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말리부 2.4 `가을, 따끈한 로즈마리 차 한잔`
[시승] 말리부 2.4 `가을, 따끈한 로즈마리 차 한잔`
  • 지피코리아
  • 승인 2013.11.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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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안정성에 별표 다섯개 주고 싶은 심정"…어떤 코너도 거침없이 파고들어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차가 있다. 반면 운전석에 앉으면 다른 차를 제치고 싶은 추월 욕망이 불타오르는 차도 있다.

국내 시장에 다양하고 개성있는 국내외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이런 상반된 성향은 더욱 명명백백 갈리고 있다. 다행히 말리부 2.4 모델은 개인적으로 기자가 좋아하는 싸늘한 가을날 따끈한 로즈마리 차 한잔처럼 편안했다.


똑같이 '차'라고 불리는 동음이의어지만 모양과 용도가 완전히 다른 '차'. 하지만 안정감과 차분함을 준다는 점에서 이번엔 공통점을 찾은 기분이다. 입체적인 남성적 외관만 아니라면 딱 좋았을 텐데.

편안하다는 건 부드럽고 묵직하다는 다른 표현이다. 또, 스트레스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리부 2.4는 슉슉 재빨리 치고 나가는 요즘의 디젤 승용이나 고배기량의 터보차는 아니다. 제원상의 수치도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의외의 달리기 성능으로 놀라게 만든다.

대신 제원표의 토크와 마력에 거짓은 없었다. 토크는 23.0kg.m로 경쟁사의 2.4 모델보다 조금 낮다. 하지만 순간적인 힘도 크고 170마력이란 수치도 무색할 정도로 진득하게 가속된다. 무거운 차체를 지니고도 이 정도로 잘 달리는 건 공기저항을 줄인 디자인도 한몫 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속도계가 스르륵 부드럽게 올라가 꽤 높은 고속까지 주저 없이 치고 나갔다. 안정된 핸들링과 정숙성이 그대로 유지돼 이렇게 높은 속도인지 계기판을 보고서야 알았다. 페달을 풀지 않고 더욱 속도를 높였지만 끝까지 불안감은 느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차선을 이리저리 오가는 추월에는 소질이 부족한 녀석이지만 중장거리 스프린터처럼 묵직하고 푸근하게 초고속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거기다 국내 최강의 외관 강성을 지녔다는 사실은 마음을 더욱 든든하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코너링에 소질이 없는 차일까?


살랑이는 바람에 단풍잎 떨어지는 산길에서도 말리부의 드라이빙은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반경이 작은 코너에서도 거리낌없이 코너를 파고든다. 게다가 전륜구동 세단 답지 않게 깔끔한 움직임을 보인다. 짧은 휠베이스와 18인치 휠,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가 뒷받침해주는 덕분이다.

국내 동급 경쟁차들과 비교했을 때도 모자람이 없다. 저속 성능은 비슷했지만 고속에서 남다른 스티어링휠의 안정성, 그리고 고속안정성에 별표 다섯개를 주고 싶은 심정이다. 여기다 자동6단의 부드러운 변속감과 서스펜션의 훌륭한 충격흡수력까지 합쳐지니 높은 주행안정성을 유지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시원시원하다. 센터페시아에 정렬된 다이얼은 큼직큼직 크기 차이를 확실히 주어 심플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이아를 중심으로 대시보드를 받치는 인테리어 역시 새의 양 날개를 연상시키듯 시원스레 뻗었다. 밤에는 무드램프도 켜진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장비도 만족스럽다. 사각지대 경보시스템과 차선이탈 경고장치 등이 위험 상황을 사전에 방지해준다. 뒷좌석은 열선시트와 에어벤트가 마련돼있고, 언제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이오나이저 공기청정기까지 갖췄다.


여기에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MyLink)를 새롭게 적용했다. 말리부의 마이링크는 후방 카메라 기능과 음성 인식을 통한 차량 및 인포테인먼트 제어는 물론, 스마트폰 수신 문자를 읽어주고 빠른 회신을 가능하게 하는 문자서비스 등 첨단 기능까지 갖췄다.


고속도로 위주로 약 400km 거리를 달리면서 연비는 12km/l를 넘어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다. 운전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주행성능과 연비가 결정되는구나 느끼게 하는 말리부였다.

말리부 2.4는 모든 면에서 스트레스가 없었다. 카페에서 즐기는 차 한잔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내년초 출시 예정인 말리부 2.0 터보 디젤 모델은 다소 부족했던 저속 주행성능은 물론 연비까지 확 높였다고 한다. 디젤엔진의 강점인 높은 토크와 연비가 모두 향상돼 기대가 크다.

힘은 세지고 디자인은 날렵해진다는 2014 신모델도 로즈마리향의 편안함은 잃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한국지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