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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글래디에이터 '힘과 부드러움, 다 가진 검투사'

[시승기] 지프 글래디에이터 '힘과 부드러움, 다 가진 검투사'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0.10.09 08:29
  • 수정 2020.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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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는 힘이 있다. 이름을 짓는 사람의 생각과 희망, 때로는 탄생의 역사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지프(JEEP)는 오프로드 자동차의 대명사다. 세계대전에서 명성을 떨쳤던 선대의 DNA를 물려 받아 근육질의 남자 심지어 마초의 느낌을 주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고대 로마의 검투사를 뜻한다. 요즘은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았던 동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올 뉴 지프 글래디에이터도 이름에 모든 게 담겨 있다. 역시 힘이 느껴진다. 실제 차를 안 본 사람도 이름만 듣고 어떤 성향의 차인지 가늠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초까지 트럭을 생산했던 경험이 있는 지프가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다. 2018년 LA오토쇼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매니아들은 열광했다. 지프 랭글러가 주는 감성, 야성, 개방감, 독특함에 견고함과 활용성, 기능성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17일부터 사전계약을 했는데 2주만에 올해 인도가능한 300대 계약이 마감됐다고 한다. 물량이 더 있었더라도 비슷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기대을 받았다는 뜻이다.

청명한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글래디에이터를 타고 경반분교를 찾았다. 온로드에서의 주행감이 예상과는 달랐다. 10년전부터 랭글러를 탔던 지인이 “이건 완전히 종자가 다른 녀석”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로에서 신호에 대기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어, 저 차는 뭐지?” “저게 글래디에이터구나.” 입모양과 표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시속 100km를 순식간에 돌파한다. 전혀 무리가 없다. 

3.6L 펜타스타 V-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최고출력 284마력과 최대토크 36kg·m라는 메이커의 설명이 뭘 말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차체가 높은 세단을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행풍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장착했는데도 타이어 마찰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브레이킹도 안정적이었다. 큰 차체 때문에 차선을 변경할 때는 신경이 쓰이긴 했다. 주차장에서 랭글러 루비콘 4도어 모델과 비교해 볼 때 앞쪽이 툭 튀어나왔던 게 기억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시작. 일단 운전석과 조수석의 지붕을 뜯어냈다. 각각 4개의 레버만 간단히 돌리거나 제끼면 되는 간단한 조작 방법이다.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이 쏟아졌다. 상큼한 숲의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국내 유일한 컨버터블 픽업이 글래디에이터만의 강점이라고 할 만했다.

첫번째 물길을 건너는데, 그야말로 후루룩 지나간다. 몇달전 국산 SUV가 물속 돌틈에 바퀴가 걸리는 바람에 한참을 헤매다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던 게 떠올랐다. 좁은 임도길을 달리는데 차폭이 거슬리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맞은 편에서 차가 올 때 좁은 공간으로 피해줄 때 차의 궤적이 신경쓰이긴 했다. 하지만 후방카메라와 전후센서의 도움이 있어 별 문제없이 교행할 수 있었다.

점점 험한 길이 나타났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기분 좋은 꿀렁거림이 느껴졌다. 차 밑바닥이 긁힐 걱정도, 쇼바가 터질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어지간한 바위는 그냥 타고 넘을 수 있었다. 

오프로드에서 그토록 부드러운 승차감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호랑이도 잡아죽이는 강인함과 따뜻한 인간미를 겸비했던 모습을 보여준 러셀 크로우가 떠올랐다.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픽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153x145x45cm의 적재함은 요즘 유행하는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그야말로 ‘때려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위쪽으로 지지대를 설치하고 루프탑 텐트를 올리면 못 가는 곳이 없는 이동주택으로 변신 가능하다. 

적재함에는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이나 자전거, ATV 등을 싣고 다닐 수 있다. 미국에서는 선택사양인 ‘스프레이 온 베드라이너(Spray-on Bedliner)’가 시공돼 있다. 특수코팅 처리해서 방수는 물론 흠집과 미끄럼 방지를 하는 목적이다. 

올뉴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의 국내 판매 가격은 699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이다. 취득세를 낼 때도 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차량가격의 5%다. ‘오프로드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릴 만한 차량이 이런 혜택까지 볼 수 있다는 건 구매자 입장에선 큰 축복일 것 같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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