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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피셜 전문가 양성과 문제점, 해법은 없나?

국내 오피셜 전문가 양성과 문제점, 해법은 없나?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7.01.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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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칼라십 제도 등 전문가 양성 필요…자부심과 긍지 심어줘야”

자동차 경주는 소수의 인원이 경기를 진행하고 판정하는 일반 스포츠와는 달리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의 인원이 모여 경기 전체를 운영하게 된다. 자동차경주는 경기진행의 핵심역할을 하는 임원에 속하는 그룹을 오피셜(Official),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그룹을 마샬(Marshal)로 보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통칭하여 오피셜로 불린다. 오피셜은 각각의 역할에 따라 관제, 코스, 피트, 안전(구급), 패독, 기술등의 분야로 구분된다.

오피셜은 모터스포츠 이벤트에 있어서 공식적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피셜의 복장, 표정, 언행, 판정등은 바로 경기의 내적인 측면과 외적인 측면 즉 대회의 위상을 판가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피셜은 선수 및 관중들에게 경기를 잘 치르고 관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기에 대한 기대와 질을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열중해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모터스포츠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피셜 교육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93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구 모터파크) 서킷 개장으로 시범경기를 위해 개최됐다. 필자도 이때에 처음으로 오피셜 교육을 받았다. 오피셜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이진 것은 95년 본격적인 온로드 경기가 개막되면서부터다. 당시 스피드웨이와 대회 협찬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교육이 이루어졌고, 창원 F3 경기가 종료된 2000년대 초반까지 오피셜은 인적자원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전성기를 이뤘다. 99년 당시만 해도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120여명 이상의 인원이 F3 경기에 투입됐다. 이때는 오피셜을 하기 위해 대회당일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고, 인원이 차거나 늦게 오면 경기를 관람하거나 돌아가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주기적인 교육과 꾸준한 지원으로 인적자원이 풍부하여 경험이 많고 우수한 재원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여 경기운영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회 스폰서의 감소로 인한 재정문제 등으로 대회에서 필요로 하는 오피셜의 인원이 감소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규모에 따라 기존 인원의 1/3에서 절반가량의 인원으로만 경기를 진행하는 등 최소의 인원으로 근근이 대회를 치러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프로모터의 잦은 교체와 대회 공인 여부 등의 이유로 오피셜 조직에 혼돈이 생겨 내부적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었다. 객관성 없는 조직 구성, 비용절감을 위한 무경험자 기용 등으로 전문성이 결여되기 시작했고, 장기적인 대안 없이 ‘기존의 인력으로 어떻게 되겠지’ 하거나, ‘매 경기 넘기기’에 급급해 왔던 것이 사실일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오피셜들이 실망하며 척박한 모터스포츠 현실에서 떠나게 됐다. 지금 치러지고 있는 대부분의 경기들은 불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오피셜들이 그나마 애착을 가지고 진행을 하고 있다. 이들도 갈수록 회의를 느끼고 있어, 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켜줄지 아무도 모르는 너무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앞서 말했듯이 오피셜이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맡은바 임무를 다하고 또 자부심을 가지고 다시금 경기장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동기부여와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기에 임하는 태도의 시작은 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복장의 통일은 구성원에게 일체감과 단결심, 사명감 등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해주는 기능이 있다. 일부 마니아 오피셜은 자비를 들여 고가의 유니폼을 직접 착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통일된 모자, 유니폼, 아이디카드, 장갑 등의 복장으로 그들이 서비스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신 시켜 주어야 하고,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닌 경기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단순한 기본 교육과 하루 교통비정도의 노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 대회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문제을 처리할 수 있는 노련한 오피셜을 양성하는데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경기수가 적고 오피셜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는 비록 안전한 스포츠이긴 하지만 한순간에 대형사고가 날 수 도 있어 응급처치법등이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오피셜은 경기중 선수들의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한 반칙 적발, 차량의 사고처리, 차량 규정의 위반,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의 제재 등 모두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져야 많은 인원이 톱니바퀴처럼 원활한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 또한 빠르고 냉철한 판단을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경기중 코스상에서 어떤 선수가 고의로 앞차량을 충돌하여 앞차량이 코스이탈 하였을 때 포스트에서는 이 상황을 사고 전, 중, 후 상황으로 구분 면밀히 관찰하여 즉각 관제실에 구두 및 서면 보고를 하게 된다. 이때 사고처리를 위하여 안전팀에서는 신속하게 사고지점으로 출동, 드라이버의 이상유무, 차량의 파손정도 등을 파악하여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세이프티카, 구급차, 견인차등을 적절히 투입하여 구난작업을 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관제실에서는 상황이 보고되면 각종보고서, CCTV등을 통해 신속한 상황판단과 분석을 하게 된다. 반칙차량으로 결정되면 페널티 신호기로 해당차량을 피트로 불러들여 페널티을 받게 한다. 또한 피트에서는 차량이 경기에 재투입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결정하여 다시 코스인 시키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불과 2~3분 사이에 처리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수 십명의 인원이 하나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오피셜이 내린 판정은 각 위원장, 심사위원등 여러 절차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개인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각종 이해관계, 특정인 봐주기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오피셜의 자질과 전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 오피셜의 양성은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에 대한 몇가지 대안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 직업인 오피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모든 오피셜이 취미 또는 다른 직업을 갖고 주말에 시간을 내어 오피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진행과 판정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로서 국내외 경기 규정과 운영방식을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 적용하며 교육할 수 있는 직업인이 필요하다. 물론 이 인원은 소수의 그룹으로 구성되며 전업, 겸업등도 가능하겠다.

둘째 오피셜 스칼라십과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라이센스 취득을 위한 교육과 경기당일 위원장을 통한 교육이 오피셜 교육의 전부였다. 과거 스피드웨이에서 화재진압, 구난훈련 등을 행한바 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라이센스 취득에서 상급 오피셜로 진급하기까지 경기경험과 더불어 화재진압, 구난, 깃발제시, 보고서작성법, 상황대처요령등 등급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훈련되어야 하며 테스트 및 각종 상벌점 제도를 통하여 스칼라십을 운영, 표창하거나 국제경기 경험 및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오피셜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심어 주어야한다.


현재 대부분의 경기들은 오피셜로 참여하는 인원들에게 주황색 조끼와 아이디카드 그리고 그날의 수고비를 지급한다. 이것만으로는 이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심어주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차별화된 복장이 필요하며, 해당 경기에 참여해야만 구할 수 기념품이나 시리즈경기를 모두 참여했을 때 주어지는 배지등으로 소속감을 높이고 인원의 유동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각 시리즈만의 오피셜 워크샵이 있어야 한다.

이상의 몇가지 대안들 이외에도 많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으며, 국제규모의 경기장과 경기가 생겨 경기가 유료화되고 대회의 위상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겠으나 그때를 기다릴 수는 없다. 위 내용에는 협회가 해야할 일도 있고 협회와 프로모터가 함께 해야할 일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기본적인 방향은 협회는 기본적인 소양, 보수교육 및 승급 등을 시스템화하여 관리해야하며 프로모터는 경기의 특성에 따른 별도의 전문교육을 행해야 한다. 비공인경기도 공인오피셜을 임용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최소한의 교육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제 국내 모터스포츠가 다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국내 가장 큰 경기인 KGTC의 CJ 타이틀 스폰서 영입, 한국퍼포먼스챌린지의 성공, 스피드페스티벌의 국제교류전, F1 그랑프리의 전남유치발표등 국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좋은 소식들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가 발전하고 대중스포츠가 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며, 그 속에 공정하고 안정된 경기운영을 할 수 있는 오피셜은 분명 모터스포츠 대중화의 초석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최용석(경기대 교수겸 KGTC 경기부위원장) yonseg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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