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땀으로 이룬 BMW 루키 챔피언
피와 땀으로 이룬 BMW 루키 챔피언
  • 지피코리아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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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의 포뮬러 BMW 아시아 2003 챔피언십 참전기]

이제 올 한 해의 경기가 모두 끝났다.

 

매년 이맘때 느끼는 것이지만 올해 느끼는 이것은 전과는 좀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도에 이동욱 선수를 데리고 AF3(Asian Formula 3 Championship)에 참가하긴 했지만 그 것은 필리핀의 팀에게 메인터넌스를 맡기며 참가한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E-Rain 팀 전체가 참가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고 대한민국의 팀으로서 외국경기 전 시리즈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지금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이제 모터스포츠가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기분’이다. 여러 가지 여건상 한 장소에서 매년 같은 차로, 같은 드라이버로 경기를 치러왔던 우리에게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하고, 분명한 전환점을 가져다 준 한해였다.

 

지난 3월에 BMW Korea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아 조인식을 갖고 참가한 첫 경기가 Sepang F-1 GP(그랑프리)의 서포트 경기였다는 것부터가 우리를 꿈에 젖게 만들었고 역시 그만큼 부담이 되었다는 것도 부인 할 수는 없다. 모터스포츠인의 꿈의 종착역인 F-1 GP에 관련된 모든 이들과 수만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룬 그 기분은 드라이버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흥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어갔고, 처음에 우리에게 ‘한국에도 레이스가 있느냐?’며 신기하게 쳐다보던 이들의 시선도 ‘정말 큰일을 해냈다’는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바꿔놓았다. 실제로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필자에게는 많은 드라이버와 미캐닉이 ‘E-Rain에서 차를 타고 싶다, E-Rain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명함을 요구했다. 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를 인식하고 있으며 그 잠재능? 쩔?찬사를 보낸다.

 

포뮬러 경기 첫해 참가에 ‘Rookie Champion을 따내 모두를 놀라게 한 유경욱 선수에게는 개인적으로 또한 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인의 한사람으로서 축하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당연히 유경욱 선수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해준 BMW Korea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것 또한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도약의 발판이 된 것으로 완성차 업계가 국내 관련 모터스포츠에 타이틀 스폰서가 된 첫 번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적극적인 후원을 해주신 SBS Golf 채널과 우리 팀을 가장 화려하게 보이게 만들어주신 Puma Korea에도 한없는 감사를 드리고싶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이들이 또 있다. 바로 1년간 선수들과 함께 고생한 팀의 미캐닉들이다. 미캐닉들은 너무도 평범한 일반의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들이다. 매 끼니 된장국에 김치를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은 인기 스포츠의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요리사가 따라다닌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라고 쓰여 있는지 모르는 메뉴판을 붙들고 일단 시키고 보자는 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일년간 열심히 일을 해주었다. 특히 유경욱 선수의 친형인 치프미캐닉 유경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매 경기가 우리에겐 새로운 경기장,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으라면 역시 8월 24일 태백에서 열렸던 9, 10전 경기일 것이다. 자국 경기이니만큼 유리한 점도 분명 있었지만 너무도 힘들게 치룬 경기였다. 통역할 사람이 부족해 팀 내에서 유일한 엔지니어인 필자가 Formula BMW 연습 세션 도중에도 통역을 해야 했고, 매일 점심 시간이면 ‘피자를 시켜 달라’고 피트로 찾아오는 외국 팀 스텦들, 저녁에는 ‘어느 식당인데 돼지 불고기를 시켜 달라’는 전화... 팀의 성적보다는 조직위원회의 일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그런 가운데에서 첫 번째 경기에서 차량에 트러블이 생겨 3위로 달리던 유경욱 선수가 5위로 경기를 마쳤을 때는 모든 상황이 너무 서러워 눈물까지 흘렸다.

 

두 번째 경기에서 2위로 결승 지점을 통과할 때 우리는 모두 부둥켜안고 다시 한번 울었다. 물론 첫 번째의 눈물과 두 번째의 눈물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사실 이 날 필자는 여러 번 눈물을 흘렸는데 유경욱 선수와 이두영 선수가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관중들의 박수에도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유경욱 선수가 시상대에서 관중들을 향해 큰 절을 할 때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한국 경기 직후에 9월 28일에 일본의 Autopolis에서 11, 12전이 열렸다. 경기장의 시설에도 놀랐지만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곳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이었다. 경기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들은 우리를 보고 너무 기뻐하며 출발 전 스타팅 그리드에는 올 수 없어 철조망 뒤에서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주었다. 아마도 태극마크를 달고 외국에서 경기를 하는 모든 선수들은 현지에서 그런 응원을 들었을 때 뭔가 가슴 속 깊이 뭉클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경기가 끝난 10월 26일, 중국 북경의 Golden Port Motor Park의 BMW Hospitality에서는 BMW Motorsport의 스폰서쉽 총 책임자인 Mr. Guido Stalmann이 참석한 가운데 종합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유경욱 선수의 이름을 호명하며 ‘Rookie Champion!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시상식이 거행된 이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쇼가 준비되어 있었다.

 

바로 Formula BMW Asia 2003 Championship을 통해 ‘절대강자’란 별명을 얻은 Ho-Pin Tung 선수에게 BMW Motorsport에서 이번 겨울 중 BMW Williams F-1 Team에서의 테스트를 선물로 준 것이다. 참가자 전원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기자들의 펜과 전화기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F-1 테스트... 그것도 BMW Williams F-1 Team에서... 얼마나 놀라운 일일지 모터스포츠를 아는 분이라면 분명 짐작하실 것이다. 작년에 독일의 Formula BMW Champion인 Nico Rosberg에게 같은 깜짝 선물을 주었고 올해 Ho-Pin T! ung에게 한 번 더 준 것이다.

 

올해 Formula BMW Germany Champion인 Maximilian Gotz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지 않고 Formula BMW Asia Champion인 Ho-Pin Tung에게 주었다는 것은 BMW Motorsport가 이 시리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의 드라이버도 언젠가는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의미는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실 필자가 올해 초 예상했던 것에서 빗나간 것이 있었다. 그건 유경욱 선수의 참가번호와 관련된 것인데, 유경욱 선수의 올해 참가번호는 61번이었다. 바로 필자가 붙여 준 것인데 이유는 2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야구를 미국에 알린 박찬호 선수의(지금은 좀 부진하긴 하지만 분명 다시 재기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그가 이루어낸 업적을 부인할 수는 없다.) 등번호가 61번이다. 야구에서 박찬호 선수가 이룬 것을 모터스포츠에서 유경욱 선수가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또 한 가지는 국내외의 정황 상 2006년에 우리나라에서 F-1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61번이란 번호를 달아주었다. 얼마 전 10월 17일 경상남도의 김혁규 도지사가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의 회장인 Mr. Max Mosley와 FOM(Formula One Management)의 회장 Mr. Bernie Eclestone과 만나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F-1을 개최하기로 한 양해각서에 합의하자? 필자의 예상이 3년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 전 세계 Motorsport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CART (Championship Auto Racing Teams)가 열리고 2009년에는 바로 꿈의 F-1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 커다란 국제 이벤트를 남의 잔치로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의 것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화분에 뿌려줄 물과 햇빛 즉 적절한 투자로 꽃을 피워줄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글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출처:지피코리아(GPKOERA.COM)

*E-Rain 레이싱팀 홈페이지: www.erainracing.com
이두영, 유경욱 카페: cafe.daum.net/leeyou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