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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붉은 빛의 아드레날린` 페라리 458 스파이더

[시승] `붉은 빛의 아드레날린` 페라리 458 스파이더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3.11.23 08:52
  • 수정 2013.12.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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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기술력 담은 지상 위의 전투기…일상에도 어울리는 슈퍼카


'페라리'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정열적인 붉은 차체를 보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며 심장이 두근거렸다. 페라리 458 스파이더는 마치 출격을 기다리는 전투기처럼 숨죽이고 있었다.

운전석에 들어서니 땅바닥에 앉는 듯 아주 낮다. 모든 버튼은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있고, 시트와 대시보드는 콕피트처럼 몸을 감싼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으로 시동을 걸었다. V8 4,499cc 가솔린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이 크게 포효하더니 이내 차분해진다.


오른쪽 시프트 패들로 1단을 넣고 출발했다. 낮은 지상고 때문에 시내의 과속방지턱을 다 쓸고 다닐 것 같았지만 천천히 넘어다니니 아무 문제없었다. 에쿠스(1,890mm), 스타렉스(1,920mm)보다 넓은 폭(1,937mm)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7단 F1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말을 다루듯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자동모드에서도 빠른 변속과 가속감을 보이지만 적응되니 승용차처럼 부드럽게 몰 수 있었다. 후진기어는 ‘R’버튼으로 이용하며, 좌우 패들을 함께 누르면 중립 상태가 된다. 런치 컨트롤인 ‘PS’버튼은 트랙에서나 필요하다.


시내를 벗어나 정속 주행에 들어갔다. 시속 100km에서 2,500rpm을 유지하며 의외로 아주 조신한 모습이었다.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도 계속 늘어난다. ‘내가 지금 무슨 차를 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댐퍼가 그려진 서스펜션 디커플링 버튼을 누르니 노면의 굴곡을 그대로 타고 넘던 차가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스카 같던 슈퍼카가 이렇게 쾌적하고 편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가속 페달을 밟아 2,700rpm을 넘기니 슬슬 목소리를 바꾼다. 최고출력 570마력(9,000rpm) 최대토크 55.0kgm(6,000rpm) 엔진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터널에서는 운전석 뒤쪽 유리창 형태의 전동식 윈드-스톱을 내렸다. 시프트 다운으로 엔진을 재촉하며 9,000rpm까지 올리자 고막을 자극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율이 일고 가슴이 뻥 뚫렸다.

458 스파이더는 속도를 올릴수록 다운포스가 발생해 더 안정적이다. 시속 200km에서 140kg의 다운포스가 발생하는 458 이탈리아보다 공력성능이 12퍼센트나 더 효율적이라고 하니, 도로 위의 F1 머신이 따로 없다.


전투기의 선회기동 성능을 맛보기에 앞서, 주행모드 설정 다이얼인 마네티노를 기본 주행모드인 스포츠에서 레이스 모드로 변경했다. 모니터에 VDA가 활성화되며 타이어, 브레이크, 엔진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읽어 웜업(예열)-고(적절)-오버(과열) 등 3가지 상태로 나타냈다.

마네티노를 CT OFF, ESC OFF까지 돌리면 E-Diff3, F1-Trac 등 구동력과 차체유지제어 장치의 세팅 이 변경되고, 게임 속 화면처럼 이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웨트로 돌리면 접지력이 떨어지는 노면에서 댐퍼를 항상 부드럽게 유지하며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빠른 만큼 브레이크도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여태껏 경험한 차들 중 가장 반응이 빠르고 잘 들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알루미늄 캘리퍼 속 피스톤을 미리 움직여 디스크에 접촉시키는 프리필 기능으로 공주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카본 세라믹 디스크는 열이 오르지 않으면 평상시처럼 밟았을 때 밀리는 듯한 느낌이 준다. 하지만 더 강하게 밟으면 앞 6개, 뒤 4개의 피스톤이 꽉 잡아주니, 하이드로백이 없는 경주차처럼 단단하게 저항하면서도 잘 선다. 차체무게배분(42:58)도 브레이킹 시 안정적인 자세에 도움을 준다.


스티어링 휠은 마치 고급 승용차를 몰 듯 힘들이지 않고 쉽고 편하게 돌릴 수 있었다. 조향비가 F430보다 30퍼센트 줄어든 만큼 직관적인 느낌이 강했다. 림의 직경이 큰 덕분에 미세하게 조작하기도 편했다.

코너에서는 마치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깔끔하고 빠르게 돌아갔다. 코너 중간에서 탈출 방향을 조준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궤도를 잡아가더니 미사일을 쏜 것처럼 그 방향으로 정확히 튀어나간다. 미끄러짐이 잘 억제되고 직진 가속 시의 안정성이 훌륭했다.


운전에 방해가 될만한 것들은 스티어링 휠로 옮겨놓았다. 방향지시등, 상향등, 와이퍼조절장치까지 모두 버튼으로 장착됐다. 7,000rpm부터 들어오는 LED 인디케이터도 림 상단에 갖췄다. 차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 역시 멀지 않다.

이렇게 운전에 최적화된 환경이 만들어진 건 바로 F1 7회 챔피언 미하엘 슈마허가 인테리어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스파이더의 차체는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을 맡았고, 그 안에는 페라리가 F1무대에서 갈고 닦은 기술력이 가득 담겨있다. 즉, 페라리 458 스파이더는 차에 관한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뚜껑을 열고 열을 식혀보았다. 정차상태에서 14초 만에 쿠페에서 로드스터로 변했다. 모터사이클을 타듯 낙엽과 바람을 그대로 느끼며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슈퍼카와 바람과 내가 하나 되는 삼위일체의 경지를 맛보았다고나 할까?

앞쪽의 58리터 트렁크는 짐을 실으면 노면에 닿을 것처럼 아래로 깊숙하다. 시트 뒤에는 제법 큰 가방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실내는 카본과 가죽의 하모니다. 부드러운 시트는 열선까지 갖췄고 운전석은 메모리 기능도 있다. 후진을 돕는 후방카메라도 달렸다.

458 스파이더는 페라리가 운전이 어렵고 타고 다니기 불편한 슈퍼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빠른 성능으로 일탈을 선사하고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여유롭고 편안한 일상에도 어울리는 슈퍼카, 그것이 바로 페라리 458 스파이더였다.

/시승 글=강민재(카레이서), 시승 정리=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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