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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X `앙증맞은 녀석의 파워`

피아트 500X `앙증맞은 녀석의 파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7.03.3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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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스포츠 주행에 오프로더 다운 서스펜션까지

 

뭐라고 해야할까? 한마디로 묘한 녀석이었다. ‘이탈리아의 국민차’라고 불리는 피아트 친퀘첸토(FIAT 500)의 혈통을 이어받은 FIAT 500X. 친퀜첸토는 ‘500’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친퀘첸토가 지난 2007년 다시 태어난 뒤 카브리올레모델 500C, 고성능 아바르트(ABARTH) 버전, 소형 MPV 500L과 호적에 같이 이름을 올린 차다.

그 형제들 중에는 막내 격이다. 최근 자동차 메이커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쏟고 있는 소형SUV 시장에서 한판 붙어보라고 FIAT집안에서 내보낸 선수다.

 

재미있는 것은 FIAT 500X와 지프(JEEP)의 레니게이드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피아트 500X와 지프 레니게이드 두 차종 모두 2.0L(1956cc) 싱글 터보 디젤 엔진과 2.4L(2360cc) 멀티젯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나란히 9단 변속기를 채용했다. 복합연비는 500X가 12.2km/L, 레니게이드가 11.6km/L다. 앞뒤 바퀴의 서스펜션에는 맥퍼슨 스트럿을 적용한 것도 같다.

하지만 지향하는 점이 다르다. 레니게이드가 오프로드 쪽에 좀더 특화돼 있다고 한다면, 500X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도회적 인간’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감각’을 중시하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지만 펜더 라인 등을 보면 강인한 모습도 보인다. ‘아이돌육상대회’에서 무시무시한 신체적 능력을 보여주는 걸그룹 멤버를 연상시킨다. 젊은 부부가 이 차를 구매한다면 누가 몰고 나간다고 해도 ‘남의 차’ 끌고 나온 느낌은 안 줄 듯하다.

 

500X는 전장 4270mm, 전폭 1795mm, 전고 1620mm다. 쌍용 티볼리(전장 4195mm)보다 크다. 500X에는 2가지 엔진이 장착됐다. 팝스타는 2.4L 멀티에어2 가솔린 엔진, 크로스와 크로스 플러스에는 2.0L 멀티젯2 디젤 엔진을 심어줬다.

실내는 500에 비해 많이 향상됐다. 부드러운 가죽이 많이 적용됐고, 6.5인치 유커넥트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 편의성도 높였다. 크로스 트림에는 내비게이션도 탑재된다. 도어 손잡이, 버튼, 스티어링 휠 등 곳곳에 톡톡 튀는 디자인 감각이 돋보인다.

D컷 형태로 된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타고 내릴 때, 좀 더 편안하게 해 준다. 두툼한 그립감이 좋았지만, 여성운전자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다. 계기판은 3개의 서클 타입이다. 좌우로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있고, 가운데 3.5인치 디스플레이가 트립컴퓨터 역할을 한다.

원형 헤드레스트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편안했다. 조향과 연동되는 후방카메라가 포함된 내비게이션, 파노라마 선루프 등 편의사양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특히 파노라마 선루프가 주는 개방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500X는 처음 국내 들어오면서부터 엔진 크기와 연비 때문에 자주 논란에 휩싸였다. 엔진이 비슷한 크기의 차량보다 크기 때문에 생긴 태생적인 한계다. 시내 주행은 그렇다고 쳐도 고속도로에는 어떨지 궁금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경부고속도로에서 달려보니 100km당 6.4L의 연비가 나왔다. 중간중간 막혔던 구간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내 차는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라면 소형SUV는 쳐다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일반 소형승용차나 하이브리드쪽에는 그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모델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SUV가 아닌 소형SUV 수준에서 보자면 500X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준이다. 고속 주행에서는 풍절음이 귀에 거슬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꿀렁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줄만 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스포츠,트랙션 등 3가지다. 경쾌한 주행성능을 즐기고 싶다면 스포츠가 제격이다. 핸들을 조작할 때도 반응이 손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고, 서스펜션도 잘 받쳐준다. 때로는 오프로드도 즐기고, 때로는 질주본능을 자극할 수도 있는 500X는 ‘맥가이버 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랙션 기능은 아쉽게도 사용해 보지 못했다.

FIAT 500X는 지난 2월 30% 할인이라는 엄청난 이벤트를 했다. 사흘만에 800대가 완판됐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3140만~4090만원이라는 가격의 벽에 막혀 있던  실용적 가치에 비해서는 비싸다는 느낌을 갖고 있던, 하지만 능력만 되면 사고싶었던 명품가방을 할인매장에서 찾아낸 심정인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 아닐까?

/조정훈(모터칼럼니스트) tigercho333@hanmail.net, 사진=피아트, 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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