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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사태, '중국-호주 무역분쟁'에 새우등 터졌다

요소수 사태, '중국-호주 무역분쟁'에 새우등 터졌다

  • 기자명 김기홍
  • 입력 2021.11.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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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배기가스를 국제 기준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흔히 배기가스 저감장치(DPF)나 요소수가 쓰인다. 최근엔 번거롭지만 효율적인 요소수를 디젤 트럭이나 SUV에 넣고 다닌다.

그런데 요소수의 요소는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이 호주와 석탄수입을 두고 분쟁을 벌이다 요소 수출길을 막아 버린 것. 지난주 중국 내 요소 일평균 생산량은 13만5,500톤으로 전주 대비 9.7%(1만3200톤) 감소했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생산해 왔는데 호주와 갈등으로 석탄 공급이 부족,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요소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자국 내 기업들조차 요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는 요소수 제작에 사용되는 암모니아의 97%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암모니아 수출액은 1억4,000만 달러(약 1,655억 원)로, 인도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금지가 우리나라엔 직격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로 인해 국내 상황은 난감해졌다. 요소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국에 의존도가 매우 높은 70% 수준이다. 요소수가 없으면 출력이 떨어지거나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게 된다. 재고로 남아있는 국내 업체들은 10배 가격에 팔거나, 가짜 요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 외에 난방이나 발전소용 요소 8만톤 규모를 자동차 쪽으로 돌려 판매해 보려는 움직임이 유일한 대처방안이다. 겨울이 오고 있어 이 방법도 마땅치 않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정밀화학은 부라부랴 러시아에서 요소를 내년 1월부터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해 지금의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전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요소수 부족현상은 국내에서 유독 두드러 지고 있다. 디젤 모델이 자동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 국가에선 요소수 부족 사태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암모니아를 추출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요소수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공급난을 일으킬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선 승용차뿐만 아니라 화물차도 디젤엔진 비중이 낮아서 큰 타격이 없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지금의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걸쳐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차량용 요소수에 국한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향후 선박용, 산업용, 농업용 등으로 쓰이는 요소수까지 부족해지면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소수는 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서 만든 수용액으로,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NOx) 저감에 탁월하다. 2015년 EU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유로6’가 도입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디젤차에 필수적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2019년부터 SCR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모든 디젤차엔 요소수가 필수다. 요소수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65%까지 떨어지는 등 주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요소수 대신 다른 용액을 주입할 경우, 엔진이나 다른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아이템스카우트, 롯데정밀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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