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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하늘 베리라이스 대표 '다양성은 언제나 옳다'

[칼럼] 김하늘 베리라이스 대표 '다양성은 언제나 옳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2.06.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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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베리라이스 대표

필자는 쌀과 관련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쌀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개별적 취향을 나누는 문화를 창조하고 싶어서다. 밥, 떡, 술 등 쌀로 만든 다양한 신제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소비자 반응을 데이터로 모은다. 팝업스토어처럼 비정기적으로 진행되기에 이를 ‘밥업스토어(bop-up store)’라고 이름 붙였다. 시작은 밥이었다. 고객들이 물과 쌀로만 지은 맨밥의 맛을 품종별로 구분하고 취향을 나타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품종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취향을 보였다. 

그 다음은 떡이었다. 보통 떡집에서 쌀은 햅쌀과 묵은쌀, 멥쌀과 찹쌀로 구분된다. 나는 새로운 기준으로 도정일자와 찰기 그리고 향을 추가했다. 떡 공장과 가장 가까운 정미소에서 기존 멥쌀과 구분되는 찰기와 향을 가진 쌀을 도정한 뒤 곧바로 가래떡을 만들어 판매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주문 받고 생산 과정은 사진과 영상 등으로 중계하며 고객의 반응, 제품 후기, 개선 의견을 수집하고 데이터로 쌓았다. 상품 기획을 위해 유명 떡집에 줄 서서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반응을 보고 듣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이유는 딱 하나다. 공급자 주도 시장을 소비자 주도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소비자가 먼저 다양성을 찾고 즐기는 시장을 위해서다.

‘밥업스토어’를 통해 나는 관점을 넓히고 시장을 보는 안목을 얻었다. 제품 기획, 생산과 판매 후 어떤 반응과 성과가 나왔는지 데이터를 통해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그 덕분에 끊임없이 문제 의식을 놓지 않게 되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과 관점을 유연하게 다루며 나름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쌀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있어 방해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혼합미’ 유통이다. 우리나라에는 300여 종의 쌀 품종이 있고 매년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 품종이나 산지의 쌀이 우리 식탁까지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 품종을 가리지 않고 대형 미곡종합처리장 위주로 운영되는 시스템 탓이다. 실험정신이 뛰어난 어떤 농부가 독특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더라도 대형 미곡종합처리장에서 다른 쌀과 섞인 채 혼합미가 되어 한 포대에 포장되고 만다. 품종이 다양해도 도정 단계의 구조적 문제 탓에 경작 단계의 다양성이 쓸모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대중화된 즉석밥들도 그냥 ‘밥’일 뿐이다. 지난 5월 하림이 백미밥, 현미밥, 흑미밥, 메밀쌀밥, 귀리쌀밥 등 11종의 새로운 ‘즉석밥 2.0’ 제품들을 내놨다. 이 중 국내산 ‘고시히카리밥’도 있다. 특정 쌀 품종을 내세웠다. 탁월한 시도다.  ‘더미식 밥’은 첨가물 없이 100% 쌀과 물로 지어 갓 지은 밥과 같은 풍미와 고슬고슬하게 살아있는 밥알이 강점이라고 한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는 와인과 가장 잘 맞는 요리의 마리아주를 찾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즉석밥과 어울리는 요리와 반찬을 페어링한 오찬 코스를 선보였다. 밥 선택의 폭을 넓히고, 밥마다 어울리는 음식을 찾으려는 시도라 반가웠다.

앞으로 국내 쌀 품종을 내세운 즉석밥을 만드는 건 어떨까? 산지와 쌀 품종을 잇고, 소비자들이 그 지역을 알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즉석밥들도 품종과 품질의 강점으로 승부하는 제품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개성 넘치고 뛰어난 품질의 즉석밥들이 늘어난다면 농부들이 땀 흘려 키운 국산 쌀과 곡물 소비를 늘리고, 소비자들에게 개성있고 다채로운 풍미를 느끼는 즐거움을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식품전문기업의 노력이 계속 되어야 대중의 미식 수준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다양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언제나 옳다.

/지피코리아 박한용 기자 qkrgks77@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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