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11전] 이동욱(이레인) AF3 11전 우승, 한국인 첫 우승 감격
[AFC 11전] 이동욱(이레인) AF3 11전 우승, 한국인 첫 우승 감격
  • 지피코리아
  • 승인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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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이레인, 사진 1위)의 완벽한 우승으로 이레인 스탭들 울음바다

- AF3 11전 우승으로 자신감 회복, 남은경기서 한국의 매운맛 보일터

 

2000년9월24일, 드라이버 2명을 포함한 E-Rain의 스탭 6명은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바루에서 열리는 경기이지만 가장 가까운 공항이 이곳이라 필자의 ‘가보지 않은 나라(?)’의 목록에 또 싱가포르를 더하게 된다.

 

이상하다. 이번이 6번째 참가하는 AFC(Asia Formula Challenge)이지만, 이번엔 느낌이 예전과는 다르다.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경기장에 처음 가 본 우리는 솔직히 약간 실망했다. 주변환경이나 시설 등이 Round 9&10이 열렸던 Sepang F1 Circuit와는 비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다’ 라고 이야기 한 것에 동감한다. 처음 AFC에 참가 할 때만 해도 우리 나라의 현실과 비교를 하던 필자가 ‘좀’ 다녔다고 어느새 최고의 경기장인 Sepang과 비교를 하다니....

 

객관적으로 볼 때 Johor Bahru Pasir Gudang Circuit(이하 JBC)는 참 잘 만들어진 경기장이다.


드라이버면 누구나 이곳에서 경기를 해보길 원한다. 사실 운전하는 재미란 좌우의 코너보다는 위아래의 굴곡에서 훨씬 많이 느낄 수 있다. 언덕을 넘는 순간 바로 코너가 나오는 아찔함을 경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JBC이다. 실제로 이 경기장이 지어진지 30년이 넘어서 낙후한 시설 때문에 그렇지 과거에 월드 GT 챔피언십까지 열렸던 역사가 있는 곳이다.

25일, 수요일에는 이동욱 선수는 연습이 없고 ‘준 하라타’ 선수만 연습이 있었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말레이시아의 날씨는 우리에게 주어진 연습시간을 모두 활용하게 허용하지는 않았다.


3번의 50분 세션 중 마지막 1세션만 연습을 할 수 있었다.

26일에는 이동욱,준 하라타 두선수 모두 연습에 참가했다. 이동욱 선수가 참가하고 있는
F-3 클래스의 베스트 랩은 2000년, 2001년 마카오 AF2000의 우승자이며 현 FRD 치프 인스트럭터인 Philippe Descombes(프랑스)가 1‘29“9의 기록으로 차지했고 이동욱 선수는 2초 뒤진 1‘31“5를 기록했다.

 

한편 준 하라타 선수가 속한 포뮬러 르노(FR2000)에서는 2001년 영국 F-3 출신의 Hideaki Nakao(일본)이 1’32”2로 모두들 놀라게 했고, 준 하라타 선수는 바로 뒤에 1‘ 32“7로 두 번째 빠른 랩을 기록했다.

 

이번 경기를 위해 이레인팀은 전략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했다. F-3의 이동욱 선수가 차량에 적응되어 가는 시점이었고, 차량도 처음보다는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여 AF3의 치프 엔지니어 Edgen Dy-Liacco와 필자는 이동욱 선수 차량에 Wide Track을 적용하기로 했다. Wide Track은 기존 우리가 쓰는 것 보다 Front와 Rear 공히 120mm 넓은 Track을 말하는데 F399부터는 이것이 적용되어 있다. 차량의 안정성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모든 서스펜션 암과 드라이브 샤프트를 교환했다.

 

27일의 연습에선 투자들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F-3 클래스에선 이동욱 선수가 1‘29“7의 기록으로 프랑스 F-3출신의 March Lee(CANADA)와 0.1초 차이를 보이며 2위를 기록했고, FR2000클래스에선 준 하라타가 1’32” 3의 기록으로 Hideaki Nakao 0.1초 앞섰다.


드라이버들이 이곳 JBC에서 연습을 거듭할수록 서킷에 재미를 느끼며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현재 F-3 클래스의 시리즈 포인트 리더인 영국 실버스톤 치프 인스트럭터 출신의 Mark Goddard(GBR)는 전날 연습 중 엔진이 깨져 시리즈 우승에 먹구름이 끼었으나, 필리핀 Toms로부터 이번 경기에 엔진을 렌트하기로 하고 예선을 기다렸다.

 

잠깐 경기 이외의 이야기를 하면, JBC가 정말 자연과 잘 동화(?)되어있는 경기장임을 이날 알 수 있었다. 연습도중 뒤편의 언덕에서 내려오는 코너에 Lizard(파충류의 한 종류가 커다란 도마뱀쯤? 길이는 약 1m~2m정도)가 주행을 방해하다 횡사하였고 이외에도 뱀, 거북이, 쥐 등이 발견되었다. 한편 동행했던 사진기자는 코너의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찍다가 모기에게 약 100군데를 물렸다.

 

맑게 개인 하늘로 시작한 예선 당일인 28일, 예외 없이 점심 시간 쯤에 세찬 빗줄기가 한번 지나갔다. 하지만 예선이 시작된 4:30분에는 모든 노면이 정상적인 상태였다. 연습 때 이미 1‘30“대의 벽을 깼기에 우리 팀의 모든 스탭들은 내심 1’28”대의 폴 포지션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연습기록보다도 저조한 1‘29“768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했다. 폴 포지션은 1‘28“965를 기록한 FRD의 Philippe Descombes이, 2위는 Vertex의 March Lee(Canada)- 129"195, 3위엔 FRD의 Stephen Chau(HKG)이 랭크되었다. 사실 1위와의 차이가 0.8초나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어 벌어진 FR2000 예선에서도 Hideaki Nakao 가 1‘30“410의 기록으로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고 그 뒤를 이어 준 하라타가 1’30”960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엔 Team TEC의 Enzo Pastor(PHI)이 올랐다.

 

예선에서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한 준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듯하다. 하지만 모터 스포츠의 본고장인 영국F-3를 거친 Nakao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이경기로 다시 한번 성숙해졌으리라 확신한다.

 

Sepang (5.543km)에서는 F-3와 FR2000의 베스트 랩이 7초 가량의 차이를 보였지만 이곳 JBC
(3.86km)에서는 1.5초의 차이도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직선구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엔진의 파워가 뛰어난 F-3가 JBC 에서는 이런 이유로 FR2000을 쉽게 추월하지 못했다.

 

두 번째 이유는 T/M에 있다. F-3는 F302만 6단 시퀀셜 T/M이 장착되어 있고, F301까지는 5단 H-게이트 방식이다. 기어의 변속이 많고 코너가 많은 JBC에서는 각 코너에 맞는 기어비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FR2000이 한가지 기어비로 여러 코너를 돌아야 하는 F-3보다 유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이어의 성능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JBC에서 FR2000의 Michelin 타이어가 F-3 타이어보다는 좀 더 유리했을 것이다.

 

역사적인 AFC 11전 11시45분에 왠지 모를 흥분과 기대감이 함께 시작되었다.

 

스타트를 했지만 폴 포지션에 있던 Philippe Descombes의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 드라이브 샤프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틈을 노려 이동욱 선수는 March Lee에 이어 두 번째로 1번 코너에 진입했다. 계속해서 Marchy Lee 의 뒤를 물던 이동욱은 마침내 3랩에서 과감한 코너진입의 시도로 1위의 자리를 빼앗았다. 이후 안정된 페이스로 대한민국 모터 스포츠 역사에 일획을 긋는 우승을 차지했다. 준 하라타는 새 타이어를 장착하고 나온 Enzo Pastor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주행을 마치고 검차장으로 돌아온 이동욱 선수를 부둥켜안으며 우리 모두는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낯선 곳에 와서 겪은 마음고생들, 우리가 역사를 만든다는 자부심 등이 그 울음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AF3 Corporation과 FRD의 모든 이들이 우리가 그 동안 겪은 고통을 알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Round 12를 준비했다. 스타트를 한 후 1번 코너에서 여러 대의 차가 엉키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바로 적색기가 발령되었다. 오피셜들의 신속한 처리로 트랙은 정리되었고, 재 스타트를 알리는 녹색등이 다시 들어오고 첫 랩에서 이동욱 선수는 Mark Goddard에게 선두의 자리를 내주었다. 이번 경기 내내 가장 큰 문제였던 언더스티어가 타이어의 마모로 더욱 심해져 코너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더스티어는 심해져 Philippe Descombes에게도 추월을 허용하였다.


문제가 있는 차량의 주행을 지켜보는 미캐닉이나 엔지니어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가?


준 하라타도 2위로 달리던 중 T/M케이블에 트러블이 생겨 리타이어 하였다. 포뮬러 레이스에 참가 이후 첫 리타이어였다.

모든 경기가 끝난 이후 텅빈 트랙에 우리 스탭들이 남았다. 이동욱 선수와 함께 ‘Team
Champion 트로피를 수상하러 시상대에 올라서면서 흥분감이나 역사를 이루었다는 뿌듯한 자부심들과는 약간 다른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 한번 해보자는 생각들로 가득찬 채 트랙 위에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눈빛을 우린 주고 받았다.

글: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사진: 안진태(GPKOREA.COM 객원기자) tornado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