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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전기차 미래를 봤다'

[시승기]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전기차 미래를 봤다'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0.07.2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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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첫 번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트론 55 콰트로’의 경쾌한 주행 능력에 감탄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키를 갖고 e-트론에 접근할 때부터 이 녀석은 차주에게 인사를 시작한다. 유려한 미래적 디자인으로 라인을 형성한 e-트론의 도어를 여는 순간 운전자는 진정한 미래 전기차, 아니 모빌리티 전자제품 속으로 탑승하게 된다.

모든 것이 전자식이다. 전기와 기계 장치류의 조합으로 프레임과 섀시를 빼면 그냥 전자제품이다. 과거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의 느낌이랄까.

전원을 켜고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아무 소리나 진동이 없다. 그냥 전자제품일 뿐이니 어떤 소리도 나선 안되는 게 정상이다. 시동이 아니라 이제 '전원'을 'ON' 한다고 표현해야 맞다.

사이드 미러는 모니터를 통해 화상으로 보여진다. 차선을 이동하기 위해선 아직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 후방의 차량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 지 알아채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능을 적용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 전기차는 이러한 전후방 카메라에 의존해 자율주행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에게 제대로 보이든 말든 상관없이 이 기능은 앞으로 모든 전기차의 핵심 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앞 차의 위치를 읽고 뒷 차의 움직임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행 감성은 훌륭하다. 엔진을 가진 자동차들이 그렇게들 앞다퉈 만들어 내고자 했던 매끈하고 폭발적 주행 질감을 단번에 이뤄냈다. 악셀러레이터는 그냥 발로 작동하는 스위치일 뿐이다. 밟는 순간 우상향 곡선이 아니라 수직 최고점을 찍는다고 이해해야 한다.

e-트론에는 두 개의 전기 모터가 차량의 전방 및 후방 액슬에 각각 탑재되어 합산 최고출력 360마력(부스트 모드 사용시 408마력)과 57.2kg.m(부스트 모드 사용시 67.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최대 토크와 최대 출력이 단번에 뿜어져 나오는 시스템이다.  엔진회전수(RPM) 계기판을 보면서 클러치를 밟아가며 변속을 했던 '원시적인'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대형 서큘레이터 같은 걸 그릴 바로 뒤에 설치할 필요도 사라졌다. 필요하다면 그냥 노트북에서 윙~ 소리가 날 정도의 냉각팬만 설치하면 끝이다. 

다만 차체 무게는 기대 밖으로 과도하게 무겁다. 그 작은 아이폰에 폰, 카메라, 터치, 스피커를 집약시키고도 완전히 가벼웠던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2.2톤의 e-트론이다.

이처럼 경량화를 방해한 것은 바로 차량 맨 밑바닥에 촘촘히 박아넣은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초경량화와 초슬림화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원시적인 크기와 무게이지만 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쓸데없이 크고 무거운 배터리 덕분에 주행하는 전자제품의 무게중심이 아주 잘 잡혔다. 직진 급가속을 하면 마치 날으는 마법의 양탄자 처럼 맨 밑바닥 차체 프레임이 먼저 확 앞으로 뛰쳐나가는 기분이다.

코너링에서는 두 말할 필요없다. 아주 단단하고 날카롭게 방향전환을 이뤄낸다. 무거운 납덩이가 차량 맨 밑바닥에 깔렸으니 엔진 자동차와는 주행 감성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회사 보다는 삼성이나 LG 또는 애플이 자동차를 가장 잘 만드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전기와 모터, 그리고 장치류 산업이 주력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미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위해 80억달러 투자를 단행한 것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물론 GPS와 통신을 잘 다루는 구글이나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 등도 자동차 회사로 크게 성장할 것이 당연시 된다. 프레임, 모터, 배터리, 통신이 모인 종합 전자제품인 셈이다. 이 모든 산업의 이해가 e-트론을 통해 보여진 시승이었던 셈이다.

물론 자동차 부품에서 가져올 부분도 많다. 브레이크 시스템이나 에어 서스펜션 등은 대표적 기존 자동차산업에서 그대로 가져와야 할 필수요소다. 또 차체 크기 조절을 통해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요소들도 그대로 중요시 된다. e-트론의 전장은 4900㎜, 전폭은 1935㎜, 전고는 1685㎜, 휠베이스는 2928㎜다.

문제는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다. e-트론의 경우는 공인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307km) 또는 이를 살짝 넘어서는 실주행 거리를 기록했다. 강원도 홍천 일대 90km 구간에서 시승을 거치며 엔진 자동차를 훌쩍 뛰어넘는 주행성능과 안정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있는 느낌이다. 

회생제동 패들 쉬프트나 엔진브레이크 사용시는 물론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에도 에너지가 회수되는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공인 전비는 3.0km/kWh이지만 실제 주행 전비는 약 4.2km/kWh를 기록했다.

높은 가격(1억1700만 원) 역시 대중화를 거치면서 점차 낮아질 것이며,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아우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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