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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도도한 고양이` 푸조 208 펠린 1.6 e-HDi

[시승]`도도한 고양이` 푸조 208 펠린 1.6 e-HDi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3.11.15 08:14
  • 수정 2013.12.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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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털을 쓰다듬듯 부드러운 리듬으로 조작해야...1,560cc 디젤 터보 92마력


펠린(feline)은 프랑스어로 고양이과, 고양이 같은, 또는 고양이처럼 동작이 유연한 모습을 뜻하는 여성형 형용사다. 2013 푸조 208 펠린은 고양이처럼 유연하면서도 아주 도도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존재를 뽐냈다.

푸조 208의 첫 느낌은 한마디로 작다는 것.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가 85mm나 줄어 한 단계 아래 급으로 보일 정도다. 오버행도 짧아 이 작은 차체에 1.6 디젤 엔진과 5인승 공간을 모두 담았다니 놀라웠다.


새 208에 담긴 기본 개념은 민첩성과 효율성이라고 한다. 직접 운전을 해보니 아주 적절한 표현이었다. 푸조는 아주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우선 무게가 전 모델보다 100kg이나 줄었다. 움직임이 마치 어린 시절 타고 놀던 장난감 차 붕붕이 같다. 발을 신나게 구르며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던 그 때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꺾고 페달을 밟으면 그만이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560cc 디젤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92마력(4,000rpm)에 최대토크가 무려 27.5kgm(1,750rpm). 1,090kg 몸무게에 이 정도 엔진을 갖췄으니 날쌘 고양이처럼 회전이 가볍다.

6단 MCP 전자제어 자동변속기는 급해진 마음을 이내 가라앉힌다. 느린 변속시간은 마치 나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듯 하다. 성격이 급해서 괴롭히듯 몰면 안 된다. 고양이 털을 쓰다듬듯 부드러운 리듬으로 조작해야 한다.


MCP는 기계적으로 수동변속기이기 때문에 변속되는 순간 가속 페달을 살짝 뗐다 밟아주면 부드럽게 나간다. 일단 변속되고 나면 가속은 빠르기 때문에, 수동모드에서 시프트 패들로 직접 변속하면 굉장히 스포티한 느낌을 선사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8.8km로 아주 뛰어나다. 특히 스톱 앤 스타트의 작동은 정말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엔진이 멈춰도 배터리에 의해 모든 조작이 그대로 가능해, 차가 탄력으로 움직일 때는 마치 전기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다.


댐핑은 부드럽고 움직임이 크다. 195/55 16인치 사이즈의 타이어는 다소 격한 코너링에서 버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안전하게 착지하는 고양이 마냥 반동이나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어 안정적인 느낌이다.

직경이 작아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가볍고 반응이 빠르다. 하체 부품들이 단단하게 버티며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켜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 덕분에 차가 노면에 꽂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속이 잘 된다.
 

탈출구간이 보이지 않거나 반경이 작은 코너에서 시야를 가리는 A필러는 독이다. 208은 보닛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A필러가 앞으로 뻗어있어 옆 창문으로 코너안쪽을 바라보며 주행할 수 있었다.

실내는 플랫폼이 같은 시트로엥 DS3가 떠오르는 공간감이다. 글로브박스의 생김새나 깊이도 거의 같다. 슈퍼미니라 불리는 B세그먼트 차종답다. 센터페시아는 플로팅 라디에이터 그릴을 닮아서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통 차들과 달리 계기판이 스티어링 휠 위쪽 너머로 보이는 헤드-업 스타일이다. 전방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훌륭하게 시인성을 확보했다. 독특한 그래픽의 시트는 좁은 방석과 높은 포지션, 열선 등을 갖춰 여성을 배려한 느낌이다.

내비게이션은 오디오가 아닌 자체 스피커를 사용하며 DMB도 나온다. 다만 수신이 잘 안 돼 자주 끊긴다. 블루투스 핸즈프리와 오디오 스트리밍 기능은 기본.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따스한 가을 햇살을 실내에 담아내기 충분했다.

시승하는 내내 나는 내가 이 차에 적응해 내 마음대로 조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990만원 가격에 작지만 알찬 푸조 208은 내게 도도하게 말했다. 내가 너를 길들인 거라고. ‘네가 인간이냥. 너를 나의 집사로 임명하마. 나를 섬겨라.’

/시승 글 강민재(카레이서), 정리=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한불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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