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서 스타벅스까지"...손기환 작가, 나무아트서 개인전 ‘바람이 분다–희망가’ 개최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단과 전쟁, 현대사의 균열을 회화로 조명해 온 손기환 작가가 이달 18일까지 서울 나무아트에서 개인전 ‘바람이 분다 – 희망가’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3년간 집중해 온 신작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분단 현실을 일상의 풍경 속에 녹여낸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주목받고 있다. 회화 속에는 딱지, 우표, 전단, 만화 등 대중 인쇄물의 형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과장된 표현과 팝적인 색채 속에 현실의 냉소와 희극성이 교차한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서 착안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구절에서 비롯되었으며, 여기에 ‘희망가’라는 부제를 붙여 절망 속에서도 예술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애기봉 전망대에 들어선 글로벌 브랜드 매장을 다룬 ‘애기봉-스타벅스’ 시리즈는 분단의 공간이 소비문화의 일부로 전환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샤면의 풍경’ 시리즈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경계를 관광지로 소비하는 모습 속에서 분단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현상을 담아낸다.
손기환 작가는 홍익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후 회화, 판화, 만화, 벽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왔으며, 대중성과 비판성을 겸비한 작품 세계로 영국 대영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의 작품은 중후한 역사적 담론과 통속적 감각이 얽히는 팝적 소통 구조를 통해 분단 현실을 비판하고, 동시에 새로운 희망의 알레고리를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분단과 사회 현실을 감각적으로 해석한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고 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손기환 작가, 나무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