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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페라리, 기회는 없는가

위기의 페라리, 기회는 없는가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5.07.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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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

지난 10일 실버스톤 그랑프리는 르노와 맥라렌의 잔치였다. 페라리와 미하엘 슈마허(6위, 3점)는 그들이 남긴 부스러기를 챙겼다. 현재 챔피언십 선두주자 알론소와는 34점 차이, 남은 경기는 불과 8개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7회 월드 챔피언에 빛나는 미하엘 슈마허가 올시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려면 남은 경기를 모두 우승을 해야 하고 챔피언십 선두인 알론소는 3위 이하의 성적을 거두어야만 한다. 그런 실낱 같은 가능성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거저 주웠던 고마운 10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0일 영국 그랑프리에서 슈마허의 성적은 6위. 하지만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슈마허의 스피드는 실버스톤에 모인 10만여 관중들 중 그 누구에게도 어필을 하지 못했다. 그가 기록한 이날의 패스티스트랩은 무려 1.173초나 뒤졌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짭짤한 18점을 챙긴 미하엘 슈마허가 이번 시즌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는 프랑스나 영국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페라리의 퍼포먼스는 조금씩 조금씩 선두권에서 멀어져만 갔다.

이와 관련해 미하엘 슈마허는 지난 12일 피오라노에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현재 스스로의 능력으로 우승할 위치에 있지 않다. 우리의 랩타임은 항상 느렸다. 결국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의 처한 상황이 밑바닥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미하엘 슈마허)

"우리는 현재 스스로의 능력으로 우승할 위치에 있지 않다."

 

페라리의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다. 마니쿠어와 실버스톤에서 금요일 프랙티스 세션까지만 해도 페라리의 성능은 톱 클래스에 속했다. 금요일 세션이 연습경기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어떤 팀들이 레이스에 대비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지는 쉽게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경쟁팀의 스피드는 좋아졌고 F2005 패키지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투스톱 전술의 슈마허는 6위, 3스톱의 바리첼로는 바로 뒤인 7위.

로이터 통신의 지난 11일자 어느 분석기사의 제목은 "Schumacher Kiss Title Goodbye"였다. 이 기사에서 기자인 Alan Baldwin의 핵심은 '알론소와 키미 라이코넨이 갑자기 고꾸러지지 않는 이상 슈마허는 이미 끝났다'였다.

심지어 근래들어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키미 역시 "남은 레이스에서 전 경기를 우승한다 하더라도 타이틀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slipping away)"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타이어가 문제인가

 

페라리가 경쟁력을 상실한 주 원인이 브리지스톤 타이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패키지 전체의 문제라는 것은 단지 일반론일 뿐이다. 작년부터 페라리는 이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페라리는 타이어업체를 위해서 별도의 테스트 팀을 구성한 유일한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리지스톤은 미쉘린에 뒤지고 있다. 왜 그런가.

먼저 타이어 테스트를 지목해 보자. 2005년은 타이어에 대한 기술규정이 혁신적인 변화를 맞는 해이다. 규정변화에 대비해 브리지스톤과 미쉘린에게는 많은 테스트가 필요했다.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하려면 당연히 2005년형 모델이 공급되어야 한다. 신모델의 발표가 빠를 수록 타이어 업체들의 테스트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각 팀들의 2005년 모델 발표 일정

날짜미쉘린브리지스톤
2005.0.06윌리엄스 Livery Launch 
2005.01.08도요타 TF105 
2005.01.13자우버 C24 
2005.01.16BAR 007 
2005.01.레드불 RB1 
2005.0.24맥라렌 MP4-20 
2005.01.31윌리엄스 FW27 
2005.02.01르노 R25 
2005.02.15 미나르디
2005.02.25 조던 EJ15
2005.02.25 페라리 F2005

해 1월 8일 도요타의 TF105 모델 발표를 필두로 미쉘린 팀들 모두 1월 안에 발표를 끝내고 테스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페라리의 신모델 발표는 2월 25일. 미쉘린 러너들과 심지어는 두 달 가까이 갭이 생겼다. 그만큼 페라리는 2005년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상 테스트 상대로는 페라리가 유일한 인 브리지스톤 역시 1월과 2월에 적절한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 표를 보면 상황은 좀 더 심각해진다. 다음은 2005년 1월 1일부터 2005년 3월 1일까지 두달간 올해 머신의 테스트 시간을 분석해놓은 표이다.

번호모델명

테스트 거리

1 Toyota TF10513.365.120 km
2 BAR-Honda 00710.800.945 km
3 Williams-BMW FW279.817.448 km
4 Renault R258.011.302 km
5 BAR-Honda 006B6.854.013 km
6 McLaren-Mercedes MP4-206.539.185 km
7 Red Bull-Cosworth RB15.667.430 km
8 Jordan-Toyota EJ153.857.808 km
9 Minardi-Cosworth PS04B1.407.978 km
10 Ferrari F2005297.580 km

페라리 F2005의 테스트 거리는 불과 298킬로미터. 도요타 TF105의 테스트 시간은 F2005의 마흔 다섯배에 달한다. 이 두달 동안 미쉘린은 98,186 km를 테스트했으며 브리지스톤은 총 20,157 km 를 테스트했다. 미쉘린이 브리지스톤의 다섯 배를 테스트한 셈이다.

미쉘린은 브리지스톤의 다섯 배를 테스트한다.

올해를 통틀어 현역 드라이버 중에서 테스트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드라이버가 바로 미하엘 슈마허이다. 슈마허는 올해 들어 에프원 드라이버 중 가장 많은 11.893km(총 30일)를 테스트했다. 이와 비교해 알론소는 9,461(총 23일)km, 키미 라이쾨넨은 6,545km(총 19일)를 테스트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페라리와 미하엘 슈마허가 아무리 많은 테스트를 해도 브리지스톤과 미쉘린의 격차는 크기만 하다. 올해 미쉘린은 총 20만2707킬로미터를 테스트한 데 비해 브리지스톤은 4분의 1에 불과한 5만3403킬로미터를 테스트했을 뿐이다.

2005년 타이어 메이커의 테스트 결과

타이어 메이커테스트 거리테스트 날짜
미쉘린202.707,227 km83 일
브리지스톤53.403,475 km 67 일

테스트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시전 대비 훈련이고 최종적인 개선의 방향을 찾는 시간이다. 미쉘린은 여러 팀들을 연합시켜 하드, 소프트 등 다양한 컴파운드와 내구성 테스트에 대한 과제를 각 팀에게 하나씩 안겨 소화하게 한다. 하지만 브리지스톤의 테스트 파트너는 페라리가 유일하다. 브리지스톤에게는 미쉘린이 즐겨 사용하는 테스트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에프원 팀들이 테스트 일수 축소를 결의하자고 했을 때 브리지스톤과 페라리가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테스트 일수까지 축소된다면 미쉘린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이렇다. 브리지스톤은 미쉘린에 비해 충분히 테스트를 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충분히 성능을 개선하지도 못했다.

결국 브리지스톤의 내일은 없는 것인가

 

올시즌 미쉘린과 브리지스톤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규정변화가 크고 그에 대응하는 유연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많은 테스트팀을 보유한 미쉘린이 규정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 반면 페라리만을 바라보고 있는 브리지스톤은 그렇지를 못한 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내년 시즌 타이어 규정에 큰 변화가 없다면 미쉘린과 브리지스톤의 차이는 지금보다 좁혀지게 될 것이 틀림 없지만 그만큼 페라리의 신모델 개발이 빨라야 한다. 이미 BMW와 도요타는 내년 시즌에 사용할 V8 엔진을 공식적으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미쉘린 역시 이에 맞추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페라리의 개발 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이승우(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fomi@f1all.net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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