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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속 태극기는 울었다.’

‘주머니속 태극기는 울었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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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의 2004 포뮬러BMW아시아 제 3,4전 일지]

유경욱, 생애 첫 폴포지션… 눈물 머금고 아쉬운 2위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세팡 경기장에서 JGTC(Japan Grand Touringcar Championship) 서포트 레이스로 치러진 ‘포뮬러BMW아시아’ 제 3,4전에서 유경욱(22, BMWKorea-이레인)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바레인 개막전과 2전에 이어 기대했던 시상대 가운데 자리를 다시 한번 마치 리(홍콩, Meritus)에게 넘겨주는 아쉬운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18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한 예선 경기. 유경욱은 우승에 대한 강한 집념때문이었는지 3,4전 예선기록을 각각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포뮬러BMW아시아’는 JGTC의 서포트레이스로 치러지기 때문에 단 1번의 예선결과로 베스트랩과 두 번째 베스트랩으로 각각 레이스1과 레이스2의 그리드를 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예선 시작 후 10분이 지나자 장대비는 그쳤으나 트랙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비가 올 때의 예선이 항상 그렇듯 순위는 계속해서 엎치락 뒤치락 했다. 30분 내내 1위에 오르내리던 유경욱은 마지막 랩에서 다른 차량에 막혀 1초 이상의 손해를 보았으나 2’35”871의 기록으로 체커기를 먼저 받고 랩보드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 경기전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유경욱. I 사진=이레인 신정엽

하지만 이 기쁨도 잠시. 약 2분 뒤에 체커기를 받으며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강력한 라이벌 한스 린(대만, Belgravia Motorsport)이 클리어 랩(막히지 않고 완벽하게 자신의 기량대로 끊어낸 1랩)을 기록하며 2’35”593으로 레이스1의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레이스2는 유경욱이 예선 1위에 올랐다. 예선 30분 내내 1위를 오르내린 유경욱이 두 번째 베스트 랩에서는 2’36”499로 2위 하메드알 파단(바레인, Belgravia Motorsport)과 3위 마치 리의 2’37”180을 크게 앞서며 경기 참가 이후 첫 폴포지션(예선 1위)을 차지했다.

 

이날 폴포지션은 유경욱의 첫 폴포지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드라이버가 국제 포뮬러 참가 사상 최초의 쾌거다. 예선에서 보여준 유경욱의 파이팅은 세팡 경기장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 특히 JGTC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 유경욱은 비가 내린 예선에서 생애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I 사진=이레인 신정엽

전날 예선과는 전혀 다른 말레이시아 특유의 쏟아지는 햇빛과 무더위 속에서 포뮬러 BMW 3전은 예정보다 늦어진 12시 30분에 시작됐다. 예선 마지막 랩의 아쉬움으로 2그리드에 포진하며 첫 우승을 노리던 유경욱은 스타트에서 순위를 고수하고 첫 랩을 돌 때 경주차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

코너에서 선두차 꽁무니를 바짝 몰아붙이면 직선에서 다시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경욱의 뒤에는 언제든지 시상대를 노리는 마치 리 같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선만 나오면 유경욱 뒤를 따라붙어 인, 아웃을 노리며 추월을 노렸다. 이 때문에 유경욱은 정상적인 주행을 하지 못하고 방어하는 라인을 고집해야만 했다. 2위로 달리던 유경욱은 직선주로에서 추월을 연속적으로 허용하고 4위까지 쳐지고 말았다.

 

3랩째 유경욱을 넘어 2위로 달리던 메디 버나니(모로코, Meritus)가 1번코너에서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하고 선두 한스 린을 푸싱하며 동반 자살의 길을 택했다. 유경욱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덕분에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유경욱은 경주차 이상으로 직선주로에서 마치리(가운데)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I 사진=이레인 신정엽


 

▲ 유경욱(앞)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마치리(뒤). I 사진=이레인 신정엽

레이스1이 끝나고 우리팀 전 미캐닉들이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유경욱의 경주차가 예상했던대로 문제가 있었다. 데이터상으로 확인해보니 엔진 출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실링에 문제가 생겨 윤활계통에도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레이스1이 끝난 시간은 오후 1시. 검차장에서의 대기 시간 30분, 레이스2의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45분. 이제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경주차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시간의 여유가 없어 수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드라이버를 비롯한 모든 미캐닉들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레이스2에서 유경욱의 친형인 치프미캐닉 유경사를 비롯한 모든 미캐닉들은 사상 처음으로 폴포지션에서 출발한 유경욱이 직선에서 추월당하고 다시 코너에서 추월당하는 안타까운 30분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유경욱은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1Km에 가까운 직선을 2개나 가지고 있는 세팡 경기장 특성상 엔진에 문제가 있는 이 대한민국 청년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결국 4위로 쳐졌으나 유경욱의 재치로 그나마 3위까지 올라갔다. 마지막 코너에서 황색기가 나오자 뒤에 붙은 드라이버의 가속 포인트를 늦추기 위해 살짝 브레이킹을 하는 사이, 이를 눈치 채지 못한 한스 린이 유경욱을 추월한 것이다. 결국 한스린은 경기 후 황색기 구간 추월로 1분의 페널티를 받으며 하위로 쳐졌다.

 


 

▲ 우승 체커기 받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주행하고 싶었는데... I 사진=이레인 신정엽

경기가 끝난 후 유경욱은 레이싱 수트에서 무언가를 꺼내 슬그머니 사라졌다. 가서 확인해보니 바로 태극기였다.

 

필자의 가슴이 뭉클해지며 깊은 속에서 무언지 모를 것이 눈을 통해 나왔다. 아직도 유경욱이 등을 돌리며 하던 말이 귓가를 울린다.

 

“우승 체커기 받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주행하고 싶었는데... 시상대에서도 흔들고 싶었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죠...”

 

/글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이레인팀 홈페이지: www.erainracing.com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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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BMW아시아 제 3,4전 예선 기록


Race1순 위 Race2순 위 이 름 국 적 Best Lap 2nd Best 팀


1 5 한스 린 대 만 2:35.593 2:38.118 Belgravia Motorsport
2 1 유경욱 대한민국 2:35.871 2:36.499 BMW Korea E-Rain
3 2 H. 알파단 바레인 2:36.593 2:37.180 Belgravia Motorsport
4 4 M. 버나니 모로코 2:37.019 2:37.854 Meritus
5 3 마치 리 홍콩 2:37.462 2:37.840 Meritus

-포뮬러BMW아시아 3전 결승결과


순 위 이 름 국 적 Difference Best Lap 팀


1 마치 리 홍콩 - 2:15.330 Meritus
2 유 경욱 대한민국 12.344 2:15.762 BMW Korea E-Rain
3 M. 소에프랍토 인도네시아 17.763 2:16.595 Minardi Team Asia
4 타이슨 SY 필리핀 17.944 2:15.642 Minardi Team Asia
5 다도 페냐 필리핀 24.192 2:16.633 Minardi Team Asia

-포뮬러BMW아시아 4전 결승 결과


순 위 이 름 국 적 Difference Best Lap 팀


1 마치 리 홍콩 - 2:14.718 Meritus
2 메디 버나니 모로코 4.256 2:15.566 Meritus
3 유경욱 대한민국 11.480 2:15.358 BMW Korea E-Rain
4 타이슨 SY 필리핀 11.731 2:15.501 Minardi Team Asia
5 다도 페냐 필리핀 14.152 2:16.226 Minardi Team Asia

-포뮬러BMW아시아 챔피언십 순위(After Round 4)


순 위 이 름 국 적 챔피언쉽 포인트 팀


1 마치 리 홍콩 80 Meritus
2 유경욱 대한민국 54 BMW Korea E-Rain
3 타이슨 SY 필리핀 35 Minardi Team Asia
4 다도 페냐 필리핀 34 Minardi Team Asia
5 메디 버나니 모로코 33 Meri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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