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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에 서킷이 생긴다구요!

인제에 서킷이 생긴다구요!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2.03.29 16:51
  • 수정 2012.03.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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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에 서킷이 생긴다구요?

아마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강원도 인제에 경기장이 생긴다는 걸요.

또 다른 분들은 F1 경기장도 말이 많은데 왜 또 자동차경기장을 만드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서울에서 1시간 30분

며칠 전에 인제 경기장을 다녀 왔습니다. 거리는 서울에서 도심에서부터 140 킬로미터.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동홍천 인터체인지에서 내려서 44번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갑니다. 저는 정확히 아침 9시40분에 학동역에서 출발했는데 압구정동 카페베네에서 커피도 사고 (15분 지체), 중간에 가평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지만 (5분 지체) 1시간 30분 걸렸습니다. 시내를 빠져 나가는 시간도 쪼꼼 걸렸으니까 빨리 도착한 셈이네요.

네, 좀 밟았습니다. 인제 가는 길이 평일에는 워낙 차량이 드문 한가한 도로입니다. 경부선과는 상황이 완전 달라서요, 중간에 칼질도 좀 하고, 카메라 있는 곳만 빼고는 계속 160~200으로 갔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규정속도 다 지키고 가도 대충 1:30분~1:40분 걸립니다. 지난번에는 한창 출근 시간에 올림픽도로 바쁠 때인 8시 20분에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하남 방향으로 출발했는데 규정속도 다 지키고도 인제까지 가는 데 1시간30분 걸렸습니다. 그 때는 중간에 한번도 안서고 그냥 달렸습니다. 버스는 동서울 터미널에서 있는데, 버스 타고 가도 두시간 안쪽입니다. 요즘에는 인제가 별로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춘천 고속도로가 원래는 양양까지 연장되는데, 지금 현재 홍천까지 뚫려 있습니다만, 내년에는 인제, 그 다음에는 양양까지 뚫린다고 합니다. 지금은 공사가 한창이죠. 그런데, 인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10분 거리에 인제 서킷이 있습니다. 경기장까지 교통은 좀 편한 편이죠.

잠깐, 인제 서킷이란?

이쯤에서 인제에 생기는 자동차경기장이 어떤지 한 번 훑어보고 가기로 하죠.

인제 서킷은 길이 4킬로미터의 국제규격 경주장입니다. 중간에 숏컷이 있어서 남쪽 코스와 북쪽 코스로 분할해 동시 사용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부대시설로 카트 경주장과 모터스포츠 체험관, 호텔과 콘도가 동시에 지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내년 봄 완공 예정입니다.

전남 영암에 있는 F1 경주장과 비교한다면, 일단 코스가 1.6킬로미터 정도 짧죠. 직선구간은 영암이 1km, 인제가 640m로 풀스피드 구간은 영암이 우월합니다. 반면에 서킷 고저 차이는 영암이 7m, 인제가 40m 정도 됩니다. 영암이 고저차 없이 평이해서 재미가 좀 반감되는 측면이 있는데 반해, 인제가 업다운이 많아 뉘르부르그링 노르트슐라이페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시뮬레이션상으로만 보면 난코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암 경기장은 간척지 위에 서킷을 짓다 보니까 높낮이를 크게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점 중 하나죠. 반면에 인제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서 업다운이나 굴곡을 만들기 수월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단적으로 이해가 될 겁니다. 아래 그림은 인제 서킷과 영암 서킷의 고저차(Vertical Alignment)입니다. 영암 서킷은 약 3km지점에서 못미쳐 있는 살짝 오르막길 (경사도가 5.5% 입니다) 을 제외하고는 거의 고저차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인제 경기장은 심한 경우 11%,까지 오르막이 있습니다. 반대로 쏘는 맛(?)을 즐기는 내리막길도 심한 경우 9%, 8% 됩니다. 참고로 경사도가 3,4%면 거의 경사를 느끼지 못합니다. 5% 이상 경사각이 있어야 비로소 체감을 하게 됩니다.

F1 경기장 중에서 레이스가 재밌는 이스탄불이나 스파 같은 경우는 인제보다 훨씬 더 심한 고저차를 보입니다.

그밖에 두 경기장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영암은 피트가 트랙 바깥쪽에 있고, 인제는 트랙 안쪽에 있다는 점입니다. 피트가 트랙 바깥쪽에 있으면, 동선이나 관객들의 집중과 분산 등 운영에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영암 서킷이 트랙 바깥쪽에 피트를 만든 것은, 안쪽에 피트를 만들면 외부에서 트럭이 통과하는 터널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위치가 애초부터 상설 개념이 아니었던 데다가, 지반이 약해서 터널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부대시설을 보면, 영암 경기장에는 부대시설이 없는 반면에 인제에는 카트 경기장과 모터스포츠 체험관이 있습니다. 영암에도 카트 경기장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인제 부대시설 중 압권은 호텔과 콘도입니다. 호텔이 134실, 콘도가 118실 있습니다. 방에 딸린 창문이나 발코니에서 경기장 전체가 보입니다. 꽤나 괜찮을듯 싶습니다. 호텔과 콘도가 있으니까 식당이나 여가시설도 같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공사비는, 영암 경기장이 대략 두 배 정도 더 들었네요. 영암 경기장은 간척지에 지었던 터라 연약지반 처리에도 8백억원이 들었고, 흙이 없어서 흙만 가져오는데도 많은 돈이 들었습니다. 토목공사비가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 경기장 자체가 워낙 넓기도 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인제 경기장은 역시 산중턱에 짓다 보니까 새로 반입되는 흙이 없이 중간에 있는 산을 깎아서 평평하게 하고 그 흙으로 낮은 곳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사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듭니다.

지난 주에 인제 경기장에 갔었는데, 을 때는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되어 있더군요.

호텔과 콘도는 5층까지 이미 올라갔고, 피트 빌딩도 모습이 거의 다 드러났습니다. 터널도 거의 완료되었고, 카트 경기장과 모터스포츠 체험관은 지반공사가 대충 끝난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이 지난 주 경기장을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꽤 진척됐지요?

물론 아직 흙바닥입니다. 고저차도 꽤 있고 해서 공사로를 따라서 오프로드 한번 해봤습니다만 작업하시는 인부들도 있고 해서 달릴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일요일 정도에 공사 안하는 날 선택해서 한번 제대로 달려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건 평소에 금지되어 있어서 허가를 받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에 인제군에 홍보관이 있습니다. 혹시 양양이나 한계령, 백담사 방면으로 가시는 분들은 인제 휴게소에 잠깐 들리셔서 2층 홍보관을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안내 데스크에 계시는 분들에게 궁금한 것들 물어보시면 됩니다. 아래 그림은 홍보관입니다.

주말에는 외박나온 군인들이 많이 온다네요. 아마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홍보관을 지키는 레이싱걸들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가을까지는 주말에 콘서트도 하고, 레이싱걸들도 있어서 꽤나 재미졌다고 하더라구요.

끝으로 인제 경기장 근처에도 포스 있는 맛집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이번에 갔을 때는 인제오토피아 직원 안내로 연정식당이라는 두부전골 전문 식당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냥 인제 읍내 좁다란 골목 안에 있는 집이었는데, 두부전골이 가히 예술입니다. 두부를 씹으면 몰캉몰캉한 게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입니다. 큰 사기 냄비에 두부만, 정말 다른 거 하나 없이 국물에 담긴 두부만 나옵니다. 워낙 두부를 좋아하는지라 밥도 안먹고 두부만 계속 먹었습니다.

반찬은 열네가지가 따로 나오는데, 상당히 깔끔한 편입니다. 나물들은 주인 아주머니가 대충 숲에 가서 따오신다고 합니다. 제가 갔던 날도 주인 아주머니가 아저씨한테 나물 따러 같이 가자고 계속 조르시는데 아저씨가 귀찮아서 도망가더라구요.

두부 좋아하시면 설악산 쪽으로 오가는 길에 한번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원래 인제에 이보다 더 포스 있는 맛집들이 여럿 있습니다. 민물매운탕이나 추어탕, 막국수, 토종닭 등등입니다. 카테고리별로 제가 먹어본 집들 중에서 두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나중에 하나씩 천천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끝으로 얼마 전에 한국에서 굉장히 많이 팔리는 수입차 회사 CEO와 점심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이 재밌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용이야 뻔한데, 대충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신모델이 나왔는데, 아주 공을 들였다. 무게도 이십몇프로 줄였고, 성능도 많이 개선하고, 신기술도 많이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잘 팔린다. 근데, 한국 고객들이 차의 성능을 보고 사는게 아니라 브랜드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성능 이야기를 하고 싶고 그들에게 성능이 얼마나 좋은 지를 알려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 만한 장소가 없는게 아쉽다. 서울 근처에 꼭 경기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분으로부터 바로 들으니 의미가 또 새롭더군요.

인제 경기장의 포지셔닝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영암과 인제가 어떻게 공존하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글 사진=이승우(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parcblan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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