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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카레이서 영웅을 만들고 싶다”

“한국의 카레이서 영웅을 만들고 싶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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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식의 2004 포뮬러BMW아시아를 마치고]

지난 10월 15-17일 태백에서 열렸던 Round 13, 14를 마지막으로 올해 Formula BMW Asia는 막을 내렸다.

결과부터 말씀드린다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시리즈에 참가했던 유경욱 선수(BMW Korea E-Rain)가 종합점수 124점으로 시리즈 2위에 올랐다.

 

마지막까지 메디 버나니(모로코, 메리투스)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가 결국은 124점의 동점으로 마쳤으나 1, 2위를 더 많이 차지한 선수가 상위에 입상한다는 경기 규칙에 의해 2위를 3번 차지한 유경욱 선수가 2번 차지한 메디 버나니 선수를 제치고 간발의 차이로 2위에 오른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역시 한국 경기가 우리 팀에게는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할 말이 가장 많은 이벤트이기도 하다.

 

E-Rain Racing Team이 국제 경기에 참가한 것이 벌써 3년째이다. 2002년 이동욱 선수와 일본의 하라다 준 선수를 앞세워 Asian Formula 3와 Asian Formula Renault Championship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며 전 경기에 참가했었다. 당시는 E-Rain Team 차원으로 참가한 것이 아니었고 두 드라이버를 각각의 오거나이저 겸 팀인 AF3 Cooperation과 FRD에 메인터넌스를 맡긴 것이다. 하지만 매 경기에 팀의 미캐닉과 스탶들을 3-4명씩 동반해서 나갔다.

 

그때의 생각이나 지금의 생각이나 우리 팀의 스탶들이 AF3 Cooperation이나 FRD의 그들보다는 모든 면에서 한수 위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팀원들과 함께 나간 이유는 ‘국제 경기의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가지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팀의 캠프들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라는 특별한 경기장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특성상 경기장에서 어떠한 일이 생겨도 캠프로 머쉰을 가져가 하지 못할 일이 전혀 없다. 하다못해 머쉰이 완전히 못쓰게 되었다 할지라도 다음 날이면 새 머쉰이 올라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 준용 서킷에서 포뮬러BMW아시아 최종전이 열렸다.
사진은 BMW코리아-이레인팀 유경욱의 역주. I 사진=지피코리아

거의 투어를 하는 외국 경기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의 예를 들더라도 모든 장비는 그들이 가지고 이동하는 컨테이너에 실려 있어야하고 각각의 경기장에서의 셋업 역시 그 장비들로 그 경기장의 피트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그들의 컨테이너 한 개면 우리나라 팀의 캠프 몇 개를 살 수 있는 돈일지는 몰라도...

 

Formula BMW Asia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 팀을 예로 들면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에 Formula BMW 머쉰이 3대, 피트를 꾸미는 바닥판, 백드롭, 장비를 비롯해 스페어 파트까지 모두 들어있고 이것이 곧 팀이다. 규모와 장비의 가격, 수량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전 세계의 모터스포츠는 대부분 이렇게 치러진다.

 

가끔씩 외국의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이 왜 한국 팀은 E-Rain밖에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환경에서 경기를 하고 있고, 언어소통의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서론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 왜 한국 팀인 우리가 한국 경기가 가장 힘든 경기인가도 이와 같은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모터스포츠 인들이긴 하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경기를 하고 있는 그들과 국내의 모터스포츠인들 사이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주최자는 물론 다른 팀들도 한국 경기만 하면 모두들 필자에게 연락을 한다. 호텔, 렌트카, 공항에서 숙소까지 교통편 등을 예약해 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에 속한다.

 

예약에 변동이 생기면 또 다시 통역을 해줘야 한다. 하루에 휴대폰 배터리를 심하면 2번도 바꿔야 한다. 새벽 3시에 통역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기도 한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려는데 통역 좀 해달라며 전화를 하는 정도는 아주 귀여운 애교다. 우리 팀의 Formula BMW 예선이 한참 진행 중일 때 다른 팀의 스탶이 와서 TV 모니터 선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며 물어볼 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결국 이런 스트레스들이 모여서 필자의 모터스포츠 10년 경험에 있어서 최악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물론 모두 그런 것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는 절대 없지만 솔직히 한 가지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국내 경기가 가장 어려운 경기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국내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이나, 모터스포츠 팬들 그리고 우리가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는 스폰서들에게 직접 우리의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 이레인팀은 포뮬러BMW아시아 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메인터넌스를 하고 있다. 올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레이서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이 돼버렸다. I 사진=지피코리아

유경욱 선수가 종합 2위로 끝나 기쁘긴 하지만 국내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에 이 자리를 빌어서나마 기대하셨던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E-Rain Racing Team은 올해 Formula BMW Asia에 참가를 하면서 모든 팀 의류에 태극기를 달았다. 처음 태극기를 달기 전에는 설사 태극기를 달았다하더라도 누가 우리를 국가대표라고 인정을 해줄 것인가라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태극기가 어깨에 달린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인정을 하고 하지 않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2004년 Formula BMW Asia는 사상 처음으로 F-1 그랑프리가 열린 바레인 서키트에서 F-1 GP의 서포트 레이스로 열렸다.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JGTC(Japan Grand Touring Car Championship)의 서포트 레이스, 역시 최초로 F-1 GP가 열린 중국 상하이 서키트에서 다시 F-1 GP의 서포트 레이스로 화려한 스케쥴을 가졌다. 총 6개국(대한민국, 바레인,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일본)의 7개 경기장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렀다.

 

올 한해의 스케쥴 중 아쉬웠던 한 가지는 국내 경기가 10월 17일 서울의 스트리트 서키트에서 열리기로 계획되었던 Champ Car 경기의 서포트 레이스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Champ Car 이벤트 자체가 무산되는 바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단독 이벤트로 치러졌다는 것이다.

 

Formula BMW Asia에 참가하는 팀으로서 이기 이전에 국내 모터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디 내년에는 Champ Car가 국내에서 열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Formula BMW Asia 2005 Championship은 현재 잠정 스케쥴이 발표된 상태이다. 새로 경기장이 생긴 두바이가 바레인 F-1 GP의 서포트 레이스 1주일 전 열릴 시즌 개막전으로 될 확률이 높다. 중동에서 2주 연속으로 경기를 가진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경기를 갖고 일본으로 가 2번의 경기를 갖는다.

 


 

▲ 작년과 올해 유경욱은 메이저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박찬호의 등번호와 같은 61번을 달고 출전했다.
I 사진=지피코리아

일본 내에서 Formula BMW Asia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 경기 후에는 처음으로 호주의 퍼스(Perth)로 날아가 신대륙에도 Formula BMW 경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한국에서 경기를 갖고 마지막 8번째 이벤트(15,16전)는 다시 상하이 F-1 GP의 서포트 레이스로 시즌을 마무리한다.

 

2005년 스케쥴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BMW Motorsport가 중동과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Formula BMW Asia에 포함시켜 좀 더 큰 이벤트로 만들기 원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리즈 챔피언에 대한 부상도 굉장한 것을 걸었다. 바로 2005년 Formula BMW Asia 시리즈 챔피언을 2006년 Formula BMW UK 전 시리즈에 BMW Motorsport 부담으로 참가시킨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굳이 금액을 산정한다면 2억원이 넘는 상금인 셈이다.

 

우리는 자주 국내 모터스포츠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공인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BAT GT Championship도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이벤트의 관계자 분들께도 이제나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더 있다. 최고 종목이 날로 인기를 얻고 많은 관심을 갖는 것만큼 레이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클래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국내에서 유일한 Formula 클래스인 F-1800이 없다면 불과 몇 년 뒤에는 최고 종목도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활성화의 한 방안은 박찬호, 박세리, 2002 월드컵을 모델로 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선수가 외국 선수 혹은 팀과 경기를 가져 승리를 하는 것에 국내 선수끼리의 경기보다 더욱 더 환호한다. 이러한 환호는 다시 국내 경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말 전 세계 모터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의 영웅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필자가 작년 처음 유경욱 선수가 Formula BMW에 참가할 때 생각하고 붙여주었던 61번의 의미가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2006년부터 F-1이 한국에서 열리기를 바랐던 것도 2009년이라고 공식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의 야구를 전 세계에 알린 박찬호 선수(등번호 61)의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다. 하지만 그 누가 박찬호의 업적을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내년에 독일 F-3에 꿈을 두고 있는 유경욱 선수에게도, Formula BMW Asia에 우리나라를 대표해 참가할 어느 선수에게도 61번을 달아주고 이런 꿈을 갖고 노력해 언젠가는 F-1에 참가하기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 꿈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해 주신, 앞으로도 지원해 주실 BMW Korea와 Puma Korea 그리고 Motul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글 전홍식(이레인팀, 수석 미캐닉) bigfoot69@hanmail.net, 이레인팀 홈페이지: www.erainracing.com
출처:지피코리아(GP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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