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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랜드로버 올뉴 디펜더 90 '있는 그대로 즐기는 전설'

[시승기] 랜드로버 올뉴 디펜더 90 '있는 그대로 즐기는 전설'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1.09.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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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더는 2차 세계대전의 승자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차다.

랜드로버 브랜드가 지금은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로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강인한 오프로드 유전자의 원조는 디펜더를 기반으로 한다.

랜드로버사는 원래 로버사였다. 로버는 1948년 2차 세계대전시 맹활약 했던 군용 지프를 베이스로 디펜더를 탄생시켰다.

영국의 자존심, 가장 우월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잔뜩 담아 군용 지프를 재해석했다. 전쟁터의 지프가 썼던 섀시는 그대로 사용하고 엔진만 새로 만들어 점차 진화시켰다.

이후 고급화를 거듭하면서 알미늄 바디와 차체 길이를 달리한 '랜드로버 90'과 롱바디 '랜드로버 110'으로 다듬은 게 지금의 모습이다.

시승을 위해 처음 디펜더 90의 운전석에 앉으면 비장함 같은 게 흐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은 개척정신이 절로 발휘된다. 내가 디펜더를 타고 있어서 계속 모험심이 생기는 건지, 원래 내 안에 모험심이 가득했는지 모르겠다.

디펜더 90은 110 대비 휠 베이스와 전장이 435mm 짧아졌다. 2열을 드나드는 문도 사라졌다. 차고를 조절할 수 없는 코일 서스펜션이 적용돼 아예 지상고를 7mm 더 높여 놓았다.

이로 인해 표준 차고에서 접근각이 0.9도, 이탈각이 0.2도, 램프각이 3도 상승했다. 도강 깊이는 850mm로 지상고를 최대로 높인 에어 서스펜션 모델에 비해 50mm가 낮다.

최소 회전 반경도 1.54m 짧아져 도로 폭이 11.3m만 확보되면 한 번에 유턴할 수 있다. 실제로 좁은 임도를 가다가 도로 끝이 막힌 상황에서 무리 없이 차를 돌려 빠져나올 수 있었다.

2열 뒤 트렁크의 길이도 2분의 1로 줄었다. 대신 지붕에 있는 알파인 글라스에 필러를 없애 오리지널 디펜더 같은 분위기를 살렸다. 슬라이딩 파노라믹 루프도 개방감을 극대화한다.

트렁크에는 230V 전원 콘센트가 동일하게 적용돼 야외활동시 편의성을 높였다. 2열 시트는 완벽한 접히지 않고, 적재공간과 단차가 있어 활용도가 제한적이라 아쉽다.

풀사이즈 스페어 타이어가 달린 사이드 오픈 테일게이트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위치가 고정되는 기능과 덜 닫혔을 때 스스로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을 갖췄다.

1열 도어가 길어진 만큼 좁은 공간에 주차하고 타고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특히 2열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사이드 스텝이 필수로 여겨질 만큼 지상고가 높다.

1열 시트 어깨의 위치한 전동식 버튼을 눌러 한 번에 앞으로 밀 수 있지만, 다시 뒤로 당길 때는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힘들게 2열에 오른 뒤부터는 만족도가 매우 높아진다.

오프로더의 특성상 2열 바닥이 높고 시트 방석의 높이가 낮은데도 막상 앉으면 편안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공간도 넓어 일행을 태울 일이 생겨도 전혀 미안할 필요 없다.

실내 곳곳에는 수많은 USB 충전단자와 12볼트 소켓, 컵홀더,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어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다. 센터콘솔에는 두 단계로 강약 조절이 가능한 냉장고도 마련돼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있는데 애플 카플레이가 무선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대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T맵이 기본 내장돼 있어 별도로 스마트폰을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동력성능도 매우 만족스럽다. 악셀 페달은 깊게 밟아야 제대로 반응하기 시작하는데, 직렬 6기통 3.0리터 디젤 트윈터보 엔진에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더해져 넉넉한 힘을 자랑한다.

평상시에는 디젤 같지 않은 정숙성을 자랑하다가도 악셀 페달을 깊게 밟으면 들리는 배기 사운드가 결코 범상치 않다. 디젤 특유의 소리보다는 V8 엔진 같은 중후한 사운드가 들려온다.

시프트 패들은 없지만 기어 레버를 통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분당엔진회전수가 4,500rpm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변속한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고 빠르게 작동하며 가속을 돕는다.

코일 서스펜션은 매우 단단한 세팅으로 시속 80km 이하에서는 큰 움직임을 잘 억제한다.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거동과 외부 소음이 점점 커지게 된다. 소음은 외부 액세서리 영향도 크다.

최신 레트로 스타일 외모 안에 오프로더의 기본기를 알차게 담았다. 올-터레인 오프로드 타이어를 기본 장착해 언제든 모험을 떠나고 싶은 오너들의 마음을 충족시킨다. 소음과 성능도 준수한 편.

전후좌우 휠 회전 수를 동일하게 유지해 험로 탈출을 돕는 센터 및 리어 디퍼렌셜 락, 더욱 큰 기어비로 극한의 험로 주파를 돕는 2단 트랜스퍼 케이스 등이 기본 장비로 탑재된다.

보닛 아래 주행 상황을 보여주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 내리막 주행 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내리막길 속도 제한 장치, 온로드용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최첨단 장비도 갖췄다.

메이커가 직접 준비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오너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점도 디펜더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선택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시승차에는 익스페디션 루프 랙, 스노클 에어 인테이크, 휠 아치 프로텍션, 익스테리어 측면 장착기어 캐리어 등이 포함된 익스플로러 팩이 추가돼 있었다.

다 비슷비슷한 SUV들 사이에서 정통 오프로더의 헤리티지를 꿋꿋이 계승하고 있는 올 뉴 디펜더 90은 모험심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최첨단 플랫폼 위에서 레트로 스타일로 빚어진 올 뉴 디펜더 90의 판매가격은 D250 S가 8420만원, D250 SE가 9290만원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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