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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4 경주차 실제 타보니 '포박 당한, 인간 미사일'

포뮬러4 경주차 실제 타보니 '포박 당한, 인간 미사일'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9.09.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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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모든 스포츠는 기구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골프나 테니스는 내 팔이 골프채와 이어져 한 몸이 된 느낌으로 쳐야 하고, 사이클 역시 나의 몸통이 그대로 자전거와 하나가 돼야 한다.

오픈휠 레이싱카인 포뮬러4(F4)에 오르는 순간부터 바퀴는 내 발이 되고, 엔진은 나의 허리가 된다. 몸통은 그야말로 F4 경주차의 섀시와 하나가 된다.

지난 14일 비행기로 6시간을 날아가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으로 이동한 후 미쉐린 가족들의 환대를 받았다. 이곳에서 포뮬러 경주차를 타고 직접 서킷을 질주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미쉐린 패션 익스피리언스’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드디어 내 눈 앞에 포뮬러카가 있다.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간다고? 시트가 딱 봐도 너무 좁다. 거의 몸을 억지로 구겨 넣는 수준이다. 이어 6점식 안전벨트까지 간신히 체결을 하고 다시 꽉 조인다. 아~ 몸이 완전히 포박 당한 느낌이다. 아니 포박 보다 더한 수준의 압박감이다.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팔과 손, 그리고 엔진 소음진동 만으로 초고속을 달려야 한다. 변속은 당연히 패들시프트다. 한국에서 패들시프트로 시승을 자주 했지만 그 보다 훨씬 빠르고 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

게다가 무더운 날씨에 원피스형 레이싱 슈트를 입었고, 손엔 두툼한 장갑까지 꼈다. 삐질삐질 땀이 나지만 극도의 긴장감에 체온은 두번째 문제다.

레이싱 슈즈의 바닥은 얇은 고무창으로 돼 있어 클러치, 브레이크, 악셀 페달의 느낌이 예민하다. 이제 출발할 차례다. 앞 차를 따라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민감한 클러치 때문에 차량이 울컥울컥 한다.

속도가 나기 시작하자 매끈하게 미끌어진다. 두근 두근 심장 박동수도 따라 올라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소위 핸들이라 부르는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가 휙휙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시속 150km까지 찍었다. 체감속도는 2배정도 빠른 느낌이다. 국내에서 소위 레이싱 밥을 먹었던 본 기자도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야말로 국산 포뮬러와 투어링카로 대회를 나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모든 게 예민하고 시야 확보도 좁아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거의 절반은 누워서 고속주행을 하는 이 순간의 느낌은 정말 내가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랄까. 특히 이곳은 실제 F1 레이스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이 아닌가. 물론 메인코스가 아닌 2km 길이의 서브코스지만 마치 루이스 해밀턴이 된 기분이다.

온 몸의 감각만으로 서킷에 누워 시속 200km를 달린다. 스티어링휠에 rpm 게이지가 가려져 소리와 엉덩이 진동 만으로 기어변속을 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다.

이번엔 급제동 테스트다. 역시 가속하는 것 만큼 떨린다. 고속주행시 급브레이크에 도전했다. 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생각보다 높은 안정성이다. 역시 극도로 낮은 무게중심 덕분이다. 다시 한번 급제동을 해도 브레이킹 락이 걸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원하는 만큼만 속도를 줄여준다.

무려 10바퀴를 돌고 온몸에 힘이 쫙 빠졌다. 이건 어느 스포츠 보다 격렬한 익스트림 스포츠가 틀림없다. 평소 카트로 기본기를 다졌기에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했다.  

F4 머신은 F1 입성을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의 포뮬러 입문용 경주차다. 클러치는 출발 때만 사용하고 스티어링 휠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변속한다. 타이어는 레이싱 전용 미쉐린 슬릭타이어를 적용해 최고의 그립력과 제동력을 보여준다.

F4 머신은 탄소섬유 차체로 공차무게가 470㎏이며, 최고출력은 141마력이다. 경주차 기술력 만큼 타이어의 과학을 몸소 확인한 F4 테스트였다. 트레드가 없는 슬릭타이어는 무시무시한 가속감과 헤어핀에서 미친 접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앞섰다고 자부하는 미쉐린의 기술력을 몸소 검증한 꿈같은 하루였던 셈이다.

/말레이시아(세팡)=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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