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국산차, 수입차로 성형...'국적 위조'?

국산차, 수입차로 성형...'국적 위조'?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7.08.20 18:1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M대우-르노삼성차 출고단계부터 엠블럼 교체 기승

영업사원이 판촉 수단으로 무료제공 하기도
라디에이터 그릴-범퍼 등 '통째 성형' 빈번
'자동차 관리법'상으로는 합법…'상표법'상으론 문제 소지
 

 "어! 외관은 분명 국산차인데?" 최근 문화ㆍ연예계 인사들의 '학력위조'가 봇물 터지듯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고, 유명 호텔에서도 가짜 명품이 버젓이 자리잡는 등 '짝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짝퉁 수입차'까지 가세하고 있다. 물론 수입차의 엠블럼을 붙이는 등 외관을 고치는 수준으로 개성 표현의 한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얄팍한 눈속임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얼마전 GM대우의 윈스톰을 구매한 직장인 김모씨(35)는 아예 출고 단계부터 대우 엠블럼 대신 GM 계열의 '시보레' 엠블럼으로 교체해 인도를 받았다.

 윈스톰이 북미 등지에선 시보레 브랜드에다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기에 아예 캡티바라는 엠블럼도 달았다.

 김씨는 "개성 표현의 수단이지만, 솔직히 수입차처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어차피 영업사원이 판촉 수단으로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교체 비용도 없었다"고 말했다.

 GM대우나 르노삼성 등 국산차를 자체 배급망을 통해 외국에 수출한다던가, 혹은 외산차를 그대로 국내로 수입하는 외국계 회사의 자동차를 수입차처럼 보이게 하는 이른바 '자동차 성형'이 김씨의 경우처럼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한동안 쌍용 무쏘나 이스타나에 벤츠 마크를 붙인다거나, 기아 로고 대신 비슷하게 생긴 BMW 엠블럼을 다는 것이 유행한 적도 있지만 이들 자동차의 경우 외산차와 전혀 관련성이 없었기 때문에 금세 사그러든 대신, 연관성이 높아 그 국적을 쉽게 알아채기 힘든 GM과 르노 자동차가 그 유행을 물려받았다.

 차량 뒤쪽의 엠블럼만을 바꿔다는 것은 '초보' 수준, 완벽하게 거듭나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범퍼처럼 아예 통째로 바꿔야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선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휠캡, 혼캡, 범퍼, LED헤드라이트, 브레이크 램프, 백미러 등 외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윈스톰의 경우 엠블럼은 3만5000원~4만원 정도이지만 풀세트는 38만원선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을 자동차 보디 색깔과 맞추는 도색 비용은 2만원이 추가된다.

 르노삼성의 뉴 SM5는 원 모델인 일본 닛산자동차의 티아나로 외관을 교체하는데 85만원선에서 최대 2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 부품들 가운데 브랜드 특허를 가진 자동차사의 허가 없이 제작된 해적 제품도 있다는 것. 여기에다 순정품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있어 외화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같은 교체는 '자동차 관리법'상으론 전혀 문제가 없다. 정기 자동차 검사를 관장하는 교통안전관리공단측은 "엠블럼 교체 등은 '구조 변경 승인 대상'이 아니다. 즉 변경으로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나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관리법상으로는 불법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특허청은 '상표법' 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별한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 주관적 만족감을 위한 개인들의 외관 개조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업'으로 하는 판매업자의 경우 상표권자의 이득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허청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하락이나 희석화 등 GM대우나 르노삼성 등 정당한 상표권자의 이익 침해 가능성이 높다. 또 이로 인해 소비자가 혼동을 일으켰을 경우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률 침해 여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GM대우측은 "원조 모델이 GM대우이지만, 시보레나 홀덴 등의 브랜드로 외국에서 팔리고 있으니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고 고객들의 개성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지피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