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30년 수입차, 연 30만대 시대 열었다…전기·하이브리드 비중 81.6%

2025-11-25     김기홍

수입 승용차 시장이 개방 30년 만에 사상 첫 '연간 30만대 판매'와 '전기차 비중 30% 돌파'라는 이정표를 동시에 세운다. 단순한 판매량 증가를 넘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모델로 시장 주류가 완전히 넘어가는 구조적 변화가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는 24만9412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만3432)대보다 1만5980대 늘어난 수치로 15.5%의 성장률을 보였다. 역대 10월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이다.

KAIDA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가 15개에서 30개로 늘고 판매 차종이 500개 이상으로 급증하며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30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산업 발전과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판매 추이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3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통상 11월과 12월은 수입차 브랜드가 연식 변경을 앞두고 재고 소진을 위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연중 최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1995년 외국 브랜드가 한국 법인을 설립해 직판 체제를 도입할 당시 연간 6921대에 불과했던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30년 만에 약 43배 성장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10월 누적 기준 전체 승용차 판매량 125만1557대 중 20%를 차지하며 '마의 벽'으로 불리던 20%대에 안착했다.

양적 성장보다 돋보이는 것은 전동화로의 급격한 전환이다. 10월까지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7만3288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의 29.38%를 점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기차 비중이 18.8%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 13만245대(52.22%)까지 합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비중은 81.6%에 달한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차 비중은 각각 12.71%와 1.08%로 쪼그라들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전동화 바람은 테슬라가 주도하고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테슬라는 10월까지 4만7962대를 팔아치우며 수입 전기차 시장의 과반을 장악했다. 또 BMW(4814대), 아우디(4222대), 포르쉐(2857대) 등 고가 브랜드가 신형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투입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1위 BYD의 한국 진출과 1억원대 이상 럭셔리 전기차 수요가 겹치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반면 렉서스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는 전기차 라인업 부재로 경쟁에서 소외됐다.

업계는 수입차 시장이 경기 침체와 보조금 축소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소비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국산차 시장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관세 부담 등으로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수입차 소비층은 가격 민감도가 낮아 정책 변화나 경기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구조"라며 "연말 전기차 신차 출시와 테슬라의 가격 조정 여부에 따라 연간 전기차 판매 비중 30%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수입차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