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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욱, 독일 F3 테스트 합격

유경욱, 독일 F3 테스트 합격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5.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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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서킷서 독일 F3챔피언과 불과 1초차

실력 입증… 현지 관계자들 러브콜 줄이어

F-3 Test at Zandvoortin January 2005

 

2005년 1월 15일. F-3 테스트를 위해 이레인 팀의 전홍식 부장님과 함께 부푼 가슴을 안고 네덜란드를 향해 떠났다.

 

외국에 테스트를 처음 떠나는 것도 아닌데 다른 때보다 더 많이 흥분 돼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태어나 처음 타는 F-3 이기 때문일 것이다.

 

12시간의 비행 후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3 시간을 기다린 후 다시 암스테르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인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는 인천공항을 떠난 지 17 시간이 지난 후였다.

 

비행기 일정 때문에 하루 정도 일찍 이곳에 도착한 우리는 여독을 풀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하루 머물기로 했다.

 

암스테르담은 한눈에 보더라도 깊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도시였다.

 

보트를 타고 1시간 정도 시내관광을 하다보니 예전에 자신의 몸으로 새는 둑을 밤새 막아 마을을 지켰다던 소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반나절의 시내관광을 마친 우린 오후에 바로 짐을 꾸려 Zandvoort로 이동했다.

 

호텔은 경기장 정문에서 100m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 트랙의 전반을 살펴볼 수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경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매년 말보로 마스터즈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어서 그와 관련된 흔적들이 경기장 곳곳에 남아 있었다. 우리는 경기장에 문의를 하여 서킷을 차로 2바퀴정도 돌아볼 수가 있었다.

 

우리를 차에 태우고 트랙을 돌아준 사람은 1970년대에 자신도 F-3를 탔었고 시리즈 2위를 했다고 했다. 당시 1위가 Alain Prost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 시즌을 마치지는 못했지만 F-1에도 몇 경기 참가했던 드라이버였다.

 


 

▲ 독일 F3 테스트에 참가한 유경욱 I 사진=이레인팀 제공

일반 차의 뒷자리에서 2랩을 돌아본 나는 왜 사람들이 이 경기장을 The Circuit for the Real Man이라고 부르는지를 알았다. 안 보이는 언덕을 눈 딱 감고 Full Throttle로 넘자마자 살짝 악셀 페달을 놓은 뒤 바로 F-3로 200Km/h Full Throttle 코너가 나온다.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코너다.

 

다음날 아침 테스트를 하기로 한 Van Amersfoort팀에서 연락을 받아 그 팀에서 온 엔지니어, Wilmar와 함께 팀으로 향했다. 팀에 도착한 후 처음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F-3 바디와 트로피 들이었다.

 

이것들이 다시 한번 나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인상 좋은 아저씨처럼 생긴 이 팀의 사장, Mr. Frits Van Amersfoort와 테스트에 대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주의할 점 등을 들었다. 꼭 가족 같은 분위기의 팀이다.

 

18일 차를 타기 전 올해부터 독일 F-3의 공식 타이어로 선정된 한국타이어 테스트를 위해 다른 드라이버들이 차를 탔다.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F-3라는 차를 처음으로 타보기 전에 그 차의 움직임, 라인, 컨트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눈으로 귀로 모든 것을 보고 들은 후 가슴속에 담았다.

 

정말로 빠르고 좋은 소리를 가진 차였다. 타이어 테스트를 마치고 난후 나는 시트를 만들었다. 내일 차를 타기위해 이러한 생각을 하니 또 한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19일 오전에 어제 마저 끝내지 못했던 타이어 테스트를 계속했다. 2팀이 참가한 타이어 테스트 결과는 모두들 만족해했다. 타이어 테스트를 마친 후 오후 타임에 드디어 내가 F-3의 시트에 올랐다. 항상 바래오던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타는 F-3, 경기장도 처음, 이것들만으로도 충분히 긴장하고 있는 나를 비가 더 조그맣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F-3 첫 테스트 날 드라이와 웨트 상태를 경험하는 행운아가 몇이나 될까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긴장을 풀었다.

 

처음 드라이타이어를 장착하고 2랩 이후 바로 레인 타이어로 교체해 코스인 했다. 차량 적응시간은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다. 몇 랩이 지난 후엔 정말 재미있었다. 엔진은 파워가 넘쳐흐르고 차에서 느껴지는 다운포스는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머리 속에는 차량에 대한 적응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첫 테스트가 끝난 후 차에서 내리자마자 팀 스텝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 타는데 작년 독일 F-3챔피언인 Bastien Kolmsee와 불과 1초라는 갭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더 기분 좋게 만든 것은 역시 한국 대표 드라이버라는 소릴 듣고 난 후였다. 나 역시 정말로 놀라웠다. 처음 F-3를 타는 나를 긴장된 눈으로 지켜보는 Bastien의 얼굴은 전혀 작년 챔피언처럼 보이지 않았다.

 

예상외로(?) 첫 번째 테스트는 이렇게 순조롭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놀라운 점 하나가 있었다. 불과 2시간 밖에 타지 않았는데 내 팔과 목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로 놀랐다 운동이라면 나도 정말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F-3 타는 드라이버들은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우리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트랙은 아직도 군데군데 젖어 있었다.


9시에 그린 램프가 켜진 후 코스인을 했다. 느낌이 어제와는 또 달랐다. 어제보다 스피드도 더 나고 다운 포스도 더 있는데 그렇게 빠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 랩, 한 랩을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달렸다.


 

▲ 독일 F3 테스트에 참가한 유경욱 I 사진=이레인팀 제공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에 이상이 생겨 피트인을 해야만 했다. 브레이크 패드 교체 후 에어가 생겨 스펀지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나는 피트인 하자마자 차에서 내린 후 데이터를 분석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조금 실망이었다. 완전히 내 마음대로 차를 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내 드라이빙을 쭉 지켜보던,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E-Rain팀의 엔지니어, 전홍식 부장님이 나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그건 차량의 움직임과 무게 배분이었다. 그렇다. 내가 2년 동안 타던 Formula BMW와 F-3의 차이, 즉 높은 다운포스, 고성능 브레이크, 엔진의 출력 차이에서 오는 차량의 무배배분 컨트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드라이빙을 했었다.

 

Formula BMW는 Formula로 레이스를 시작하는 드라이버들에게 거의 완벽한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Formula BMW가 아니라 F-3를 드라이빙하고 있다 그렇다면 F-3에 맞는 드라이빙을 해야 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내가 긴장했었는지, 그 사실을 잠시 잊었었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Formula BMW를 통해 교육을 받았던 것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는 마음으로 드라이빙을했다.

 

차량을 완전히 셋업한 후 다시 들어가려 하는데 또다시 비가 내렸다. 결국 노면이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는 탈 기회가 없으려나보다. 좀 아쉬웠지만 레인 타이어를 장착하고 트랙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조금 전 생각했던 Formula BMW와 F-3의 차이를 생각하며, 마치 사나운 야생마를 달래듯 코너에서의 정확한 브레이킹, 높은 다운포스를 이용한 차량의 밸런스, 탈출 때의 정확한 가속 포인트를 생각하며 그대로 시도해 보았다.

 

역시 문제점은 거기에 있었고, 난 더욱 안정적이고 빠르게 코너를 탈출할 수가 있었다.

 

노면상태 때문에 코스레코드에는 도전할 수 없었지만, 관계자들은 만족할만한 기록은 얻을 수 있었다며 칭찬을 잊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는 그 어떤 레이스보다 이번 F-3테스트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올해 정말로 독일 F-3에 나가 한국인이, 한국 모터스포츠가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끝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신 BMW Korea와 Puma Korea, Motul 그리고 내가 이렇게 테스트를 받게 해주신 어머니와 E-Rain Racing Team의 이승헌 사장님 이하 팀원들에게 글로 남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글=유경욱(카레이서) fiasports1@hanmail.net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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