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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서의 정년은 언제까지인가

카레이서의 정년은 언제까지인가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5.08.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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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노장 드라이버 윤철수, 다카하시 등 서킷 복귀 화제

‘카레이서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느냐?’ 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답변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경주의 종목이 다양하게 있고 레이스의 특성에 맞는 드라이버의 연령대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레이서는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분명히 수명이 긴 편에 속한다.

지난 BAT GT 챔피언십 제3전에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 원년 멤버인 윤철수 감독(S-모터스, 사진 왼쪽)이 서키트로 돌아왔다. 그는 지금 쉰을 넘긴 나이에 서키트를 떠난 지 6년여 만에 드라이버로 다시 찾아왔다. 그를 보며 이 질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필자에게 레이서로써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우선 레이스를 오랫동안 하고 싶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이까지 프로드라이버로 활동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다. 지금 그 꿈이 실현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프로레이서로써 오랫동안 활동했던 드라이버로는 일본의 호시노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레이서로써의 길을 걸어 왔고 일본의 어느 누구도 그의 위치를 넘볼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그가 쉰여섯의 나이에 레이스를 그만 두게 된 것도 허리의 부상 때문이다.

카레이서는 허리에 많은 충격을 받기 때문에 오랫동안 레이스를 하면 허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가 고령의 나이에 20~30대의 젊은 드라이버들과의 경쟁에서 많은 승리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천재성과 노력으로 오랫동안 서키트를 달릴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1세대 드라이버인 다카하시는 육순이 가까운 나이에 서키트로 복귀해 화제를 나은 적이 있다. 팬들은 그의 노장 투혼에 많은 박수를 보냈고 늙은 드라이버를 보기위해 피트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보았다.  

필자가 일본에서 활동할 당시에 스승으로 생각하던 후쿠야마라는 드라이버가 있었다. 그는 47세의 나이에 미국의 나스카에 도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도저히 체력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레이스를 꿈을 펼치기 위한 일념으로 아름다운 도전을 펼친 것이다. 그는 필자에게도 아직 한참동안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들 중에는 늙은 드라이버들이 상당수가 된다. 그들은 동양인보다 체력적으로 우수해 나이를 가리지 않고 서키트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 지난 2002년 10월 일본 슈퍼타이큐 시리즈 제7전에 참가한 필자(사진 왼쪽).

자동차경주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니 많은 연습을 할 수가 없다. 자동차경주를 하기 위한 레이싱머신은 그야말로 고가이고 그 차가 한 번 움직이는데 많은 인력과 장비가 동원된다. 즉 많은 돈이 투자되어야 연습을 할 수 있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드라이버가 하루 종일 서키트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일은 없다.   레이스의 종류에 따라서는 연습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레이스에 참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 대회를 운영하는 주최자는 참가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주고 공평한 레이스를 치르기 위해서다.

자동차운전은 일반운전이나 자동차경주나 특별히 다르지 않다. 더구나 숙련된 베테랑 드라이버들은 오랜만에 머신에 오르더라도 금방 감을 익힌다. 자동차경주가 일반운전과 다른 것은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도록 세팅되어 있는 서스펜션과 조향특성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일반운전은 자동차를 최대한의 성능까지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지만 레이스에서는 극한 상황까지 성능을 끌어올려 운전하기 때문에 머신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레이스 전용 슬릭 타이어는 접착제 같은 그립력으로 코너링 스피드를 높여주고 따라서 엄청난  횡가속도(G)가 걸린다. 이 상황에서 조금만 실수 하더라도 머신은 중심을 잃고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자동차경주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체력소모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체력의 중요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 일본의 내구레이스에 데뷔전을 치를 당시 후반에 체력이 바닥이 나 고전한 경험이 있다. 운전을 하며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껴 본 필자는 이 후 체력을 강화하고 레이스 경험이 쌓이며 부담을 덜었던 기억이 있다. 

세계 최고의 레이스인 F1그랑프리의 드라이버들은 실로 엄청난 가속도와 횡가속도를 견뎌내야 한다. 동양인의 체질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나이가 들면 도저히 이겨내질 못한다. 레이스의 황제인 미하엘 슈마허의 나이가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고 주위에서도 은퇴를 권하고 있다. 

▲ 독일 DTM 레이스는 전 F1 드라이버 출신인 장 알레시, 하키넨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F1을 은퇴한 드라이버들은 또 다른 레이스에서 활동을 계속한다. 장 알레시가 독일의 DTM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대부분의 드라이버들도 GT레이스에서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레이스는 프로시리즈가 있는가하면 아마추어 레이스도 있다. 아마추어 레이스는 같은 클래스의 선수들과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레이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프로드라이버들은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경기력이 떨어지면 퇴출당하게 마련이다. 레이스에서는 치열한 몸싸움과 순위 경쟁이 벌어진다.

빠른 속도 속에서 몸싸움에 지지 않아야 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순위 다툼을 해야 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레이스를 망치고 엄청난 물질적인 손해를 입기도 한다. 젊은 드라이버들은 순발력이 좋고 용기가 있어 과감한 레이스를 펼친다. 레이스의 결과는 우승 아니면 리타이어, 즉 ‘모 아니면 도’ 식의 드라이빙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노련한 드라이버들은 우승횟수는 적지만 리타이어 횟수도 적다. 그들은 안정된 레이스를 펼치며 완전한 기회를 노리고 젊은 드라이버들에게 레이스의 또 다른 면을 가르친다. 그것이 그들을 서킷에 남게 하고 팬들은 그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의 드라이버들은 정년이 너무 빠르게 온다. 필자가 40대 중반까지 레이스를 했지만 대부분의 레이서들이 40대 이전에 은퇴를 하고 만다. 아직 팬 층이 두텁지 못해 나이 든 드라이버들이 설 땅을 찾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나라의 레이스는 아직 늙은(?) 드라이버가 견뎌내지 못할 만큼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국내 최고의 레이스인 GT시리즈의 엔진출력은 300마력에 미치지 못한다. 

경력이 많은 베테랑 드라이버들은 충분히 이 레이스를 이겨 낼 수 있고 그들은 아직 레이스를 그만두기에 너무 젊다. 쉰이 넘은 나이에 서키트로 복귀한 윤철수 감독의 도전이 그래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그가 우리나라 드라이버의 정년을 제시해 줄 것이다.

/글 박정룡(칼럼리스트) rallypark@yahoo.co.kr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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