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빨라지는 OS'…車업계, 성능 너머 인터페이스로 승부

2025-11-22     경창환 기자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 경쟁에서 '사용자 경험(UX)'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성능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차량 내 인터페이스와 디지털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 

OS는 더 화려하고 빠르고 다양해지고 있으며 브랜드들은 성능뿐만 아니라 인터페이스로도 승부하고 있다.

로터스가 새롭게 선보인 '하이퍼(Hyper) OS'는 단순한 자동차용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재해석한 '디지털 퍼포먼스'의 선언이다. 자체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 운영체제로 운전자의 감각과 차량 데이터를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2개의 퀄컴 스냅드래곤 8155칩이 실시간 3D 렌더링을 구현하며 3회 터치로 전체 기능의 95%에 접근할 수 있다. 물리적 버튼 대신 직관적 시각 디자인과 동적 애니메이션으로 감각적인 몰입감을 준다. OTA(Over the Air)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로터스의 이런 행보는 UX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부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하이퍼 OS는 단순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아니라 차량 성능·주행 모드·운전 보조 기능·엔터테인먼트까지 통합하는 하나의 디지털 코어다.

BMW는 지난 2001년 최초의 'iDrive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통합 제어 개념을 제시했으며 현재는 iDrive 9까지 발전했다. 

기존 iDrive 8 대비 핵심적인 변화는 시스템 반응 속도 향상, 그래픽 전환의 단순화, 메뉴 구조의 수평화를 꼽을 수 있다. 운전자는 회전식 컨트롤러, 터치, 음성 입력 중 원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개인화와 원격 업데이트(OTA)가 시스템의 핵심이다. 운전자는 BMW ID를 기반으로 프로필을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으며 좌석 위치, 조명 설정, 내비게이션 목적지 기록, 음악 스트리밍 계정 정보 등이 차량 간 자동 동기화된다. 

테슬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주행 보조 시스템(Autopilot)으로 나눠 모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테슬라 UI는 단순성과 일관성이 특징이다. 모든 모델이 동일한 UI 구조를 공유하므로 모델 간 사용 경험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유지보수·교육 비용이 줄고 OTA 업데이트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테슬라 접근 방식은 사용자 경험을 하드웨어 사양의 부속 요소가 아닌 독립적인 제품 가치로 전환했다.

UI 설계는 단순화와 반응 속도를 우선한다. 주요 메뉴는 화면 좌측에 고정된 세로형 구조로 배치되고 주행 중 필요한 기본 정보는 상단 영역에 고정된다. 그래픽 요소보다는 정보 가독성을 중시한다.

이와 함께 오토파일럿 모드 활성화 시 UI는 파란색 톤으로 전환되며 시스템 제어 상태를 명확히 구분한다. 차선 유지, 차간 거리 조절, 자동 차선 변경 등 기능의 상태는 아이콘과 애니메이션으로 표시된다. 이러한 시각 피드백은 운전자가 시스템의 판단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하며, 필요시 즉각적인 수동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포르쉐의 최신 UX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으로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가 있다. 운전 중 핵심 정보는 계기판 중심, 보조 기능은 중앙 또는 조수석 디스플레이로 분산한다. 

시각적 디자인은 단색 기반의 인터페이스와 간소화된 그래픽 요소로 구성된다. 그래픽 해상도나 애니메이션보다 데이터 정확도와 반응 속도를 우선한다.

포르쉐는 디지털 경험을 감성적·오락적 요소보다 정밀한 제어감과 직관적 접근성으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주요 정보는 최소한의 텍스트와 숫자로 표현되며 시각적 피드백은 컬러 대비 중심으로 단순화돼 있다. 주행 모드 변경, 회생제동 단계, 차량 안정화 제어 등과 같은 피드백은 화면 애니메이션 대신 컬러 전환과 간결한 사운드 신호로 전달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BUX'는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 처리·음성 인식·UX 통합 프레임워크를 포함한 운전자와 차량 인터페이스 아키텍처로 정의된다. 크게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연동 구조의 세 계층으로 나뉜다. 

소프트웨어는 다임러가 자체 개발한 MBUX OS를 기반으로 동작하며 OTA 방식으로 주기적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클라우드 계층에서는 차 데이터와 사용자 프로필이 '메르세데스-미'라는 플랫폼을 통해 관리된다.

대표적 특징은 다중 디스플레이 구조다. 운전석·센터·조수석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곡면 OLED 패널로 통합한 형태다. 3개의 화면은 독립적으로 동작하지만 중앙 프로세서를 공유하여 그래픽·입력 데이터를 통합 처리한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은 이제 동력 효율보다 인터페이스의 효율을 경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브랜드별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시스템 응답 속도, 정보 구조의 명료성, 시각 피드백의 정밀도 등 '디지털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