 싶었다. 눈길, 진흙, 모래 등 조건에 따라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녀석을 시험하기 위해 인근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오호, 제법인데?”하며 감탄하는 순간, 차가 뭔가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강가에서 시작해 약간 오르막처럼 돼 있는 모래사장에 박힌 것이다.
 

 

 

타이어 트래드 자체가 M/T 스타일이 아닌데 너무 가혹한 조건으로 내 몬 결과였다. 그렇다고 구난차를 부르면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명성에 ‘X칠’을 하는 게 뻔한 상황. 잠시 고민하다가 스스로 탈출해 보기로 했다. 일단 손으로 모래를 조금씩 치운 뒤 악셀를 살살 밟아봤다. 역시 무리였다. 다시 모래를 치워내고 머리를 굴렸다. 그 때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이건 오르막 경사라서 그럴지도 모르잖아?’ 후진 기어를 넣고 부드럽게 악셀를 밟자 녀석은 가볍게 ‘모래 지옥’을 빠져나왔다. 자신감을 갖고 평지 모래 구간을 달렸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엄청난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주말에 오지 캠핑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모빌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등판 능력 테스트를 위해 문배마을 쪽으로 향했다. 비포장길에서 지면을 잡아주는 능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내 몸에 맞게 맞춰놓은 12방향 파워시트는 비포장길에서도 아주 편안하게 몸을 잡아주고 있었다. 급한 내리막길에서 HDC(Hill Descendent Control) 기능을 시험해봤다. 비포장 내리막길에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모래나 부드러운 흙으로 된 비포장길 내리막을 주행할 경우 브레이크를 잘못 밟으면 차가 아래쪽으로 밀리면서 코스를 이탈할 위험이 있다. 이 기능은 4WD LOW 기어를 선택해야 작동한다. 기울어진 차량 모양의 버튼을 선택한 뒤 운전자는 핸들만 잡고 있으면 된다. HDC가 1초당 수십번씩 브레이크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오프로드 운전이 서툰 운전자들에겐 정말 유익한 기능이다. 하지만 다이나믹한 운전의 재미는 확 줄어든다는 게 함정이다.

 

 
젖은 노면을 달릴 때 브레이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 주는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RBS), 가속 페달에서 급하게 발을 뗄 경우 급제동 상황을 예측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미리 바짝 붙여 대비하는 레디 얼러트 브레이킹 시스템(RAB), ESP(Electronic Stability Control), TCS(Trailer Control System), 트레일러 진동 제어 시스템(TSC), 전자 제어 전복 방지 기능(ERM),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 (TPMS) 등이 다양한 시스템이 안전 운행을 도와주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 든든했다.

여기서 일반 소비자들이 잊지 말아야할 점 하나. 요소수다. 주유소를 지나다 보면 ‘요소수 팝니다’라는 간판이 보인다. 요소수는 운전자가 마시는 생수 종류가 아니다. 요소를 물에 녹인 것이다. 디젤차량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정화시켜 무해한 질소와 물로 배출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그랜드 체로키는 요소수를 보충하지 않으면 시동이 꺼진다. 6기통 디젤엔진들에게 꼭 필요한 품목이다. 그랜드체로키도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배기후처리장치)와 요소수를 함께 사용해서 배출 규정을 맞추고 있다. 주유구 옆에 요소수 넣는 라인이 있다. 계기판에 한칸 이상은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보충하면서 타야 한다. 기름만 넣고 다니면서 요소수를 체크하지 않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프리미엄 8.4인치 터치스크린의 시인성은 좋았지만, 장착돼 있는 내비게이션이 검색해 내지 못하는 지명이 제법 있었다. 어차피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이 잘 보급돼 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불편함이 아닐 게다.

그랜드 체로키 75주년 스페셜 에디션의 가격은 7100만원. 동급으로는 볼보의 XC90도 출시됐다. 하지만 시승을 끝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차는 1000만~2000만원 이상 더 비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였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디스커버리4에게 가성비로 도전하는 이 녀석의 활약이 궁금해진다.

/조정훈(모터칼럼니스트) tigercho333@hanmail.net, 사진=지피코리아, F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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