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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빙판길 드리프트" 아우디 콰트로의 나라 핀란드 가보니

"할머니도 빙판길 드리프트" 아우디 콰트로의 나라 핀란드 가보니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4.02.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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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을이 있는 나라, 자일리톨껌을 씹어서 충치가 없는 나라로 유명한 핀란드는 혹독한 겨울왕국이다. 국토의 상당부분이 6개월 겨울기간 동안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다. 

그런 환경에서 운전한다는 건 당연하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핀란드 정부도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운전면허 시험을 깐깐하게 시행한다. 세계에서 운전면허 따기 어려운 나라 ‘톱 5’에 드는 이유다. 총 9단계의 코스를 통과하고 2년간 2번 이상 법규위반이 없어야만 정식 운전면허를 획득 할 수 있다.

핀란드 인구는 약 550만명.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빙판과 눈길에서도 쫄지 않고 달릴 수 있을 정도의 ‘프로 레이서’ 수준이다. 어지간한 할머니들도 시장까지 운전할때면 드리프트와 카운터스티어 같은 드라이빙 기술을 시전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핀란드 출신 드라이버들은 F1에서 WRC까지 세계 최고 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핀란드는 눈이 많아 전국민이 대대로 레이서 수준의 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권에 있어 백야 현상이 일어나는 핀란드는 겨울에는 오후 3~4시면 날이 어두워지고, 직장인들은 그때부터 퇴근길 빙판 레이스를 펼친다.

기자는 아우디코리아의 협조로 지난 1월말 핀란드 무오니오 지역에서 열린 ‘2024 아우디 아이스 익스피리언스 핀란드(2024 Audi Ice Experience Finland)’ 행사에 다녀왔다.  

무오니오가 바로 산타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아우디 익스피리언스 체험은 인근 7km에 이르는 얼음호수 위에서 진행됐다. 오전 10시에 해가 뜨고 오후 4시가 되면 캄캄해지는 이 지역 호수의 얼음 두께는 1.5m나 된다고 했다.

행사에 제공된 차량은 아우디의 고성능 왜건 모델인 `RS4 아반트 콰트로`이다. 아우디 익스피리언스 핀란드는 총 4단계로 나눠 2인1조로 3일간 진행된다. 모두 4개의 레벨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가장 기초단계에서는 드리프트 연습과 차량 컨트롤을 배운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아웃 인 아웃` 주행 방법은 동일하다.

참가 첫날 빙판길 운전 교육과 오벌과 스네이크 등 단계별 코스 주행을 마치고 둘째날 3km 코스를 타임어택 방식으로 랩타임(lap time)을 재는 레이스가 열렸다. 

빙판 레이스 참가자는 총 10명이었다. 한국 고객 2명과 미디어 6명, 아우디코리아 직원 2명이 참가해 그간 배웠던 기술로 경쟁했다. 출발부터 떨렸다. 차를 제어하지 못한다 해도 가드레일이나 벽에 부딪힐 일은 없는 드넓은 호수였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빙판에서 코스 아웃 되면 레이서 출신이라는 경력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국내 서킷에서 출발하듯 액셀을 훅 밟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눈길과 빗길 마찬가지로 항상 노면이 마르지 않은 경우 액셀러레이터는 급격하게 누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떠올렸다. 차량의 무게 중심을 앞뒤로 이동시키고 브레이크 역시 부드럽게 밟고 부드럽게 떼어야 컨트롤이 가능했다. 

2일차 랩타임 3km 트랙 레이스에서 4분 43초 기록으로 참가자 중 1위를 차지했다. 마치 진짜 레이싱에서 우승한듯 만감이 교차했다. 이토록 미친듯 차만 탔던 적이 내 인생에 있었을까? 혹독한 프로그램이면서도 참가 3일만에 조금 과장해서 눈길의 랠리 드라이버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빙판길 주행의 백미는 드리프트다. 이를 위해 평상시 안전운전을 도와주는 전자식 자체 제어 장치인 `ESC` 기능은 끄고 달렸다.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차량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속도를 올리다 커브 구간이 눈에 들어오면 속도 조절에 들어가야 한다. 액셀을 살짝 밟고 있는 동안 차체의 무게중심은 후륜에 쏠려 있게 된다. 그리고 코너링을 시작하기 직전엔 차의 무게중심을 전륜으로 옮겨야 한다. 슬쩍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면 빠르게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앞바퀴가 지면을 누르는 힘이 발생한다.

우측으로 굽이치는 코너링에서 스티어링휠을 오른쪽으로 다소 빠르게 돌리면 그때부터 전륜이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바퀴는 우측으로 틀어져 있지만 차는 오던 가속에 따라 직진하며 미끄러진다. 평범한 운전자들은 이럴때 당황하기 십상이다. 핸들을 잘못 돌려 차가 직진하며 코스를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  

커브에 접어들기 이전부터 무게중심을 전륜으로 옮기면서 서서히 우측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려야 미끄러지면서도 곧바로 차체가 네바퀴에 균형을 맞춰 원상복구 된다.

미끄러지는 현상이 멈춰지면서 차량 무게중심이 전체 바닥면에 고루 균형을 맞춰졌을때 다시 엑셀을 서서히 밟기 시작하면 멋진 드리프트가 완성되면서 직진 구간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25년 경력의 랠리 드라이버 출신인 얀 베커(57. Jan Becker) 아우디 인스트럭터는 기자 보다 시속 30~40km 가량 높은 시속 80~90km로 드리프트를 돌아나가는 테크닉을 보여줬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부럽고 멋진 광경이었다.

 

이같은 드리프트 원리는 마른 노면에서도 마찬가지 이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차량의 무게중심을 제대로 조율하는 것인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차량은 중심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레이서 출신들도 드리프트는 어려운 종목으로 통한다. 많은 연습과 시간은 물론, 마른 노면에서 제대로 드리프트를 터득하려면 우스갯 소리로 '타이어만 1억원 어치'를 써야 가능하단 말이 있다.

질주와 쾌감, 그리고 콰트로 4륜구동의 대명사 ‘아우디 RS4 아반트’를 명마로 조율해 이번 이벤트 레이싱에서 우승컵을 받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이 차만의 특징은 스노우 타이어에 금속 재질의 알루미늄 징을 박았다는 점이다. 얼음 위지만 마치 온로드를 달리는듯 그립력과 제동력을 높여줬다. 거기다 아우디의 기계식 4륜구동 시스템이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임을 도왔다. 

핀란드에서 배운 빙판길 운전법은 겨울철 한파가 이어지는 강원 산지(대관령, 태백) 등에서 유용하게 쓸수 있을거 같다. 과시하는 운전이 아닌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졌을때 안전하게 대처하는 운전법인 셈.

고성능 왜건인 `RS4 아반트`는 V6 TFSI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61.2kg.m(1990~5000rpm), 제로백 3.9초 제원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전륜 기반의 4륜구동 방식으로 코너에서 속도를 내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를 기계식 콰트로가 발빠르게 스스로 제어해 주는 데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RS4 아반트는 국내 출시 모델은 아니다. 대신 상위 모델로 `더뉴 RS6 아반트 퍼포먼스’가 지난해 말 국내 출시했다. 4.0ℓ V8 가솔린 엔진과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86.68㎏·m를 발휘한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대원 씨(53)씨는 "한국에서 드리프트를 배운 적이 있지만 제대로 기술을 못 익혔는데 이번 아이스 드라이빙에서 원없이 타보고 완전히 습득하게 됐다"며 " 인생킷리스트 하나를 해결했다”고 뿌듯해 했다.

/무오니오(핀란드)=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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