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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캐딜락 올-뉴 CTS "디젤은 물럿거라~"

[시승기] 캐딜락 올-뉴 CTS "디젤은 물럿거라~"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4.08.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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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사로잡는 화려한 디자인..황금비율로 찾은 달리기 성능


100여 년 전 자동차는 쉽게 가질 수 없던 사치품에 속했다. 고객은 귀족이나 부유층, 왕족들이었고, 이들이 사랑한 브랜드는 지금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의 캐딜락이 그렇다. 1902년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에 태어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모델들을 선보이며 아메리칸 럭셔리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는 1915년 고종황제 진상품으로 처음 들어와 순종황제 어차로 사용돼 인연이 깊다.

그러나 캐딜락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획기적인 디자인 정체성으로 주목 받긴 했어도, 애매한 포지셔닝과 더불어 기름 많이 먹는 미국차란 오명을 씻지 못해 외면 당했다.

새롭게 바뀐 올-뉴CTS는 이런 편견을 뒤집기에 충분하다. 몸집을 확실히 키워 체급도 제대로 맞췄고, 2.0리터 가솔린 터보로 트렌드를 철저히 따랐다. 캐딜락이 던진 도전장은 유럽의 쟁쟁한 E세그먼트 리더들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길 사로잡는 화려한 디자인…예술과 과학의 만남


가장 돋보이는 변화는 역시 디자인. 2세대에 비해 훨씬 세련된 디테일과 안정적인 비율을 갖췄다. 격자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폭을 넓히고 핀을 줄여 존재감을 더 강조했고, 그 한가운데 자리한 캐딜락 배지에서 당당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앞바퀴 위에서 시작돼 범퍼 아래까지 이어지는 LED 시그니처 램프는 과거 60년대를 이끈 3세대 드빌의 오마주로 보인다. 위는 방향지시등, 아래는 주간주행등으로 나뉘지만 언뜻 보면 하나 같다.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절제된 화려함의 극치다.

옆과 뒷모습은 차분하고 잘 정돈됐다. 길고 낮은 차체는 시원하게 쭉 뻗은 느낌이다. 언뜻 E클래스의 실루엣이 떠오르기도 한다. 좌우를 길게 가로지르는 화려한 LED 스톱램프 스포일러는 캐딜락의 전통을 대변한다. 17인치 휠은 큰 차체에 비해 다소 작아 보인다.

▶첨단 옵션들로 고품격 인테리어 완성



운전석에 처음 앉으면 낮은 시트포지션과 한껏 누운 윈드실드, 큰 사이드미러 탓에 시야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막상 주행을 해보니 금방 적응돼 괜찮았다. 조수석 레그룸은 AWD 모델의 트랜스퍼 케이스 공간 탓에 희생이 불가피하다.


시승 모델인 프리미엄 트림은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는 옵션이 가득하다. 뒷좌석에 옆 창문 수동 커튼, 전동식 뒷유리 커튼은 물론 전용 공조기와 3단 열선 시트를 갖췄다. 방석의 앞이 들려있어 엉덩이가 뒤로 꽂히는 앉은 자세를 만든다. 센터터널은 위로 많이 솟아 올라와있다.


인테리어는 카본과 알칸타라, 두 가지 패턴의 가죽 등을 사용해 매우 럭셔리하다. 헤드라이닝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치장했지만, 각 재료가 가진 특성이 만들어내는 명도의 대비가 조화롭고 품격 있는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운전 공간에서는 첨단 기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UE)을 갖춘 센터페시아는 8인치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진동 피드백을 갖춘 터치식으로 작동한다. 13스피커 서라운드 시스템, 3D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등 모든 것을 총괄한다.

하단을 터치하면 센터페시아가 위로 열리며 숨어있던 수납 공간이 드러난다. 가죽으로 감싼 컵홀더 커버 역시 터치로 작동하는 전동 슬라이드 방식이다. 12.3인치 풀스크린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4가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3가지의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를 설정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을 감쇄시키는 보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바람소리를 막아주는 라미네이팅 코팅 글래스로 정숙성도 훌륭히 확보했다. 전방 추돌 감지, 사각지대, 차선 이탈, 후방 감지, 주차 센서 등은 소리 또는 시트 진동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준다. 주차보조장치는 평행주차만 가능하다.

▶부드럽고 빠른 엔진도 일품…황금비율로 찾은 달리기 성능


시동을 걸면 다소 요란하고 충격이 크다.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레버를 D레인지로 옮기자 공회전 진동도 꽤 느껴졌다. 하지만 차가 움직이는 순간부터는 이야기는 확 달라졌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마치 V6 엔진을 모는 듯 부드러운 느낌이 일품이었다. 힘의 부족함도 전혀 없었다. 가솔린 직분사 방식에 트윈스크롤 터빈이 결합돼 최고출력 276마력(5,500rpm), 최대토크 40.7kgm(3,000~4,500rpm)을 낸다. 0-100km/h 기록은 제원상 6.8초.

실측에서는 7초 중후반대가 나왔다. 가속 초반, 운전자의 의도를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 답답했지만, 속도를 높일수록 시원하게 이끌었다. 6단 자동변속기는 마그네슘 시프트 패들까지 갖췄다. 레버 위 M버튼을 누르면 6,950rpm에서 변속되며, D에선 6,300~6,600rpm에서 변속된다.


올-뉴CTS는 차체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네 바퀴의 묵직함이 고루 느껴진다. 무게배분을 50대 50에 가깝게 맞추고 경량화와 저중심 설계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강하게 잘 버티지만, 급격한 고저차에서 느껴지는 하체 반동은 아쉽다.

고속 주행감도 나쁘진 않지만 짧고 연속된 코너에서도 의외로 경쾌하다. 휠베이스가 길어 타이트한 코너에서는 방향전환이 부담스럽고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어느 순간 타이어 그립이 이를 만회해 재빠르게 탈출한다. 뉘르부르크링에서 다져진 주행성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의외의 연비에 깜짝…매력이 철철 넘치는 중형 세단



요새 최대 화두인 연비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막히는 시내에서는 7.2~8.2km/l 수준으로 공인연비 8.5km/l보다 나빴지만, 장소를 옮기자 뜻밖의 성과를 냈다.

80km/h 정속주행(6단 1,500rpm)에서 19.4km/l, 100km/h 정속주행(6단 1,850rpm)에서 15.2km/l를 기록해 공인연비(12.5km/l)보다 훨씬 뛰어났다. 낮은 공기저항계수와 공기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액티브 에어로 그릴 셔터의 덕을 본 것 아닌가 싶다.

캐딜락 올-뉴CTS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은 정말 매력적이다. 디젤 승용차의 진동과 소음에 지친 이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힐링’ 같은 자동차였다. 거기에 적정량의 퍼포먼스까지 양념으로 첨가됐으니 까다로운 입맛에도 잘 맞았다.


가격은 6,250만원. 18인치 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등이 추가되는 AWD(상시4륜구동) 모델은 6,900만원에 달한다. 높은 가격이지만 이 정도 옵션과 만족감을 가진 차라면 수긍이 가는 패키지다. 각종 경보장치 등을 대거 줄인 럭셔리의 가격은 5,450만원으로 비교적 낮게 형성돼있다.

워낙 독일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탓에 경쟁이 쉽진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러모로 봤을 때 올-뉴CTS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럭셔리 중형세단이었다. 특히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깊게 고민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지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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