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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단군·이순신 적힌 머신 몰고 독일 F3 우승

[Why] 단군·이순신 적힌 머신 몰고 독일 F3 우승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7.07.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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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는…네덜란드 입양청년 최명길씨 "떳떳이 한국인임을 밝히고 싶어"

 ▲ 독일 F3 대회에서 우승한‘카레이서’최명길과 한국 위인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경주차. /TMI제공

# 생후 4개월때 네덜란드로… 양아버지에 자동차 배워

지난 7일 독일 뉘르부르크의 뉘르부르크링 자동차경기장에서 열린 F3(포뮬러 3) 자동차경주대회인 ‘독일 ATS F3 대회’ 4라운드 1차전. 굉음과 함께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경주차에는 한글이 적혀 있었다.

‘단군, 안창호, 이순신, 광개토대왕….’

이날 우승한 선수의 이름은 리카르도 브루인스 초이(Recardo Bruins Choi). 22살의 청년은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된 ‘한국인’ 최명길이었다.

F3 대회는 포뮬러 자동차경주의 최고봉인 F1(포뮬러 원·8기통 2400cc 엔진 장착)으로 가는 전 단계로 4기통 2000㏄급 경주차끼리 경쟁을 벌이는 대회다. F3에서 우승을 하고 실력을 인정받아야 F1 드라이버로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

독일 F3 대회는 유로 F3, 영국 F3와 함께 세계 3대 F3 대회로 불리며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유럽 최고의 젊은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미국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아래 단계인 트리플A 격이다.

국제대회인 F3 무대에서 한국계 드라이버가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명길은 이튿날 열린 대회 2차전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종합순위에서는 4위를 달리고 있다.

키 170cm,체중 65kg. 네덜란드에서 줄곧 자랐지만 외모를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최명길은 1985년 12월 서울 미아 4동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생후 4개월 만에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카트(kart·잔디 깎기 엔진을 사용한 탈것으로 어렸을 때 카트를 타던 선수들이 F3나 F1으로 진출함)와 자동차 수리를 하는 양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명길은 5살 때 카트에 입문했다. 타고난 감각과 부단한 노력으로 1999년 독일주니어 카트선수권에 데뷔 첫해 종합 4위에 올랐고, 2000년에는 카트 주니어 정상을 밟았다. 19세이던 2004년에는 포뮬러 르노 대회를 통해 포뮬러에 공식 데뷔했다. 2005년에는 시리즈 종합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 처음엔 방황… 2002 월드컵때 한국사람 보고 ‘뭉클’ 

최명길은 지난해 ‘F1의 관문’으로 통하는 F3에 입문해 종합 7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신인이 10권 이내에 들기는 쉽지 않았다. ‘판 아메스푸르트 레이싱’팀 소속인 그는 시즌 중반을 넘어선 현재는 종합득점 47점으로 4위를 달리고 있다.

최명길이 자신의 경주차에 한국의 위인들을 ‘한글’로 새겨놓고 서킷을 달리는 이유는 뭘까?

최명길은 초등학교 때 자신이 함께 사는 부모와 너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어떤 서류 뭉치를 보여주시더군요. 저를 입양할 때 받은 서류라고 했습니다. 제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죠. 저를 너무나 사랑해주신 부모님이 제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최명길은 자신이 한국출신이라는 걸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고국에서 뿌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였다. TV를 통해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뭉클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최명길은 네덜란드에 있는 한국교민이나 입양아들의 모임에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렵게 한글을 읽고 간단한 말을 하는 정도지만, 계속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독일 F3 대회에 출전한 그는 자신의 헬멧에 ‘최명길’이라는 한글이름과 함께 태극기를 새겨 놓았다. 최명길은 “떳떳이 한국인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 F3 공식 홈페이지(www.formel3.de)에는 자신의 국적도 네덜란드가 아닌 한국으로 바꿨다. 자동차경주는 태생에 따라 국적을 정할 수 있다.

# F1 가면 더 많은 한국 위인 적고 출전할거예요 

최명길은 올 시즌부터는 자신의 경주차에 무궁화를 상징하는 연분홍색 띠를 둘렀다. 띠 위에는 ‘단군’ ‘이순신’ ‘광개토대왕’ ‘장보고’ ‘유관순’ 등 한국 위인들의 이름을 적었다. 경주차의 오른쪽에는 영어로 “한국의 국화 무궁화, 혹은 샤론의 장미는 불멸을 상징한다. 인내하는 한국의 문화, 헌신과 근면의 정신이 이 꽃 속에 담겨있다”는 설명을 적어 놓았다.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께서 저를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제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서류와 함께 무궁화 한 송이를 함께 받으셨답니다.”

지난해 12월 친부모를 찾으려고 한국을 방문했던 최명길은 결국 친부모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2개월 동안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다. 네덜란드로 돌아가고 나서 서투른 한국어로 인터넷에서 한국의 위인 100명을 검색했다. 그리고 경주차에 한국 위인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는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을 찾았는데 다 적어 넣지 못했다”며 “열심히 연습해서 한국에서 열리는 F1 경기에 더 많은 위인의 이름을 넣은 경주차를 타고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기홍· 모터스포츠전문 웹진 지피코리아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TMI 제공
이 기사는 조선일보(
www.chosun.com) 14일자 土日 섹션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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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독일 F3서 한국계 드라이버 사상 첫 우승한 입양청년 최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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