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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 연구원 “바이오 카레이싱을 아십니까?”

윤승현 연구원 “바이오 카레이싱을 아십니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8.04.1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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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영의 주절주절] 친환경적인 연료로 국내 카레이싱 무대 도전장

▲ 바이오 에탄올 연료로 한국DDGT챔피언십 개막전에 출전한 윤승현(31,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박사과정). /지피코리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내의 자동차업계와 정유회사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끌 것 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기에 친환경적인 연료(E100 : 바이오에탄올 100%)를 사용하는 경주차로 국내 레이싱 무대(DDGT)에 도전장을 낸 사나이가 있다.

필자와는 중, 고등학교 동창인 윤승현(31,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우연히 다시 만난 건 지난 겨울, 생각지도 못 한 계기로 양성우 팀장(전 킥스프라임한국팀)의 소개를 통해 용인 경기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였다.

최 : 이야~ 승현이 그대로네, 반갑다^^


윤 : 어, 그래 니도 똑같고, 늙기만 했네~


하하하…

.

10여년의 회포를 풀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기 시작한 친구‘.


공학도의 길은 참 외롭다는 것, 그리고 그저 자동차가 너무 좋아서 스스로 연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자동차 경주에 도전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꿈…


언젠가 학교 연구실에서 엔진실험을 하던 중, 왼쪽 손가락이 밸트에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손가락 한마디가 떨어져 나가 자신의 손가락 뼈까지 직접 봤다면서, 기형적으로 뭉그러진 새끼손가락을 보여줬다.


마음이 아팠다. 이제 그만하면 자동차가 징그럽지도 않냐는 의문에, 그냥 씨익~ 웃으면서 말한다.


‘이게 나의 길이라고…’


남은 국물이 식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꽃을 피웠고, 나는 곧 알 수 있었다.


이 친구,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렇게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의 색깔을 지켜가고 있구나…

2008한국DDGT챔피언십 개막전을 이틀 앞둔 블라스트 팀 캠프, 늦은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자신의 애마와 교감하고 있던 친구는 캔 커피를 하나 건네면서 반겼다. 광택 없는 검은 옷을 입어, 마치 그림자 같은 실루엣을 드러낸 경주차는 인근 축사의 가축들조차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잔잔한 배기음으로, 그야말로 친환경 경주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윤 : 이 차가 내 애인이다.
최 : 애인이 참~하게 생겼네^^
윤 : 내차 배기가스 한 번 맡아 볼래?
최 : 잉? 싫은데!
윤 : 괜찮다, 그냥 소주냄새 정도 밖에 안 된다.
최 : 그으래? 킁킁….어! 진짜네!!!

바이오 에탄올은 일반적인 자동차 매연의 상식을 완전히 깨는 매연 이었다.


머플러 앞에서 한참을 그렇게 맡고 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호흡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이다.

신기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큰 욕심은 없고, 빠른 차들에게 방해 안되고 그저 완주하는 게 목표라는 친구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오로지 챔피언타이틀만이 미덕이고, 하나뿐인 목표로 삼고 있어야 했던 나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첫 시합, 생각했던 것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처음이라는 것, 그리고 1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화석연료 자동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는 것.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헬멧을 벗은 친구는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 모습이 더 믿음 직 해 보였다.

윤승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공학도, 언젠가는 그 깊은 뜻이 빛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2008 WTCC 개막전 경기. /WTCC

바이오 에탄올과 모터스포츠의 필연적 만남.

 

최근 원유가격의 상승과 에너지 소비의 증가는 화석연료의 유한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에너지 문제의 원인으로 대두 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으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의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석유자원을 대체 할 수 있는 청정 대체연료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가솔린 연료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대량으로 원유를 수입하는 미국과 브라질, 그리고 스웨덴을 중심으로 가솔린연료 자동차의 대안으로서 바이오 에탄올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기존의 가솔린과 달리 연료 내에 약 35%의 산소를 함유하고 있는 바이오 에탄올은 연소과정 중 발생하는 유해배출 가스를 현저히 줄일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를 골자로 하는 교토 의정서와 같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규제에도 효과적 대응할 수 있다.

또한, 자발화 온도 (Auto-ignition temperature)의 경우, 가솔린 연료는 약 250℃인데 반해 에탄올 연료는 약 430℃로 연료 누출이나 사고로 인한 화재 발생에 대한 안전성이 월등히 높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바이오 에탄올 연료를 기존 가솔린연료와 혼합하여 사용하는 차량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양산되고 있으며, 결국엔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에탄올을 사용하는 경주차량이 눈이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 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WTCC)에서 최초로 E85(에탄올 85%, 가솔린 15%)를 사용한 경주차를 출전시켜 자사를 친환경기업으로 홍보한 볼보, 2008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E85를 사용하는 페라리 F430, 북미지역 대표적인 포뮬러 경기인 인디 레이싱 리그(IRL)에서의 바이오 에탄올 사용에 대한 의무규정, 등은 모터스포츠 역시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며 발전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가시화 시켜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 최시영(31)씨는 =레이싱카를 만지는 미캐닉이다. 부산 동의공대 자동차과를 졸업했다. 대학생활 중 자작차 제작과 대회에 참가하면서 모터스포츠에 빠졌다. 2004년 이레인팀을 거쳐 2005년 킥스프라임한국 레이싱팀(전 렉서스 레이싱팀)에 입사했다. 현재 킥스프라임한국팀 치프 미캐닉이다. 관중들이 함께 열광하는 모터스포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꿈이다.

/글 최시영(킥스프라임한국팀 치프미캐닉) sthotroder@hotmail.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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