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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이건 스포티지가 아니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이건 스포티지가 아니야!"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1.09.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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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준중형 SUV 5세대 스포티지가 인기 절정이다.

확 밟아도 천천히 달려도 파워와 부드러움만 공존할 뿐이었다. 연비는 최고 22.0km/L까지 찍었으니 말 다했다.

6년만에 출시된 5세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중에 최고급 모델인 시그니처 트림으로 달려봤다. 지난 30년간 스포티지란 이름으로 전세계에서 팔린 댓수만 무려 600만대에 이른다. 태극마크만 안 달았지 완전 국가대표다.

스포티지에 처음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달고 등장한 첫 모델이 작품으로 승화했다. 이전 모델이 맹꽁이 비슷한 동글동글 모습이어서 이번 모델이 더욱 멋져 보인다. 이전 모델 보다 17.5cm 길이가 늘었고, 휠베이스는 8.5cm가 확장됐다. 수치만 봐도 이건 스포티지라는 같은 이름을 써선 안될 정도다.

준중형이란 세그먼트에 들어간 게 이상할 정도다. 원래 라이벌은 현대차 투싼이었지만 이번 신형 모델부턴 한 급 위인 현대차 싼타페와 거의 차이가 없는 체급을 갖췄다. 같은 집안 기아의 쏘렌토 판매에도 간섭이 생길 것 같은 넓직하고 잘 빠진 체형이다.

앞모습은 아리송하다. 양쪽 헤드램프의 안쪽으로 부메랑 처럼 생긴 주간주행등이 날카롭게 흰색을 드러내고 있다. LED 면발광이 아주 세심하고 촘촘하게 눈부시다. 시그니처 트림 중에 그래비티 옵션을 달고 나온 시승차는 그릴 아래에 직사각형 블랙 처리로 독일병정 같은 단단한 이미지를 준다.

뒷모습은 앞 보다 심플하고 세련됐다. 리어램프를 얇고 날카롭게 수평으로 올렸더니 뒷면적이 상당히 크게 부각된다. 마치 여백의 미를 나타내듯 깔끔하고 단아해 맘에 쏙든다. 하단엔 미래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문양을 실버톤으로 배치해 안정감을 준다.

이건 우리가 알고 있던 스포티지가 아니다. 무려 전장 4660mm의 싼타페급이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각 필러를 꾸몄고 차창은 날렵하게 뒤로 빠졌다. 휠하우징은 무광블랙으로 처리해 역동적인 옆모습이다.

실내 역시 역대급으로 고급지다. K8, 쏘렌토에서 보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그대로 설치됐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메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운전자를 향해 곡선을 그린다. 이러니 작은 모습의 기존 스포티지로 내버려둘 수가 없었나보다. 열선통풍 시트는 아주 독특한 재질이고, 2열 시트는 쉽게 리클라이닝해 편히 쉴 수 있다.

그래서 가격 또한 풀옵션에 가깝게 치장하면 4천만원에 이른다. 가격이 아주 맘에 들지 않지만 타면 탈수록 왜 그렇게 올렸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파워트레인까지 K8 쏘렌토와 같다. 4천 중반부터 5천만원에 이르는 형님격 두 모델들과 거의 같은 부품들이 들어가니 급이 현격히 높아졌다. 쏘렌토 보다 차체 14cm 가량 짧은 '베이비 쏘렌토'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한껏 높였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차로 유지 보조(LFA),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가 모두 담겼다. HDA2가 빠진 게 조금 아쉽지만 분명 국내외 차량을 통틀어 수준급이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서라운드 뷰(SVM)는 주차시 신속하게 작동해 남녀노소 아주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파워트레인이 진짜 압권이다. 1.6L 가솔린 터보엔진은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을 발휘하는데 여기다 전기모터의 힘을 합쳐 총출력과 토크는 230마력, 35.7kgf·m다. 쏘렌토에도 같은 파워트레인으로 만족스러웠는데 무게가 줄어든 스포티지는 더 날렵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쏘렌토에는 흡음방진제가 더 많이 쓰여 중후함이 살짝 더할 뿐이다.

초반 가속력은 44kWh 전기모터로 마치 전기차처럼 튀어나간다. 중속을 지나선 엔진과 터보의 힘이 터져 출발부터 고속까지 파워의 공백이 없는 느낌이다. 날카로운 터보의 힘 사이사이 공백을 전기로 잘 메운 기분이다. 모터와 엔진의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놀랐다. 그냥 엔진 소리를 일부러 집어넣은 전기차를 타는 기분이랄까.

실주행 전반에서 높은 만족감의 주행감성이다. 굳이 기아가 내세우는 E-라이드, E-핸들링 기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냥 부드럽고 만족스런 주행이다. 부산으로 늦여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 또는 강원도로 차박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드는 스포티지다.

분명한 건 해외 브랜드 아이덴티티 유지를 위해 스포티지란 이름을 썼다는 점이다. 이건 스포티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베이비 쏘렌토다. 

가격은 1.6 가솔린 터보가 2488만~3373만원, 2.0디젤은 2683만~3568만원, 하이브리드는 3311만~3906만원이다. 그래비티 등 옵션을 얹으면 4200만원까지 올라간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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