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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전 영화속 전기차, 왜 이제서야 세상에 나왔을까

35년전 영화속 전기차, 왜 이제서야 세상에 나왔을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9.02.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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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작 '블레이드 러너' 속 차량 스케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영화 <블레이드 러너> 원작 봤어. 거기에 나오는 그 자동차 있잖아. 그래 비오는 날 도심 속을 주행하는 그 모델들 말이야. 저런차가 실제 나올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고 이후 자동차 마니아들이 이 영화에서 나온 EV(전기차) 베이스 모델을 두고 나온 말들이다. 

누구는 당시 영화를 보고 상상 속 이미지일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SF’ 영화에서나 봄직한, 기름 한 방울 안쓰고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EV(전기차)가 이제는 ‘대중화’ 단계를 밟고 있다. 

■ 기술을 죽인 그들, 그리고 아직도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마켓 상황 

지난 1884년 영국의 발명가 토마스 파커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콘셉트 전기차를 선보이고 이후 수 많은 드로잉 아래 EV들이 선보여지고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완패’ 수준이었다면 최근 2년 새 테슬라와 토요타,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아우디, 심지어 페라리 등 슈퍼카들도 전기차를 내고 있다. 말그대로 대세이자 최상위 친환경차로 평가받고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기차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존 산업들이 품고 있던 기득권 세력들에 밀려 대중화 단계를 오롯이 넘지 못했던 모델들이 있었다는 점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컨대 지엠의 ‘EV1’이 대표 사례인데 구글링을 통해 찾아보면 알수 있 듯 이 EV는 ‘불운’의 전기차였다. 이미 전기차 충전기술까지 1990년대 갖추었지만 대량 생산 초기 단계에서 ‘거친 사막’에다 모두 내다버리는 처량한 EV 신세로 사라진 모델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광고 영상을 찾아보면 이 모델은 첨단의 혁신을 이룬 차량이었으나 지난 2003년 조기 단종됐다. 이유는 두려웠기 때문이다. EV의 득세가 모든 관련 자동차 유관 산업을 송두리째 바꿀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 1990년 중반에 EV1의 등장은 가솔린 차량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메이커들과 정유 업계에선 반드시 ‘없어져야할’ 못된 메카니즘이었고 플랫폼이었다. 오죽하면 ‘충전하다 폭발할 수 있는 전기차’ 등으로 낙인찍으며 아예 탄생과 성장을 저지했으니 성장 산업이 마켓 논리로 멈춘 형국이었다.  

영화로 나온 EV1 이야기 

결국 이러한 기득권 세력들의 추태와 오판으로 ‘EV1’은 사라졌고 이젠 일부 자동차를 좀 안다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이름 정도만 남아있다. 대중화된 EV의 조상격 모델임에도 쓸쓸하고 짧은 프로덕트라이트사이클(PLC)를 보낸 것. 

돌이켜 보면 EV1은 표면적으로는 고효율 배터리 기술력의 부족이었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를 팔아야만 했던 정유업계들이  전혀 다른 세상을 지향한 탓에 사리진 EV였다.

그 후로부터 수 십년이 지난 현재에 우리는 수 많은 EV들을 전 세계 모터쇼에서 만나 기념 사진 촬영을 찍고 있다. 또 제원을 줄줄 외우고, 도로를 시속 180km 이상으로 내달리고 있는 EV들을 보고 있다. 

BMW나 폭스바겐, 토요타, 시트로엥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모두 소형·준중형·중형·대형 세단은 물론 시속 200km 이상을 넘나드는 스포츠 전기차까지도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다. 시트로엥의 전기레이싱카인 ‘서볼트(SURVOLT)’와 르노의 ‘드지르’(DeZir), 아우디의 ‘e-트론’ 등이 스포츠 EV 모델들의 대표 주자들이다. 

이러한 기조는 정보·통신기술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인 ‘팍스콘’과 ‘구글’도 전기차에서 미래를 보고 있는지 오래다. 

특히 구글은 수년 안에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겉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드는데 공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아예 ‘전기차 생산’ 업체를 사업 항목에 추가할 예정이다.

BYD e6

팍스콘도 기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기차들의 가격대가 통상 5~7만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중저가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 중국 완성차 업체인 BYD는 이미 순수 전기차 ‘e6’ 등 e시리즈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에도 범국가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고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재 중 하나인 배터리 제조 기술력이 눈에 띄일 정도로 향상시켰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EV, 현주소 우리는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중국보다 약간 앞선 기술력을 갖춘 국내 선수들은 수소셀전기차 넥쏘에 기아차 니로EV, 르노삼성 트위지, SM3Z.E. 한국지엠 볼트EV 등으로 나름의 역량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도 충전 인프라 구축 단계는 걸음마 수준이다. 중국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성큼 성큼 나가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충전 인프라 대중화는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르노삼성 트위지
한국지엠 볼트EV

시장은 변했고, 수요는 폭발하고 있고 메이커들은 너도나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돈을 풀면서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장이 커질 수 있는 모든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충전 플랫폼이 제공돼야만 부담없는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을 방해하는 최대 장애물로 ‘고속 충전소’ 부족 문제를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될 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 넥쏘

전기차 배터리 충전 플랫폼 구축 업계 한 관계자는 “EV1이 사라지고 수 십년 만에 다시 EV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도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성은 여전하다”며 “마치 예전에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모든 IT 성장 산업이 죽을 수 있다고 걱정했던 것과 같은 논리를 세우고 있지만 EV는 되레 시장을 키우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리 기술력을 부러워할 만큼 수소차 부분에선 전세계 1위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 기술은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글로벌 우위 산업들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지피코리아 김수연 기자 autokim@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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