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의 피트 개러지 뒤의 공간을 부르는 특정한 이름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패독”이다. 그러면 그 이름의 기원은?

패독은 “잔디(turf)”에서 유래된 말이다. 혹시 경마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경마장 잔디에는 마구간에서 경주장까지 가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은 말에 안장을 얹고 주인들이 말과 조우하는 공간이다. 간단히 말해 말들이 경주를 준비하는 장소인 것이다.

예전부터 포뮬러1 레이싱에서는 이런 공간을 “패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서킷은 경주장, 레이싱카는 경주마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F1 패독에 각 팀들은 자신들의 게스트들과 연회를 벌이는 시설을 갖추게 되며 스탭들은 업무적인 일들을 처리한다. 이 시설을 “모터홈”이라 부른다. 이것은 꽤 큰 구조물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설을 어떻게 패독까지 운반해 올 수 있을까?

이것은 육로를 통해 운송되는데, 그 기본 구조물들이 그 곳으로 이송된다. 그 구조물은 ‘조립형 키트(DIY kit)’ 형태로 안전한 육상을 통해 운송된다. 애니메이션에서 “변~신!”이라고 외치면서 다른 모양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같은 것들을 상상해 보시라. TV에서 흔히 보던 “모터홈”이 바로 그것이다.

▲ 르노F1 팀 모터홈. I 사진=르노F1

레이스가 시작하기 일주일 전의 패독은 매우 재미있다. 일주일 전에 각 팀의 모터홈들이 ‘변신’하느라 붐비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신 가능한 구조물은 “모터홈”이라는 이름처럼 육로를 통해 이송된다. 사실 변신 전 이 차량들은 일반 트레일러라고 보면 된다. 항공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를 떠올리시면 된다. 그러나 모터홈과 트레일러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외관과 컨테이너 장식에 있다. 모터홈은 정말 죽여주는 물건이다. 두 개의 차가 가로 세로로 뻗어 합체해서 큰 건물로 변신하는 것이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F1의 세계에서 산 마리노 그랑프리는 유럽 라운드의 오프닝 레이스라 할 수 있다. 이 경기에서는 피트 개러지 뒤에서는 모터홈에 세 대 이상의 트럭이 모여 있는 광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트럭들은 ‘수송차’ 라고 불리는데, 유럽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차들이다.

▲ 르노F1 팀 수송차. I 사진=르노F1

수송차에는 지붕에 매우 긴 기둥이 있다. 이것이 안테나이다. 트랙 위의 레이싱카들은 무선 전파를 통해 이 수송차의 안테나로 매우 많은 정보를 전송한다. 수송차들은 레이스 시 팀의 차량이 경주하는 선명한 사진을 받기 위해 내부에 온갖 종류의 전기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드라이버가 저지르는 실수도 이 기기들을 통해 잡아낼 수가 있어서, “브레이크를 좀 더 늦게 잡아!” 내지는 “그게 아니야! 거기서 액셀레이터를 멈추면 안되지!”라는 등의 코멘트를 할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 팀 당 세대의 수송차라는 것은 공장에서 레이스 써킷까지 차량 석 대를 운반하는데 사용되던 것들이다. 그러나 현재는 레이스에 관계된 모든 장비들(자동차와 부품, 심지어 사무소까지 포함)은 이 수송차를 이용해 유럽을 이동한다. 공장 전체를 움직이는 데에는 원래보다 더 많은 수송차가 필요하다.

덧붙이자면 수송차의 목적은 경기 자체를 위한 것이고, 모터홈은 식사와 비즈니스, 홍보 활동(그리고 드라이버 개인 숙소 제공)을 위한 것이다. 컴퓨터의 부품에 이들 차량을 비유하면 수송차는 하드웨어, 모터홈은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가격? 가격이 알고 싶다고? 가격은!

뭐, 내 월급 전체를 털어도 거기에 속옷 케이스 넣을 제일 작은 방 하나 임대하기도 불가능한 정도다.

/테츠 츠가와(모터스포츠 저널리스트/前 베네통 포뮬라1팀 메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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