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집중분석] 전남도 영암 F1 서킷 ‘대해부’

[집중분석] 전남도 영암 F1 서킷 ‘대해부’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6.12.22 11:5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길이 5.684km의 亞 최장 서킷…패독 등 부대시설 개선해야

2010년 코리아 F1 그랑프리가 개최될 전남 영암 써키트 마스터플랜이 지난 7일 대중 앞에 공개됐다.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영암 서키트에 대해 집중 분석해본다. 분석 과정은 이렇다. 먼저 공개된 마스터플랜을 설계 도면으로 옮겨 레이아웃을 살펴보고 위성사진 및 관련 자료를 수집해 주변 환경을 분석해봤다. 그 뒤에 해외 경주장 시설물들과 비교해 보고 마지막으로 J 프로젝트 개발부지에 대한 보고서들을 참고했다.

 

총길이 5.684km의 영암 서키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트랙으로 계획되었으며 길이 3.047km의 상설트랙과 확장 구간 5.684km의 F1 트랙으로 나뉘어져 있다. 마스터플랜이 첫 모습을 드러냈던 두 달 전 보다 F1 트랙 길이가 234m 확장되었고 상설서키트도 코너를 다양화해 전체 길이를 20m가량 늘었다. 평상시에는 상설 트랙을 사용하고 F1 경기가 열릴 때는 확장구간을 이용한다는 구상이다. 피트와 패독 등 부대시설도 일반 상설용과 F1용으로 나뉘어져 있다.

 

토지이용계획(Zoning Plan) 분석

 

개발계획을 세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지이용계획(Zoning Plan)이다. 밑그림을 잘 그려야 좋은 미술작품이 탄생하는 것처럼 토지이용계획은 모든 개발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밑그림이다. 주변상황을 고려한 동선과 단지내부의 시설물 배치가 토지이용계획에서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토지이용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영암 서키트의 마스터플랜에 위성사진을 오버랩시켜 보았다. (하단 이미지 참조) 아래쪽의 푸른 부분은 방조제로 담수호가 된 영암호이다. 부지 대부분은 현재 농경지로 조성되어 있으며 토지 소유주인 한국농촌공사와 장기임대를 포함한 토지 사용권 문제에 대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암 서키트의 주진입로는 보는 바와 같이 북쪽에 동서로 위치한다. 서쪽은 무안공항으로 연결되며 동쪽은 목포를 통해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입로와 인접해 있는 상설 경기장의 북쪽 지역이 관람객 진출입이 용이하며 메인 출입구를 비롯한 공익편익시설지구도 이 부근에 집중 배치시키면 효율적인 토지이용계획이 구성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상설 서키트의 하단부에 주요건물과 스탠드가 위치할 경우에는 토지이용계획에서 다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방음벽을 형성해 소음이 남쪽의 상업지구나 주거지역으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F1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생활소음 규제 상한선의 세 배에 이른다. 일반 레이싱 차량의 경우도 100dB(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분 역시 토지이용계획에 고려되어야 한다.

이미지 하단부에 위치하는 영암호는 담수호다. 방조제에 가로막혀 서해바다와 분리되어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암호와 해수의 연결통로를 만들어 수질도 개선시키고 선박의 진출입도 가능케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방조제 때문에 바다로 선박을 운행시키기가 힘든 구조이다.

시설물 배치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카트장 및 주진입로의 상업시설지역(Main Vendig Area), 피트와 패독 등은 아무래도 진출입이 용이하게 배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드라이빙세이프티센터 등 수요층이 고정되어 있는 시설물은 주진입로와 떨어져 외곽에 배치시켜도 무관하다.

도면을 보면 단지를 둘러싸는 우회도로(ring road)가 아직 계획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우회도로는 각 시설간에 연결고리이며 관람객 및 관계자들의 주이동로이기 때문에 시설배치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회도로 개설과 더불어 차폐식재나 방음언덕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레이아웃 분석 - 롱코스(F1 트랙)

 

▲ 영암 F1 서키트의 각 코너.


 이제 레이아웃을 분석해 보자. 레이아웃 분석은 롱코스인 F1 트랙과 상설 트랙, 둘로 나누었다.

영암 서키트의 레이아웃은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변칙적인 느낌을 갖는다. 길이가 긴 트랙은 일반적으로 직선->코너->직선->코너를 구간별로 적절히 안배하는 레이아웃을 갖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레이아웃인 스파-프랑코샹 같은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영암 써키트의 경우 북쪽은 약 1.9km의 짧은 구간에 10개의 코너가 그야말로 오밀조밀 뭉쳐 있다.(3번 코너에서 12번 코너까지) 가장 긴 직선구간이 고작 200m 정도이며 워낙 커브가 많아 머신들이 기차놀이 하듯 지나가야만 하는 구간이다. 시가지 구역을 90자로 꺾으며 주행해야 하는 13-17번 코너구간 역시 관객들에게는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마리나 구간인 17번 코너부터는 재미있는 주행이 예상된다. 마리나 구간은 모나코의 누벨 시케~피신느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지만 130R 커브가 345m나 이어지는 곳이다. 이 구간의 예상 스피드는 253kph. 속도가 높은 만큼 그만큼 G포스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스즈카 써키트의 스푼 코너나 이스탄불 서키트의 7번 코너처럼 드라이버들에게 악명높은 구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어지는 19번 코너를 진입하기 전부터 풀스로틀이 가능하다. 19번 코너는 280kph 가까이 속도를 내며 리드미컬하고 탄력있게 빠져나온다.

F1 트랙의 스타트/피니시 라인은 일반 에프원 경주장보다 다소 짧은 530m에 불과하지만 예상 속도는 310kph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기장들이 1코너를 날카롭게 설정하는 데 반해 영암 써키트는 직선구간 마지막에 완만한 커브를 두고 배틀을 극대화시킨 후 코스를 완전히 꺾어버렸다는 점이다. 특히 직선구간 끝에 배치된 완만한 커브 덕분에 브레이크존(zone)이 커졌다. 이는 선수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는 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복수의 레이싱 라인이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둘 이상의 선수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좀 더 재미있는 배틀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곳이다. 이런 구조가 출발시에는 사고 확률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중에는 재미있는 배틀이 일어나리라 예측된다. 2번과 3번 코너 역시 경기중 추월가능성이 높다.

시속 112km로 통과하는 1코너는 영암 서키트에서 가장 느린 구간이며 1코너에서 연결되는 1.25km의 백스트레치 구간은 영암 서키트의 특징 중 하나이다. 에프원 경주장 중에서 직선구간이 가장 길게 배치되기는 했지만 최고속도 역시 가장 빠르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총 19개의 코너로 이루어진 영암 서키트는 중저속 구간이 많이 때문에 다운포스를 고려한 세팅이 필수적이다. 즉, 저단변속에서의 세팅과 미디엄급 다운포스를 주어야 하는 트랙이기 때문에 최고속도는 320kph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하이스피드 서키트인 몬자보다 40kph 정도 낮은 셈이다. 게다가 일반 도로를 이용하게 되므로 해가 갈수록 노면의 굴곡이 심해져 머신 하단부와 서스펜션 세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숏코스 분석 - 테크니컬한 면모를 갖추어 재단장

 

▲ 10월초 발표된 영암 서키트 초기 레이아웃. 숏코스 구간이 고속위주로 설계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트랙 레이아웃을 보면 전체적으로는 초기 계획보다 많이 가다듬은 느낌이다. F1이 열리는 롱코스의 경우 일년에 한번밖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설 트랙인 숏코스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된다. 숏코스에서는 국내 대회 등 낮은 단계의 레이스와 테스트, 체험주행 등의 행사가 벌어지기 때문에 보다 코너를 다양화고 테크니컬 서키트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숏코스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패독공간이 트랙의 인필드가 아니라 트랙 바깥쪽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18개 에프원 경주장 중에서 피트가 트랙 바깥쪽에 있는 경우는 세 개다. 피트가 트랙 바깥쪽에 있으면 아무래도 공간활용에 제약을 받게 되는데 영암 써키트의 경우 공법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좁은 인필드 구간을 조금 넓히면서 피트를 안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숏코스는 길이가 다소 짧은 감이 없지 않지만 에프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를 개최할 수 있다. 직선구간도 680미터에 이르며 진입구간인 마지막 코너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간에 스피디한 경쟁이 가능하다. 특히 직선구간을 지나서 리드미컬한 3번과 4번 코너에서는 충분한 배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연속으로 이루어진 10번과 12번 코너는 횡압력을 극대화하여 선수와 차량이 극한의 주행을 해야만 하는 구간이 될 것으로 본다.

부대시설 - 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할 듯

 

레이아웃이 흥미롭고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긴 하지만 부대시설은 아직 개선할 점들이 많다.

일년에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메인 그랜드스탠드, F1 패독, 팀 빌딩 등의 활용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상해 경주장에 최초로 팀 빌딩이 세워진 이후 사키르, 이스탄불 등 요즘 건설되는 많은 경주장에 팀 빌딩이 들어서 있다. 유럽 이외의 경주장에서는 출전팀들이 모터홈을 사용하지 못하므로 호스피탈리티를 편히 제공하기 위해 팀빌딩을 만드는 게 요즘의 추세다. 이는 에프원 개최권자인 FOM측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팀빌딩이 의미있는 것은 사실이나 평소에 그리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년부터 에프원을 개최하는 후지스피드웨이의 경우 팀빌딩을 가설물로 설치했다. 특히 영암 서키트처럼 에프원 패독이 상설 써키트 안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활용도가 더욱 낮다. 20동의 팀빌딩 건설에는 36억원이라는 거금이 소요된다. 하지만 팀 빌딩이 해안에 접해 있고 최고급의 어메니티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활용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관람석에 대해서도 좀 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마스터플랜상의 관람석은 총 8만8천8백석이다. 상설 관람석인 메인 그랜드스탠드가 18,000석이며 임시 스탠드가 5군데에 총 5만900석, 그리고 자연석이 1만1천석으로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상설 8만석을 포함해 총 15만석으로 관람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관람석의 전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상설로 8만석을 짓는 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설 관람석을 줄이고 가설 관람석을 확충하는 것이 비용절감 측면에서 나으리라 예상된다. 관람석 문제는 향후 내부 논의를 통해 충분히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장 북쪽에는 계획한 교통안전센터(Road Training and Safety Center)는 선형주회로를 포함해 총 4개의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교통안전센터는 현대 자동차경주장의 주수입원 중 하나이며 공익성이 강한 사업이기도 하다. 4개의 모듈은 교육팀을 로테이션 시키기에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8개 이상의 모듈을 확충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미리 개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경주장은 시설물 건설이 우선이지만 교통안전교육장은 시설물 건설 이전에 교육지도원 양성이 먼저라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정상적인 트레이너 교육에 3년이 걸린다. 특히 자동차운전교육은 삶과 죽음을 가를 정도로 위험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외에서도 교육생의 실수에 의해 트레이너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체계적인 교육과 소프트웨어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영암 써키트가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부터 트레이너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만 한다.

법적 문제들

 

자동차경주장은 체육시설이며 도시계획법상에 도시계획시설로 등록된다. 체육시설의 경우 충분한 시설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전체 부지가 트랙과 안전지대를 합한 너비의 6배를 초과할 수 없다. 이런 점들은 향후 마스터플랜을 세분화시키면서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된다.

물론 이번에 발표된 영암 서키트의 레이아웃이 최종본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세이프티로드 등 안전문제, 링로드 등 우회도로 설치 등으로 전체 레이아웃이나 동선이 수정될 수 있다.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트랙은 상설과 임시로 구분하되 부대시설은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향후 활용도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경주장들이 이중 패독을 만들 경우 그다지 짭짤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해외의 경험을 참고했으면 한다.

영암 서키트는 이제 첫 단추를 꿴 상태다. 2010년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2010년 영암 서키트에서 에프원 머신의 굉음이 울릴 날을 기대해 본다.

/이승우(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앤아이에스 대표)

저작권자 © 지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