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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 하이브리드 '탄탄한 하체에 반하고 연비는 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탄탄한 하체에 반하고 연비는 덤'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22.03.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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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차량은 중형 세단 '어코드'였다. 세단 인기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어코드는 '하이테크 일본차'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혼다를 국내 수입차 시장 '왕좌'에 오르게 해준 차량은 세단 `어코드`가 아니라 중형 SUV 'CR-V'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지금만큼 인기가 없었던 15년 전에도 CR-V는 상품성을 이미 인정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달라지면서 CR-V는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흐릿해져갔다. 디젤 SUV를 앞세운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BMW,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수입차 시장을 내줬다.

CR-V가 생소한 차량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자 혼다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해결책으로 꺼내든 것이 '하이브리드' 전략이었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독일 디젤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친환경 이슈까지 강화된 상황을 감안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토요타'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혼다가 내세운 것은 바로 기술력이다. CR-V 하이브리드는 기술 중심 전략의 선봉장에 섰다. 문제는 그 기술력을 알리는 일이다.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혼다 하이브리드의 진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CR-V 하이브리드는 시승 전까지 큰 기대가 없었다. 일단 외관 디자인은 오랫동안 판에 박힌 둥글둥글 모습이다. 현대차나 기아보다도 한 세대 뒤쳐진 듯한 실내 디자인도 큰 감흥이 없었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온통 진흙색으로 도배가 돼 있다. 팰리세이드를 시작으로 최근 국산차 SUV들이 밝은 실내 컬러를 채택하는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다만 뒷좌석 2열은 만족스러운 공간성을 제공한다. 생각보다 넓고 레그룸과 헤드룸이 모두 널찍널찍하다. 둥글고 높은 디자인도 실내에선 장점으로 다가온다. 덩치 큰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성이다.

시동 버튼을 쓱 눌렀다.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조용히 차를 깨운다. 전기모터(184마력)를 포함한 시스템 최고 출력이 215마력이라니 제원상 수치에 기대가 크다. 전기 모터의 최대 토크는 32.1kg.m를 낸다니 이건 뭐 순수 전기차나 다름없다. 

이 정도 모터 출력을 가진 차량에 엔진을 왜 달아놓은 건지 궁금해질 정도다. 2.0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의 최대 출력은 135마력이다. 전기모터(184마력)보다 출력이 작다. 소형 SUV정도의 파워트레인을 하나 더 품은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전기모터(184마력)와 가솔린엔진(135마력)의 합계는 319마력. 하지만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제원상 총 시스템 출력 수치는 215마력이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가진 힘의 70%씩만 쓴다는 뜻이다. 배터리 전기모터 시스템도, 엔진도 각각 100마력 정도씩만 파워를 내놓는다고 보면 된다.

실제 주행에서도 딱 그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 시속 50km 이상에서는 전기모터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자연흡기 고유의 짜내는 방식으로 파워를 올린다. 그러다 보니 훅 치고 나가는 요즘 차들의 주행감각은 거의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반전이다. 첫번째는 고속주행에서 반전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는 서서히 올라가는 편이지만, 상당히 안정적이다. 한밤 중 3시간 동안 고속주행을 하면서 테스트한 결과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그 어떤 SUV 보다 고속 안정성이 뛰어났다. 덕분에 야간 주행시 피로도가 낮고 불안감이 억제됐다. 

그제서야 미국 판매량이 많은 이유를 깨닫게 됐다. 이동거리가 길어 밥 먹듯 1000km 거리를 고속으로 달려야 하는 북미 습성을 감안하면 CR-V가 딱이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가진 파워를 전부 쓰지 않아도 고속에서 유유히 10시간씩 달리는 패밀리 SUV로써 제격이었다.

여기에 고속도로 구간에서 평균연비는 16km/L다. 어느 때보다 마음 편히 고속 장거리 주행을 즐길 수 있었다. 

체감상 차체에서 엔진 열기가 올라온다는 느낌도 전혀 없다. 고속주행을 장시간 하면서도 파워트레인이 무리를 한다는 느낌이 안 든다. 평소 부드럽던 하체가 고속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적절히 단단하고 고속에서 붕붕 뜨는 느낌도 없다.

국도를 접어들어 높은 방지턱을 연속으로 5개 맞닥뜨렸을때 다시 한번 느꼈다. 이렇게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차는 타본 적이 없다. 게다가 세단도 아니고 둥글고 전고가 높은 SUV인데도 충격을 완전히 흡수한다. 속도를 더 높여봤지만 이런 주행감각은 여전했다.

하체 쇼크 업소버, 스프링도 좋지만 하체 각 부분에 끼워진 고무 재질의 부싱들 덕분이다. 혼다차는 십년을 넘게 타도 하체가 부드럽다고 한다. 겨울에 찌그덕 거리는 화학 재질의 고무를 사용하는 여느 수입차와는 질이 다르다. 

지난해 초 등장한 CR-V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1.5터보 모델과 2.0 하이브리드가 있다. 두 차량의 용도는 확실히 구별된다. 1.5터보는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을 갖춘 도심형 SUV다. 이번에 시승한 2.0 하이브리드 모델은 장거리 50만km 주행거리를 달리는 투어링 형이다.

10년간 50만km를 주행한 CR-V 하이브리드 오너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 애는 생긴 건 좀 그래도, 정말 제 할 일은 똑부러지게 해요." 이번 시승에서 그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혼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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