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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F1 타이어 첫 테스트 현장을 가다!

금호타이어, F1 타이어 첫 테스트 현장을 가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3.09.24 23:28
  • 수정 2013.09.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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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스페인 카탈루냐 서킷에서 금호타이어의 F1 타이어 첫 필드 테스트

지난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서킷에선 금호타이어의 F1 타이어 첫 필드 테스트가 실시됐다. 여기에 참가한 전 F1 드라이버 나라인 카디키얀이 Auto GP 머신을 몰고 서킷 위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금호타이어


'꿈의 무대에 한발 더 다가서다!'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인 F1(포뮬러 원)은 드라이버뿐 아니라 자동차나 부품 메이커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불린다.

자동차 연구개발(R&D)의 결정체라 할 수 있기에, 세계 유수의 제조사들은 F1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즉 F1에 엔진이나 섀시, 부품이나 타이어 등을 공급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하지만 전세계 자동차와 타이어 생산 5위의 자동차 대국인 한국은 이 대열에서 소외돼 있다. 이 땅에서 F1 그랑프리가 2010년에서야 시작될만큼 여전히 자동차와 연계된 모터스포츠의 기반이 취약한 것도 한 원인이지만, 그만큼 국내의 자동차 관련사들이 품질보다는 생산량 등 규모에 더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이제서야 국내 메이커들도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최근 몇년전부터 제품의 질적 향상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타이어만큼은 F1 수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2위, 그리고 세계 11위의 생산력을 가진 금호타이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추석 연휴로 들떴던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지구 반대편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서킷에선 금호타이어의 F1 타이어 필드 테스트가 실시됐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꿈으로만 불렸던 F1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의미있는 한발을 뗀 것이다.

◇팀 긴자니의 드라이버 케빈이 F1 타이어 조향성 테스트를 마치고 들어오자 금호타이어 이덕주 수석연구원이 타이어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남정석 기자.


▶꿈의 무대, 그 첫 발걸음

16일 카탈루냐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귀를 찌르는듯한 하이 데시벨의 엔진음이 울려 퍼진다. 관중석은 당연히 텅 비어있지만, 머신들이 정비를 받고 레이스를 준비하는 피트 안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머신이 질주를 한 후 피트로 들어오자 금호타이어 연구원들은 데이터를 계속 확인하며 타이어의 마모도, 온도 등 외관을 측정했다. F1 타이어 필드 테스트가 열리는 첫 날이지만, 타이어 셋업에 이은 핸들조향성, 내구성 실험 등이 차질없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카탈루냐 서킷은 지난 1991년 개장, 지난 5월에도 F1 스페인 그랑프리가 열리는 등 20년 넘게 F1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1992년에는 바르셀로나올림픽의 사이클 팀 도로경주가 열리기도 했던 장소다. 게다가 이번 테스트에는 지난해까지 HRT팀에서 F1 드라이버로 활동했던 나라인 카티키얀(인도)이 직접 참가, F1 실전에 가장 가까운 환경에서 실시됐다.


물론 F1 머신으로 치러진 것은 아니다. 현재 F1이 한창 진행중인데다, 피렐리타이어가 F1 공식 업체로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실전 테스트를 갖는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F1의 바로 밑단계라 할 수 있는 Auto GP(오토 GP) 머신이 활용됐다. 550마력의 3400㏄, 8기통의 엔진이 탑재된 Auto GP 머신은 최대 300㎞까지 질주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해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대회 공식업체로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테스트를 위해 금호타이어는 소프트, 슈퍼 소프트, 미디엄, 하드 등 4개 컴파운드별로 두 종류씩 총 8개 버전의 타이어를 준비했다. 금호타이어 연구소 이덕주 수석연구원은 "향후 F1 진출을 대비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데이터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조향성과 내구성 등 상황별 다양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여러 종류의 타이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레이스는 시작됐다

F1에서 타이어는 머신의 엔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부품 가운데 하나다. 최대 350㎞에 달하는 속도와 4G에 달하는 코너링 중력 등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또 0.001초를 다퉈야 하는 피말리는 경쟁이기에 타이어 전략이 승패를 가르는 필수 요소다. F1 타이어 제작이 기술력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F1 타이어를 제작한 회사는 역대로 브리지스톤, 미쉐린, 피렐리, 굿이어 등 4개밖에 없었다. 여기에 금호타이어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카디키얀이 금호타이어 F1 타이어를 장착한 후 피트를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금호타이어

일단 사흘간 진행된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덕주 연구원은 "소프트와 슈퍼소프트의 경우 Auto GP에서 쓰이는 타이어보다 한바퀴당 0.5초 이상의 빠른 기록을 보였다. 또 특수 설계한 미디엄의 경우 1초 이상 빠른 기록을 보여 테스트 참가팀들과 드라이버들이 큰 만족을 보였다"며 "간접 비교로도 기존 F1 타이어에 필적할만한 데이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 타이어에 90% 이상 근접했다고 본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뗐기에 향후 F1에 본격 진출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보완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Auto GP 우승팀인 슈퍼노바에서 뛰면서 올 시즌 4위를 달리고 있는 카디키얀은 "컴파운드별로 성격이 확연히 구별됐다. 또 지난해 F1 타이어의 경우 레이스 중 접지력 저하(Grip Down)가 심해졌는데, 금호타이어는 그렇지 않았다. 또 슈퍼소프트 타이어는 20바퀴를 주행하는 동안 일정한 랩타임을 보여 놀라웠다"면서도 "타이어의 견고함이 아직 부족해 코너에서 핸들링에 주의를 요하는 점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Auto GP에서 팀 긴자니(Team GHINZANI)의 일원으로 뛰며 드라이버 5위를 기록중인 케빈 지오베시(이탈리아)도 "타이어의 밸런스가 우수했다. 또 슈퍼소프트의 경우 성능과 함께 내구성도 우수했다"고 말했다. 이번 테스트에 한국 드라이버로 유일하게 참가한 문성학은 "지난해까지 활동했던 F2 타이어와 비교해 접지력이 뛰어났다. 코너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번 테스트로 당장 F1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까지 F1에 독점으로 타이어를 공급하는 피렐리타이어의 계약 연장뿐 아니라 예전처럼 단독이 아닌 다수 타이어사들의 경쟁 체제의 재도입도 구상중이다. 여기에 올 시즌 피렐리타이어가 레이스 중 자주 터지면서 드라이버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타이어 공급을 위해선 한 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어쨌든 F1에서 한국 기술력의 위상을 처음으로 떨칠 그날을 위해 금호타이어 레이스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됐다.

/바르셀로나(스페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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