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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긁혀도 스스로 복원해요" 현대차그룹 '나노테크' 대거 공개

"차 긁혀도 스스로 복원해요" 현대차그룹 '나노테크' 대거 공개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3.07.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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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하다가 벽에 차를 긁고 나면 자괴감과 짜증이 동시 몰려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차 스스로 긁힘을 복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 상상이 이제 현실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비결은 바로 '나노'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나노(nano)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나노 신기술들을 선보였다.

나노는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수준의 매우 작은 단위다. 이 단위에서 배열을 제어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소재를 만드는 것을 나노기술이라고 부른다. 다루기 까다롭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획기적인 기술을 만들 수 있다.

이종수 현대차ㆍ기아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첨단 기술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가 필수적”이라며 “나노소재는 실제 활용이 까다로운 만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다양한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가 소개한 나노기술은 총 6가지다. ▲손상 부위를 스스로, 반영구적으로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자동차와 건물 등 투명 성능 요구되는 모든 창에 적용 가능한 ‘투명 태양전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 태양전지’ ▲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를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이 중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상온에서 저절로 차량 외부 흠집 등이 복구되는 게 특징이다.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생길 경우,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에 의해 맞닿아 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활용됐다.

현대차그룹은 우선적으로 카메라 렌즈와 라이다 센서 표면 등에 이 기술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인 라이다 등이 스스로 손상을 치유한다면, 자율주행 기능 저하 등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향후에는 차량의 도장면이나 외장 그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기술은 빠르면 2~3년 안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전망이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셀프 힐링의 또 다른 방식인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장해 파생적으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부품에 저마찰과 내마모성을 부여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킨다. 나노 캡슐이 포함된 고분자 코팅을 부품 표면에 도포하면,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지고 그 안에 들어있던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어의 회전량 손실을 줄여 전비 개선을 도모하고 부품 수명도 크게 향상시킨다. 도포된 부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윤활 기능을 수행할 정도로 오랜 시간 윤활 효과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윤활유 구입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르면 올해 상용화될 예정이며, 국산화도 준비 중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투명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이 소재는 투명한데다 발전 효율까지 좋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기존 태양전지를 대체하면서도, 자동차 유리창은 물론 건물 창문 등으로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200㎠ 짜리 투명 태양 전지로 1.5W급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투명도와 전지효율 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투명 태양전지의 효율 등이 목표치에 도달한다면, 전용 면적 85㎡(약 26평) 규모 아파트 창문을 대체하게 될 때 평균 전력 사용량의 67%를 감당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 탠덤 태양전지는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 달성이 가능한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후드ㆍ루프ㆍ도어 등 태양광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 부위에 탠덤 태양전지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일상 주행이 가능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 평균 태양광 발전만으로(국내 평균 일조량 4시간 기준) 20㎞ 이상의 추가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한다.

압력 감응형 소재는 수 나노에서 수십 나노미터 지름을 가진 탄소 집합체인 탄소나노튜브(CNT)를 활용한 기술이다. 차량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발열시켜 주고, 필요하지 않는 부위의 발열은 억제한다. 때문에 전력 절감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기술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복사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량은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량보다 최대 7도(℃)가량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홍승현 현대차ㆍ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 상무는 “오늘 공개된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ㆍ기아는 21일 열리는 ‘나노 테크데이 2023’ 2일차 행사에 소재 분야 전공 대학생들을 초청해 나노 소재에 대한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연구원들이 답하는 소통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또 별도의 직무 상담 부스도 마련해 입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연구개발 업무와 채용 과정 등에 대해 안내할 계획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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