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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보다 값진 3위에게 박수를...

1위보다 값진 3위에게 박수를...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4.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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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의 2004 포뮬러BMW아시아 제11,12전 일지]

자신감 회복한 유경욱… 8대 제치고 3위로 시상대 올라

2004년 9월 26일, F-1 역사상 최초로 14억 인구의 땅, 중국에서 경기를 가진 날이다.

이 역사적인 날 전 세계의 이목은 상하이의 5.432Km 경기장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 중요한 F-1에 앞서 약 4시간 전에 바로 이 경기장을 누비고 다닌 드라이버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유경욱(BMW Korea E-Rain) 선수다.

 

9월 21일. E-Rain 레이싱팀은 이번만은 반드시 애국가를 듣겠다고 다짐하며 새로운 F-1의 땅, 상하이를 향해 출발했다.


도착한 다음날인 22일 유경욱 선수와 함께 필자는 걸어서 5.432Km 경기장을 돌아보았다. 드라이버에게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에게도 경기 전에 경기장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 5.432Km의 경기장을 돌아보고 난 이후 느낀 것은 한마디로 정말 많은 것을 갖춘 경기장이다, 중국인들이 욕심이 많긴 많다라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432Km안에 1.2Km의 빽스트레이트(필자가 본 직선 중 가장 길다. 이 직선 끝에서 반대편 끝을 보면 사람들이 일하는 것 같긴 한데 3명인지 4명인지 조차 알 수가 없다.), 800m의 메인스트레이트를 시작으로 코너들도 마치 백화점에 온 기분이다.

 

헤어핀 코너, 고속 코너, 연속 고속 코너 등 모든 코너를 조합해 놓았고 같은 코너 인 듯싶으면서도 어떤 곳은 역뱅크(기울기가 반대인 코너), 어떤 곳은 마치 미국의 오벌 트랙을 연상시키는 어마어마한 뱅크의 코너 등 모든 가능한 코너는 다 모아놓은 듯싶다. 사실 떠나기 전에 지도를 보면서는 단순하겠다 싶었는데 전혀 생각과는 달랐다.

 


 

스타팅 그리드에 선 유경욱의 경주차. I 사진제공=이레인레이싱팀

유일한 연습 세션이 있었던 9월 24일 오전만 해도 팀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희망적이었다. 이번에는 분명 애국가를 듣겠다 싶었다. 연습 세션에서 유경욱 선수는 4위, 이레인의 중국인 드라이버 한한 선수는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2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이곳 상하이 경기장에서 2번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고 새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위와의 갭, 1.209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주행했고 계속 빨라진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름대로 폴포지션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을 만큼 낙관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희망은 24일 오후에 있었던 예선과 함께 사라졌다. F-1경기의 써포트 경기에서 어려운 점은 매 시간 노면 상태가 바뀐다는 것이다. F-1이 주행하기 전과 주행한 이후는 노면의 그립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모든 드라이버에게 똑같은 조건이다. 거의 모든 드라이버들이 연습보다 2초 이상의 랩타임을 줄인 반면 유경욱 선수는 0.5초 줄이는데 그치며 21549의 기록으로 11전 스타팅 그리드 11, 세컨드 베스트랩인 215829로 12전에선 12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차량의 셋업은 그다지 바뀐 것이 없었다. 결론은 드라이버가 심적 부담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안 그래도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을 드라이버에게 계속해서 애국가 얘기를 하며 잠재의식 속에 부담감을 가중시킨 것 같았다. 거의 전 코너에서 브레이킹 포인트가 너무 늦었다.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에 브레이킹을 늦게 하며 코너 중간부터 탈출까지 시간을 계속 까먹은 것이다. 미안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으랴...

 

25일 F-1 예선이 끝나고 치러진 1전의 스타팅 그리드에서 필자는 유경욱 선수에게 이 경기장은 긴 직선 구간이 두 곳이나 있으니 추월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얘기만 했다. 모두들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사이 드디어 빨간 불이 꺼지고 17대의 차량이 스타트를 했다. 매우 좋은 스타트였다.

 

스타트 직후 1번 코너까지 5대의 차량을 추월했다. 선두권에서 사고로 한스린(Belgravia)이 뒤로 처지고 유경욱은 추월에 박차를 가해 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순위를 지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일까 뒤차를 커버하는데 급급하다가 2대에게 추월을 주고 5위로 처졌다. 하지만 8랩부터 다시 4위의 모레노(Minardi)의 뒤에 바짝 붙어 추월의 기회를 노리던 유경욱은 마지막 랩인 10랩의 1번 코너에서 드디어 아웃에서 인으로 다시 인에서 아웃으로 찔렀다. 하지만 이때 유경욱 선수의 프론트윙이 모레노의 뒷타이어를 건드리며 떨어져 나가고 차량은 1번 코너 타이어 배리어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예선 12위로 출발. 앞차 8대를 제치고 3위로 시상대에 올라 선 유경욱(맨 오른쪽).


I 사진제공=이레인레이싱팀

한참을 날고 안전지대를 그대로 치고 지나가 타이어 배리어에 충돌하는 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본 필자는 끝났구나 싶었다. 바로 이때 차량이 뒤로 조금 움직이며 서비스 도로를 향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앞이 없는 상태로, 서스펜션이 휜 상태로 유경욱은 남은 거리를 주행해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당연히 결과를 보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경기다. 올해 최악의 결과였으니까... 하지만 우린 실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경욱 선수가 자신감을 찾은 것과 실제로 많은 추월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드디어 9월 26일 Chinese F-1 GP가 열리는 날 아침,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만석의 SIC(Shanghai International Circuit)가 정말로 꽉 찬 것이다. 안전을 위해 15만석만을 팔겠다던 중국 정부는 마음을 바꿔 20만장의 티켓을 모두 팔았고 그것도 모자라 경기장 주변은 암표장사와 암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9시 30분에 시작한 Formula BMW Asia 12전은 정말 재미있고 전 이레인 식구들에겐 가슴에 남을 경기였다. 어제 1전 때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뒤에 차가 붙으면 다시 마음이 급해지던 유경욱 선수였기에 필자는 더 부담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왠지 이번엔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비록 12그리드에서 출발하지만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스타팅 그리드에 가서 필자는 유경욱 선수에게 난 널 믿는다.고 했다.

 

스타트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치 다른 차들은 서있고 유경욱 혼자 스타트를 한 듯 했다. 1번 코너까지 6대를 추월하며 다시 6위로 올라섰다. 그 이후로도 계속 안정적인 페이스를 펼치며 추월을 해 4위까지 오른 유경욱. 하지만 바로 뒤에 메디 버나니(메리투스)가 붙었다. 메디는 유경욱의 뒤에서 슬립 스트림을 이용해 베스트랩을 뽑으며 유경욱을 계속 압박해 왔다. 하지만 12전에서의 유경욱은 어제 11전이나 예선에서의 유경욱 선수가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마친 유경욱은 그간의 부진을 떨쳐내며 자신감을 회복한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I 사진제공=이레인레이싱팀

전혀 흔들림없이 오히려 3위와의 간격을 매 랩 0.5초씩 줄이며 쾌주했다. 결국 4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1랩만 더 있었어도...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스타트 직후 눈에 보이는 점프스타트를 한 타이슨(Minardi)이 페널티를 받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시상식에 올라간다는 기쁨으로 달랬다.

 

지금까지 유경욱 선수는 12전 중 7번째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시상대는 다른 때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12그리드에서 출발해 시상대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완벽한 자신감 회복과 함께... F-1 GP의 시상대 뒤에 서서 시상대에 올라가는 유경욱 선수를 보며 필자는 이레인의 이승헌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정말 배경으로 애국가를 깔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1위보다 값진 3위를 차지한 경욱이가 시상대에 오르고 함께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사장님도 같이 우는 것이 느껴졌다.

 

한편 Nokia의 전폭적인 후원과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홈그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벼르던 E-Rain의 중국 드라이버 ‘한 한’선수는 경기 중 몇 번의 스핀을 거듭하며 7위와 10위의 성적에 만족해야했다.

이레인에게 스폰서를 해주신 BMW Korea, Puma Korea와 Motul에 감사를 드리고 이번 중국에 머무는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호의를 베풀어 주신 한국타이어 중국 본부의 원 팀장님, 김 팀장님 그리고 박보문 과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못 다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특히 최근 모터스포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푸마코리아는 오히려 윌리엄스 F-1 팀의 스탶들이 우리 이레인의 팀크루 웨어를 갖고 싶다며 말하고 독일에서 온 머천다이징 미디어의 사람들이 훌륭하다며 사진을 찍고 나중에 꼭 연락을 달라며 갈 정도로 뛰어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편 F-1 경기를 관람 온 독일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은 유경욱 선수의 파이팅을 보며 내년 계획을 묻고 조심스럽게 내년 독일 F-3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경욱 선수 정도면 시상대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말과 함께...

 

이제 Formula BMW는 10월 17일 우리의 홈그라운드 대한민국 태백에서 최종전을 갖는다.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경기장에 찾아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국제 경기 전 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는 유경욱 선수를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이젠 정말 경욱이를 믿는다.

 

/글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이레인팀 홈페이지: www.erainracing.com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기사와 사진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은 지피코리아닷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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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mula BMW Asia Round 11 Qualifying


Pos. No. Name Nationality Best Lap In Lap Team


1 38 마치 리 홍 콩 21283 15 메리투스
2 21 살만 알 칼리파 바레인 213408 10 Belgravia Motorsport
3 88 한스 린 대 만 213409 10 Belgravia Motorsport
4 23 하메드 알 파단 바레인 213483 14 Belgravia Motorsport
5 24 메디 버나니 모로코 213502 14 메리투스
11 61 유경욱 대한민국 21549 11 BMW Korea E-Rain
13 6 한 한 중국 215992 10 E-Rain

- Formula BMW Asia Round 12 Qualifying


Pos. No. Name Nationality Best Lap In Lap Team


1 38 마치 리 홍 콩 212440 14 메리투스
2 88 한스 린 대 만 213490 11 Belgravia Motorsport
3 24 메디 버나니 모로코 213588 12 메리투스
4 3 타이슨 시 필리핀 213767 11 Minardi Team Asia
5 11 닉 이루완 말레이지아 213795 13 메리투스
12 61 유경욱 대한민국 215827 10 BMW Korea E-Rain
13 6 한 한 중국 215996 11 E-Rain

- Formula BMW Asia Round 11 Race


Pos. No. Name Nationality Diff. Time Best Lap Team


1 38 마치 리 홍 콩 22:32.614 213562 메리투스
2 23 하메드 알 파단 바레인 5.761 214230 Belgravia Motorsport
3 3 타이슨 시 필리핀 6.032 213380 Minardi Team Asia
4 5 모레노 S. 인도네시아 4.853 214277 Minardi Team Asia
5 2 다도 페냐 필리핀 15.559 214348 Minardi Team Asia
7 6 한 한 중국 26.534 215714 E-Rain
10 61 유경욱 대한민국 44.644 214218 BMW Korea E-Rain

- Formula BMW Asia Round 12 Race


Pos. No. Name Nationality Diff. Time Best Lap Team


1 5 모레노 S. 인도네시아 22:32.815 21497 Minardi Team Asia
2 11 닉 이루완 말레이지아 4.792 214241 메리투스
3 61 유경욱 대한민국 5.681 213857 BMW Korea E-Rain
4 24 메디 버나니 모로코 6.104 213605 메리투스
5 21 살만 알 칼리파 바레인 13.391 214631 Belgravia Motorsport
10 6 한 한 중 국 42.875 216655 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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