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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의사들은 왜 극렬 저항하나? 엘리트 집단과 망가진 의료

'스트레이트' 의사들은 왜 극렬 저항하나? 엘리트 집단과 망가진 의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4.03.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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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 계획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지 한 달이 돼 간다.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병원을 찾다 숨지고, 머리에 종양이 생긴 아이는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전공과목을 아직 배우고 있는 전공의들이 빠지자 생긴 의료공백, 저렴한 전공의와 간호사들로 유지해 온 한국 의료의 민낯이다. 빈자리는 차출된 공중보건의, 군의관 그리고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과 박봉을 호소했던 전공의들은 일을 나눌 동료가 늘어나는 걸 반대한다. 의사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왜일까?

한 외과 의사는 전공을 살리지 않고 피부과를 운영한다. 외과보다 훨씬 큰돈을 벌 수 있어 이런 선택을 한 동료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안과, 피부과 개원의들은 1년에 수억 원을 버는 걸로 조사됐다. 의사들이 기피 한다는 소아청소년과는 이들보다 훨씬 적은 수입을 얻는 걸로 나타났다. 소득 차이는 비싼 ‘비급여 진료’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비급여 진료를 지탱하는 건 실손의료보험. 건강보험을 보완하려 도입한 실손보험이 의료 과소비를 부추기고 의료비를 부풀리는 주범이 된 셈이다. 그래서 돈 되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전공의가 몰리고 돈 안 되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미달 된다. 힘들게 내외산소 전문의가 돼도 전공을 살리는 비율은 낮다. 소아과는 줄고 있지만 피부과 성형외과는 계속 늘어난다.

필수 의료의 위기, 의사들은 수가를 대폭 늘려 보상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배분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라는데 그러면서도 필수 의료 쪽에 몰아주기보단 모든 수가를 올려달라고 한다. 정부는 일단 의사 수를 늘리자고 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는 인구 1천 명 당 2.1명(한의사 포함시 2.6명)으로, OECD 평균인 인구 1천 명 당 3.7명보다 적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는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명 이상 부족할 거란 연구 결과도 여러 건 있다. 그렇다면 2천 명 증원은 적정한 규모일까. 교육환경, 의료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점진적 증원이 전문가들 사이 제안됐지만 정부와 의사단체는 토론 없이 강대강 대치 중이다. 쏟아진 필수 의료 대책에서 공공성 강화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지방에선 의사가 계속 부족할 거란 전망이다. 치료가 필요한 한국 의료를 진단 한다.

/지피코리아 박한용 기자 qkrgks77@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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