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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카레이싱 우승자는 샴페인대신 우유를 마실까

왜 카레이싱 우승자는 샴페인대신 우유를 마실까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6.10.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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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의 미국 전통…"몸에 좋은 우유를 사람들이 많이 먹었으면 해서"

자동차경주 ‘인디애나폴리스 500’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 대회 우승자는 우승 기념으로 샴페인을 터트리는 대신 우유를 마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에도 예외 없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국출신의 카레이서 댄 웰던(Dan Wheldon, 사진 좌)은 경기뒤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고 나중엔 마시다 남은 우유를 자신의 머리위에 붓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 전통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36년이다. 올해로 89회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가 1909년부터 시작됐으니 처음부터 이런 전통이 있었던 것은 아닌 셈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1936년 대회 우승자인 루이스 메이어(Louis Meyer)는 경기가 끝난뒤 수많은 기자들과 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한통의 버터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고, 이 장면은 그대로 신문에 실려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메이어가 우유를 마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미국낙농협회로부터 협찬을 받은 것일까? 요즘 같이 모든 것이 철저히 상업화된 시대엔 이런 작은 해프닝이나 쇼도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여겨지겠지만 당시 메어어가 우승뒤 우유로 축하 세레머니를 한 것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그가 우유를 마신 것은 단순히 그의 어머니가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오늘 우승을 하면 버터우유를 마시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즉흥적으로 제안했고 메이어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우승 축하 자리에서 어머니의 부탁대로 우유를 마셔 자축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메이어 가족이 낙농사업과 연관된 것도 아니다. 메이어 가족은 단순히 몸에 좋은 우유를 사람들이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을 한 것 뿐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는 미국인들이다. 이 장면을 본 미국 낙농협회(Milk Foundation)는 이것이야말로 돈 안들이고 우유의 중요성을 선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대회 주최측에 매년 우유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카레이서 우승자가 우유를 마시는 장면은 어린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이 전통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이후, 우승자가 우승을 거둔뒤 우유를 마시는 것은 ‘확실한’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대회본부측은 경기에 앞서 모든 카레이서들에게 만약 우승을 하게 되면 어떤 우유를 마시겠냐고 일일이 조사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우승자들은 그냥 버터우유를 들이켰는데 레이서들의 기호가 까다로워지면서 자기네들이 선호하는 우유를 갖다줄 것을 주문하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 대회 우승자인 댄 웰돈은 경기에 앞서 대회본부측에 버터우유가 아닌 저지방우유를 주문해놓았고, 우승한 뒤엔 자신이 미리 주문해놓았던 저지방우유를 ‘맘껏’ 들이켰다. 하지만 아무리 우유를 먹고 싶어도 아무나 마실 수는 없는 법. 오직 우승자만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그래서 간혹 미국뉴스에 보면 “누구누구 카레이서는 우유가 너무 마시고 싶어 갈증이 난다”는 등의 비유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한국도 우승뒤 샴페인을 터트리는 대신 우유를 마시는 축하 세레머니가 한 개쯤 있으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저서 ‘차세대 무한시장, 스포츠를 읽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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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읽어라'는 오늘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스포츠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담은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스포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빅리그의 몇몇 스포츠 스타를 아는 것만으로 스포츠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스포츠를 알려면 그 뒤에 돌아가는 숨은 시스템이나 구조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숨겨진 정치 자본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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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최성욱씨는 =스포츠 전문 기자다. 스포츠조선과 스포츠투데이에서 체육부 기자로 활동하며, 98방콕아시안게임,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2002월드컵 일본 취재, 안정환 이탈리아 무대 데뷔전, 하승진 NBA 데뷔전 등 국내외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취재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학에서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소재한 나이키 본사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야후코리아 스포츠 팀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판초(Pancho)라는 닉네임으로 스포츠중계 및 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월드컵 4강신화의 비밀(2002년, 공저)』『재미와 행운이 터지는 스포츠토토(2000년, 공저)』가 있고, 홍명보의 『영원한 리베로(2002년) 』의 국내 및 일본판 기획, 출간에 참여했다.

/글 최성욱(야후코리아 스포츠팀 기자) sungwook@kr.yahoo-i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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