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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욱 ‘감격의 3위’-이두영 ‘눈물의 리타이어’

유경욱 ‘감격의 3위’-이두영 ‘눈물의 리타이어’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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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의 말레이시아 포뮬러 BMW 아시아 3&4전 출전기 마지막회]

4랩 째에 클리어랩(앞 차의 막힘과 같은 주변의 방해없이 자신의 베스트에 도전하는 랩)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코너에서 스핀을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차량에 진동이 심해졌다며...

 

드라이버의 경험 미숙을 탓해야할지, 피트내에서의 판단 미숙을 탓해야할지... 연습 때는 스핀하면 바로 피트로 들어오던 드라이버가 예선의 긴장에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더해져 판단을 흐리게 한 것 같다.

 

반면 피트에서는 드라이버의 경험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연습 때의 기록만에 의존해 있었던 것이 문제였고, 어쨌든 좋은 경험을 한 셈이고 약 3시간 반 뒤에 있을 Round 4의 예선을 준비 해야했다.

 

2시가 넘어서 말레이시아 기후의 특징인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내렸다. 한동안 레인타이어냐 슬릭타이어를 놓고 고민했지만 막상 예선이 시작되는 4시 15분에는 주저없이 슬릭이었다. 트랙은 거의 말라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의 예선 시간이 끝나야 순위를 알 수 있다. 대부분 마지막 랩이 베스트랩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2분 16초 178로 Ho-Pin Tung(2분 15초 118), Hanss Lin에 이어 3위. 모두들 놀라는 눈치였다. 사실 유경욱 선수가 경쟁하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고 포뮬러를 처음 타는 선수 중 유경욱 선수의 성적이 돋보이기는 하다. 연습할 때 줄곧 2위로 있었지만 막상 공식 예선에서 인쇄물로 3위라는 성적을 받으니 조금(?) 기쁜 건 사실이다.

 

드디어 8일 결승의 아침이 밝았다. 어찌된 일인지 드라이버들의 표정이 굳어있는 듯 하다.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 해보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 아침 10시 40분에 Round 3 결승이 시작되었다. 스타트에서 Hanss Lin이 Ho-Pin Tung을 추월하며 결과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2랩까지의 순위는 Hanss Lin, Ho-Pin Tung, Keiko, 유경욱. 이들은 계속해서 몰려다녔다. 하지만 3랩 째에 유경욱 선수가 보이질 않았다.

 

백스트레이트에서 Keiko에게 슬립 스트림을 붙어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에 성공했으나 유경욱 선수의 뒤 타이어와 Keiko의 앞 타이어가 부딪치며 유선수가 코스아웃된 것이다. 다시 트랙에 복귀했을 때는 9위. 이 때부터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9위에서 8,7,6위로 한 대씩 추월하는 모습 또한 재미있었지만 6위 자리를 놓고 펼치던 Nattappong과의 대결은 모든 보는 이들을 흥분시켰다.

 

경험많은 Nattappong의 교묘한 블록킹, 이에 투지로 맞서는 유경욱. 결국 둘의 6위 쟁탈전은 3-4차례 순위가 바뀐 뒤 유경욱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Keiko와의 추돌이 없었다면 최소한 3위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추돌 이후 잘 대처하고 경기를 침착하게 잘 운영해 나간 것에 만족해야했다.

 

문제는 이두영 선수였다. 4랩 째에 Meritus의 Chin Tzer Jin이 스핀해 트랙에 서있는 것을 후방으로 피하던 중 Chin Tzer Jin이 갑자기 후진을 하는 바람에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Formula BMW 사고 중 가장 큰 사고였다. 이두영 선수의 차량은 프론트 윙부터 위시본 암, 리어 암까지 상태가 심각했지만 그래도 Jin의 차량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었다.

 

Jin의 차량은 도저히 수리 불가능한 상태였고 이두영 선수의 차량은 전 스탶이 매달려서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판단되었다. Jin은 Meritus에서 준비한 Spare 차량으로 경기 준비를 했고 우리팀은 이두영 선수의 차량의 수리에 나섰다. 모두들 우리가 수리를 시작하자 안 될 거란 눈빛으로 우리를 지켜보았다. 한 때는 30명 이상의 구경꾼들이(다른 팀 관계자와 AFOS, BMW Motorsports 관계자, 기자들) 우리 피트 앞에 한꺼번에 모이기도 했다.

 

우리의 모습만큼이나 그들의 모습도 심각해 보였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남짓... 이 시간 안에 부품 신청, 부품대 지불을 완납하고 부품을 받아 와서 모든 수리까지 마쳐야한다. 부품 수급까지 소모된 시간이 1 시간 정도. 피트안은 정말 바쁘게 움직여졌다.

 

피트게이트 오픈(경기 시작 15분 전)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렸다. 그 나팔은 ‘이제 너희 5분밖에 없어!’하고 알려주는 소리였다. 유경욱 선수가 코스인하고 피트로드의 모든 팀 관계자들은 스타팅 그리드를 향해 나갔다. 약간의 경기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우리 피트 앞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3분전, 2분전 드디어 1분전 나팔이 울렸다.

 

이두영 선수는 콕핏 내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고 미캐닉들이 타이어를 조였다. 남은 시간은 20초 정도... 시동을 걸고 차량이 코스인을 하는 동시에 피트게이트 클로즈를 알리는 적기가 이두영 선수 차량의 배기음과 함께 내려졌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피트로드에 남아있던 모든 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황홀했다. 적어도 3분 뒤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코스를 돌아 스타팅 그리드로 향해 오는 이두영 선수의 차량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싶었다. 프론트 브레이크 라인에 다시 이상이 생겨 브레이크가 잠기고 그 때문에 프론트 타이어 한개가 펑크가 난 것이다.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허망한 순간이었다. 그토록 노력하며 해냈는데... 팀의 치프 미캐닉이자 유경욱 선수의 친형인 유경사는 분을 못 이기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두영 선수의 차량을 밀어서 피트로드로 빼내고 유경욱 선수에게 총력을 기울여야한다. 이두영 선수는 눈가에 눈물을 비치며 Round 4 경기를 피트월에서 미캐닉들과 함께 구경해야했다.

 

스타트를 알리는 녹색등이 들어오자 모든 차들이 일제히 튀어나오는데 예선 3위로 3 그리드에 포진한 유경욱 선수의 차량은 잠시 멈춰 있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타트가 늦은 것이다. 1번 코너를 진입할 때 7위까지 밀렸다. 우리는 더욱 실망감에 빠졌다.

 

이제는 유경욱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해 한 대씩 추월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2랩 째에 이변이 일어났다. Ho-Pin Tung의 차량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차량 트러블로 3경기 연속 우승을 하고 4경기 째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놓쳐야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유경욱 선수는 우리의 기대대로 매 랩마다 한 대씩 추월해 나갔다. 4위까지는 쉽게 나아갔으나 역시 또 유경욱 선수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3전과 마찬가지로 Nattappong이었다. 다시 한번 접전을 벌인 후 3위를 탈환했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1위에는 Hanss Lin이 올랐으며 2위에는 Keiko Ihara가, 그 뒤를 유경욱 선수가 이었다.

 

모든 이들은 유경욱 선수를 격찬하며 축하를 해주었고 방송 카메라도 유경욱 선수를 따라 다녔다. 이로써 유경욱 선수는 Scholarship Driver들 사이의 또 다른 챔피언쉽인 Rookie Cup 출신의 드라이버 중 최초로 시상대에 올랐다. 세팡의 시상대에 올라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며 필자의 가슴속엔 감격과 함께 또 하나의 그 무엇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언젠가는 저 가운데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BMW Motorsports의 Mike Strottmann(Formula BMW Chief Instructor)은 내게 와서 이야기했다. 이두영 선수의 차량을 수리하는 우리 팀의 미캐닉들을 보며 자신은 감동받았고 우리 팀의 미캐닉들이 Formula BMW Asia에 참가하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필자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있다. 아시아의 많은 눈이 유경욱 선수와 이두영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이다. 대한민국의 갓 스물을 넘은 이 청년들이 외국의 드라이버들과 맞서 선전하고 있는 것에 최소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 뜨거운 응원을 바란다. 분명 이들에겐 최고의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준 BMW Korea에 지면을 빌어서나마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말레이시아 세팡=글 사진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출처:지피코리아(GPKOERA.COM)

*E-Rain 레이싱팀 홈페이지: www.erainracing.com
이두영, 유경욱 카페: cafe.daum.net/leeyou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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