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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토요타 FJ 크루저 `상남자를 위한 SUV`

[시승기] 토요타 FJ 크루저 `상남자를 위한 SUV`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4.09.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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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오프로드 성능과 아날로그 감성 물씬…장소 가리지 않는 남다른 존재감


토요타 FJ 크루저는 옛 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차다. 디지털 홍수 시대에 잊혀진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또 요즘 추세와 정반대되는 큰 사이즈의 차체는 남자의 원초적인 본능을 깨운다. 마치 야생의 수컷처럼 자신의 영역 표시가 확실한 차였다.

●거리를 지배하는 존재감…실내 정숙성 최고
불독을 닮은 FJ 크루저는 사실 토요타의 옛 오프로더 FJ40을 재해석했다. 하얀색 지붕의 형상, 헤드라이트와 연결된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통해 그 유산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 김진우씨에 의해 디자인 된지 벌써 11년이나 됐는데도 아직 신선하다.

A필러는 80도 정도로 서있으며, 앞유리는 낮고 넓다. 그 위에 3개의 작은 와이어가 앙증맞게 자리잡고 있다. 하얀색 지붕은 마치 헬멧을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좌우로 열리는 코치도어는 2도어 형식에 비해 뒷좌석 탑승을 원활하게 돕는다.


오프로더답게 지상고가 높다. 강한 프레임을 떠받치고 있는 70시리즈 16인치의 거대한 타이어는 보기만해도 자신감이 생겨난다. 활동영역을 무한히 넓혀줄 것 같은 인상이다. 스페어 타이어는 트렁크 도어에 붙어있다. 요새는 보기 힘든 옛 것의 방식 그대로다.

트렁크 도어는 좌측이 경첩으로 고정돼 열리는 방식이다. 구멍에 열쇠를 넣고 1초 이상 돌리고 있으면 뒷유리만 따로 열린다. 하지만 높이가 높고 유리가 작아서 실용성은 떨어진다.

실내로 들어오면 절벽처럼 깎아 내려진 대시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은 마치 벽에 액자를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그 위로는 오래 전 갤로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침반, 온도계, 경사계 등이 마련돼 있다.

●V6 4.0리터 엔진에 감춰진 터프함…내구성 유명한 변속기 훌륭


FJ 크루저는 실내가 정말 조용하고 승차감이 편안하다. 전형적인 토요타의 모습이다. 그런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천장이 요란해진다. 달릴 때 앞유리에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도 거세졌다. 자연의 힘을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

V6 4.0리터 엔진 소리는 시동을 걸 때나 속도를 높일 때만 들려온다. 우렁찬 소리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동시에 차분하다. D레인지에서 공회전 시, 500rpm대의 낮은 회전을 유지하는데도 엔진·변속기에서 느껴지는 진동·소음이 전혀 없다.

계기판 상의 주행거리는 마일로 표시된다. 단, 속도계에는 km/h 단위도 함께 적혀있다. 80km/h에서 5단 1400rpm, 100km/h에서 5단 1800rpm을 유지한다. 하룻동안 오프로드, 휴가철 꽉 막힌 국도 등 370여 km를 주행하며 소모한 휘발유가 61리터. 약 6km/l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5단 자동변속기는 내구성이 좋기로 유명하다. 툰드라, 랜드크루저 등 다양한 4X4 트럭·SUV에 얹혀 내공을 쌓아온 A750F 타입이다. 스텝게이트 방식으로 기어 단수를 선택하기도 편하다. 변속에 주저함이 없고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빠르게 반응해 스포츠 드라이빙에도 좋았다.
 
서스펜션은 반응이 느긋하고 부드럽다. 그런데도 코너링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다. 높이에 비해 2m에 가까운 차폭 덕분이다. 브레이크는 페달을 반쯤 밟았을 때부터 급격히 제동된다. 전자식이라 액추에이터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명불허전 오프로드 성능…남성성 표출 최적의 수단


FJ 크루저는 요즘 SUV들과는 달리 레버를 통해 직접 구동방식과 로우 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 로우 기어는 생각보다 기어비 높지 않은 듯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모든 전자장비들이 꺼지면서 높은 토크를 남김없이 전달해준다.

오프로드에서 FJ 크루저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700mm 수심은 손쉽게 도하하며, 높은 휠 트래블 능력 덕분에 웬만한 구덩이는 흔들림 없이 통과한다. RSCA OFF 버튼은 오프로드 주행 시 충격 등에 의해 사이드 커튼 에어백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센서를 끄는 역할을 한다.

거칠기만 할 것 같은 오프로드는 사실 느림의 미학이다. 타이어로 전해지는 노면의 상태를 세심하게 읽어가며 달리는 맛이 있다. FJ 크루저에 장착된 무른 타이어는 충격을 덜어주는 대신 진동이 심해 아쉬움이 남는다. 장시간 앉아있으면 멀미할 것 같은 기분이다.


높고 탁 트인 시야는 언제 어디서든 도로를 호령하는 듯한 정복감을 선사한다. 남자들에게는 오래 전 잃어버린 동심 내지 기계에 대한 흥미와 신뢰도 선물한다. 느긋하게 주위 경관과 하나가 되며 달릴 때면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굳이 오프로드로 가지 않아도 시내에서 톡톡 튀는 자가용으로도 훌륭하다. 칙칙한 도심에서 남다른 남성성을 표출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국내에서 딱 100명만 누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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