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국제경기 참가팀인 BMW코리아-이레인이 지난 5일 일본 오이타의 오토폴리스 서킷(1주 4.67Km)에서 열린 포뮬러BMW아시아 제11, 12전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매 이벤트에서 2번의 경기가 열리는 포뮬러BMW아시아챔피언십에서 우리팀이 2번 모두 우승을 한 것은 지난 3, 4전이 열린 말레이시아 세팡 이후 4개월만이다.
▲ 바레인 왕족 카레이서 살만 알 칼리파. /사진제공=BMW코리아-이레인
대회가 열린 오토폴리스 경기장은 태풍 나비가 관통하는 일본 큐슈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 800m에 자리 잡고 있다.
이날 경기는 태풍 ‘나비’의 영향으로 지난 8월 7일 태백에서 열렸던 9, 10전과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결승이 열린 9월 5일 이전까지는 전혀 비가 오지 않아 공식 연습, 예선을 화창한 날씨에서 치르고 5일 결승은 비로 인해 스케쥴이 조금씩 변경되어 치러졌다.
BMW코리아-이레인의 드라이버 3명을 포함해 톱에 랭크되는 8명의 드라이버는 이번 시즌 내내 매 경기 누가 우승을 할지 점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경기장에 대한 적응력과 경험이 승부를 갈랐다. 8명의 드라이버들도 각각의 랩타임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다.
3일에 열린 11전과 12전 예선에서는 마이클 파트리치(21 호주, 메리투스)와 하메드 알 파단(18 바레인, 메리투스)이 각각 올 시즌 첫 폴포지션을 기록했다. 첫 번째 예선에서 2위를 기록했던 바레인의 왕족 레이서 살만 알 칼리파(24, BMW코리아-이레인)는 두 번째 예선에서 자신의 시즌 8번째 폴포지션을 노렸으나 예선 첫 랩에 클러치에 문제가 생겨 피트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 BMW코리아-이레인 드라이버들. 윗쪽 좌부터 아만, 살만, 안석원.
하지만 팀이 응급조치를 취하고 엔지니어와 드라이버 인스트럭터가 드라이버를 안정시켜 0.1초 차이로 2위를 차지하며 무사히 예선을 마칠 수 있었다. 살만은 예선 후 인터뷰에서 “클러치 트러블로 마지막 그리드에서 출발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실망하고 있었지만 응급조치를 취하고 자신을 안정시켜준 팀 원들 덕분에 2위에서 출발할 수 있다”며 예선 성적에 만족했다.
8월말에 프랑스의 폴 리카아드(Paul Ricard) 경기장에서 인도 대표로 A1 그랑프리 테스트를 마치고 바로 포뮬러BMW에 복귀한 아만 이브라힘(16, BMW코리아-이레인)은 두 번의 예선을 모두 폴포지션과 약 0.6초 차이로 4위를 차지했다.
8, 9전에서 연속 시상대에 올라 이번 일본 경기에서도 기대를 모았던 고교생 드라이버 안석원(18, BMW코리아-이레인)은 서킷적응에 어려움을 가지며 11, 12전의 예선을 8위로 마쳤다.
결승전이 열린 4일 일요일 아침, 대회 사무국은 태풍 나비가 대회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며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11전 결승이 열린 오전 11시에는 벌써 비로 인해 노면이 젖어 있었고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이었다.
▲ 바레인 왕족 카레이서 살만 알 칼리파.
오전에 치른 11전 결승. 경기초반 마이클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월에 성공한 살만은 총 10랩 중 7랩 이상을 선두로 달렸다.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바레인의 지역적인 특성상 빗속 경기 경험미숙을 드러내며 다시 마이클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살만은 마이클이 마지막 랩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사이 역전에 성공. 마이클을 0.224초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며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다.
4그리드에서 출발한 아만은 스타트 실수를 범하며 후미에 있던 안석원에게까지 추월을 허용했다. 하지만 바로 페이스를 회복, 앞으로 치고 나갔으나 지난 10전 경기에서 스타트와 함께 안석원을 들이받아 리타이어 시켰던 하메드를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하는 과정에서 이 바레인 드라이버에게 받히며 리타이어하는 불운을 안았다. 이 리타이어로 인해 아만은 올해 루키 챔피언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안석원은 경기장 적응에 힘들어하는데다 비까지 내려 제 페이스를 발휘하지 못했으나 하메드와 아만의 리타이어로 5위로 경기를 마쳤다.
태풍 나비로 약 1시간을 앞당겨 오후 2시에 시작 예정이던 12전은 비로 인해 5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내리는 비에다 오토폴리스 경기장의 지역적인 약점인 안개까지 깔려 결국 SC 스타트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추월이 용이한 지점인 피니쉬 라인부터 2번 코너까지 황색기 구간으로 추월이 금지되었다.3랩 동안 SC를 뒤따르던 선수들은 SC가 빠진 후 안개와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첫 폴포지션을 기록하고 시리즈 챔피언을 욕심내던 하메드는 살만의 추격이 부담스러웠는지 스타트 직후 2번 코너에서 스핀, 코스아웃하며 1위 자리를 살만에게 넘겨주었다. 쉽게 1위를 탈환한 살만은 이후 페이스 조정을 해가며 여유있게 체커기를 받았다. 11전에서의 빗속 경기 경험 미숙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안정된 모습이었다.
이 경기에서는 1위를 한 살만보다 2, 3위로 달리던 마이클과 아만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스타트 이후 계속 마이클을 뒤쫓던 아만은 피니쉬 라인부터 2번 코너까지 설정된 황색기 구간을 탓하며 마이클에 0.1초 뒤진 채 체커기를 받아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세팡에서 열린 4전 우승 이후 첫 포디엄 피니쉬였다.
안석원은 2번 코너에서 브레이크 록을 걸며 코스아웃 했으나 서비스 로드를 통해 다시 경기에 복귀, 6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 우승컵과 바레인 국기를 치켜든 살만 알 칼리파.
▲ 12전에서 1, 3위를 차지한 살만(사진 우)과 아만(좌).
12전이 끝난 현재 살만이 156점으로 마이클과 하메드를 각각 29점, 30점 앞서며 종합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오는 10월 15, 16일 상하이에서 F-1 서포트 레이스로 열리는 시즌 마지막 13, 14전에서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살만의 종합챔피언 등극이 확정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살만이 시리즈 종합우승을 거둘 경우 한국 모터스포츠에 한 획을 긋는 일로 국내 팀이 국제 경기에서 시리즈 종합우승을 하는 최초의 케이스가 될 것이다.
10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포뮬러BMW아시아 경기가 같은 날 열리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F1대회 보다 더 기다려진다
/전홍식(BMW코리아-이레인, www.erainracing.com) bigfoot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