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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전쟁, 결국 이득은 중국 각형 배터리?

LG·SK 배터리전쟁, 결국 이득은 중국 각형 배터리?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1.04.15 15:36
  • 수정 2021.04.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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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다퉈 온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종지부를 찍었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 원(현금 1조 원+로열티 1조 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모든 국내·외 쟁송의 취하 및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양사는 2019년 4월 LG 측의 제소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예비결정, 올해 2월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이어왔다. 

예비결정을 통해 승부의 무게 추가 기운 후에도 합의금 규모를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SK이노베이션이 결국 미국 사업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실제 현재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미국 배터리 2공장은 작업 속도를 늦추면서 철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양사 설득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미국은 본격적으로 전기차 산업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에 없던 SK이노베이션의 이탈은 자국내 배터리 공급망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글로벌 반도체 대란으로 산업계가 타격을 받은 것처럼 배터리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조 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 합의금은 역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보상 규모 가운데선 역대 최대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조 단위의 합의금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이번 합의금은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배터리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도 인정받은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협상 진행 과정에서 처음 제시한 3조 원의 합의금은 미국 연방비밀보호법(DTSA)에 따라 산출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에서는 ▲실제 입은 피해 및 부당이득(Past Damage) ▲미래 예상 피해액(Future Damage) ▲징벌적 손해 ▲변호사 비용을 배상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한 연구개발(R&D) 비용(5조 원),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영업비밀로 따낸 배터리 수주금액 등이 이번 합의금에 모두 포함됐다는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에 따른 손해보다 2조 원에 합의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이미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3조 원을 들여 공장 2개를 짓고 있고, 1공장은 현재 시제품을 내놓은 단계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과거 연방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가장 컸던 게 1조 원 수준이란 점에서 소송을 끝까지 가져가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경영진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미래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양사가 극적 합의를 도출했지만 내상 또한 깊다. 적지 않은 소송비용이 해외 로펌에 지출됐고, 한국 배터리산업 안정성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2위 대형 로펌인 ‘라담앤왓킨스’를 비롯해 ‘덴튼스US’, ‘피시앤리처드슨’ 등 3곳의 굵직한 글로벌 로펌을 법률 대리인으로 꾸렸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관료 출신이 대거 포진한 ‘코빙턴앤벌링’을 대표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맞섰다. 양사가 지금까지 지불한 로펌 비용은 표면적으로 약 6,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로비비용을 포함한 실질적인 소송비용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 큰 피해는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에 대한 태도 변화다. 양사가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고객사들은 ‘공급불안’을 겪어야 했고, 일부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했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은 2023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의 80%에 각형 배터리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수십 조 원을 들여 스웨덴 ‘노스볼트’와 함께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의 이탈은 청천벽력 수준이다.

각형 배터리는 전세계 전기차 탑재 비중이 약 49.2%로 가장 많다. 중국 배터리 업체 대부분이 각형 배터리를 만들고, 자국 전기차에 탑재시키기 때문이다. 파우치형은 2019년까지 점유율이 1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7.8%로 대폭 성장했다.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성도 높게 평가 받았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발표 이후 BMW 등 다른 업체들도 각형 배터리에 대한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1%나 급증했고, 점유율 역시 지난해 17.3%에서 올해 31.7%까지 치솟았다. 4위에 오른 BYD의 성장률은 401.8%, 7위 CALB의 성장률은 1384%, 9위 궈쉬안의 성장률은 153.2%에 달했다. 이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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