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실차 공개...의미와 청사진
현대자동차의 계획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10년 전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킨 이후, 브랜드는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 런칭 단계에 접어들었다.
BMW나 렉서스처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은 대중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고성능 라인업을 통해 정점을 찍는 전략을 구사한다. 제네시스 역시 같은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초기에는 내연기관 기반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 모델로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이후 고급 감성과 스포츠 역동성을 묶어낸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가성비' 내연차들이 1단계로 토대를 닦았다면, 제네시스의 글로벌 인지도 확장은 2단계다. 이제 3단계인 하이엔드 고성능 모델을 런칭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했다. 그 첫 주자가 바로 GV60 마그마다.
제네시스는 이 모델의 데뷔 무대를 프랑스로 정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명품 국가' 프랑스에서 20일(현지시간), GV60 마그마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GV60은 제네시스 라인업 중 가장 작은 차급으로, 유럽 시장 지향성이 뚜렷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된 만큼 유럽의 ZEV 시장 구조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향후 2~3년 내 G80 마그마, GV80 마그마 같은 대형 하이엔드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지 시장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붐업 역할'을 수행하기 적합한 카드다.
이번 실차 공개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에서 GV60 마그마 콘셉트가 처음 등장한 이후 약 1년 8개월 만이다. 제네시스는 지금까지 'GV80 쿠페 콘셉트', 'G80 마그마 스페셜', '엑스 그란 베를리네타 콘셉트', 'G80 전기차(EV) 마그마 콘셉트', '엑스 그란 레이서 VGT 콘셉트', 'G70 트랙 택시' 등 다양한 마그마 기반 콘셉트를 통해 고성능 청사진을 단계적으로 제시해왔다.
고성능 브랜드의 성립에는 레이싱 트랙에서의 검증이 필수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을 출범시키며, 향후 각종 친환경차 레이스 출전을 준비 중이다. 자체 튜닝한 레이스 사양 차량으로 직접 대회에 나서거나, 외부 팀에 차량을 공급해 프로-암 레이스 등 다양한 클래스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모델'과 '모터스포츠 경쟁력'이 동시에 갖춰질 때 완성된다. BMW M, 토요타의 렉서스 F 시리즈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도 이 공식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은 중후함과 고급감을 선호하고, 젊은층은 역동적인 고성능 라인업을 선호하는 만큼 제네시스 마그마는 이 두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2023년 8월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제네시스 비중은 5%를 넘어섰다. 이는 토요타 렉서스가 30년 넘게 걸린 성취를 약 3분의 1 수준의 시간으로 앞당긴 셈이다.
제네시스가 지난 10년간 PGA 골프 대회, 글로벌 레이싱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에 큰 비용을 투자해온 이유도 결국 '명품 브랜드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