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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역사와 아카데미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

한국영화 역사와 아카데미 역사를 다시 쓴 '기생충'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0.02.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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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기생충'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2월 9일(일)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Dolby Theater)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필두로 10여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기록적인 수상 행진을 이어왔던 '기생충'은 마침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였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첫 번째는 1946년 빌리 와이더 감독의 '잃어버린 주말', 두 번째는 1955년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로 제8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 2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생충'은 이번 ‘작품상’ 수상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영화사에 남을 한 획을 긋게 됐다.

전 세계가 지켜봤던 이 날 시상식에서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오네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일단 너무 기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Thank you"라고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감독 출신으로는 역대 2번째. 역대 아카데미 수상자 중 아시아인으로는 이안 감독이 유일했다. 이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과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두 번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Thank you.(감사합니다) 좀 전에 국제 영화상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릴랙스하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 그 말은 That quote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그런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었고요. 저의 영화를 아직 미국의 관객들이나 사람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해 줬던 Quentin(쿠엔틴 타란티노) 형님이 계신데 정말 사랑합니다. Quentin I love you.(쿠엔틴 타란티노 사랑합니다)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우리 토드(토드 필립스, '조커' 감독)나 샘(샘 멘데스, '1917' 감독)이나 다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인데. 이 트로피를 정말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렇게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Thank you I will drink until next morning. Thank you”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또한 '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비(非)영어 영화의 ‘각본상’ 수상은 2002년에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8년만. 이번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후보작들과 경쟁해 ‘아시아 영화 최초 각본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 후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들로 영화팬들을 매료시켜왔다.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기생충'에서도 면면이 이어졌고, 이는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의 경우 작년 10월 11일 북미 개봉과 함께 '기생충'은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봉하이브’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팬덤을 양산했다. 또한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이른바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이라 불리는 전미 비평가협회(작품상, 각본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서의 주요 부문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 미국 작가조합(WGA),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미국 영화편집자협회에서 주는 최고상들을 잇달아 수상하며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의 북미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10일 현재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35,472,282,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은 $165,362,304을 기록 중이다. 상영관은 총 1,060개. 현재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의 대기록이다. 종전 6위는 2001년에 개봉한 '아멜리에'($33,225,499)였다. 5위는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34,615)인데, 이 기록 역시 '기생충'이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기생충'이 개봉된 국가는 미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독일,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스웨덴, 멕시코, 일본, 인도, 영국 등 총 67개국이다.

/지피코리아 박한용 기자 qkrgks77@gpkorea.com, 사진 제공 : ©A.M.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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