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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도전의 대서사시 '월드랠리챔피언십'

모험과 도전의 대서사시 '월드랠리챔피언십'

  • 기자명 지피코리아
  • 입력 2012.02.28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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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 탄생의 주역…한국도 랠리무대의 완벽한 조건 갖춰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모터스포츠보다도 커다란 도전정신과 강한의지가 요구되는 경기다. 대자연 앞에 펼쳐진 그험난한 코스를 두 명의 드라이버가 한 조가 되어 기막힌 파트너십을 발휘하며 3일 동안 달리는 것은 단순하게 듣거나 보는것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인내력과 체력 또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그야말로 진정한 영웅을 탄생시키는 모터스포츠가 바로 월드랠리챔피언십이다. 아주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굳이 모터스포츠나 스피드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레이스에 관한 지식이 아주 많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매력을 느끼는 레이스가 바로 이 랠리다. 광활한 대자연을 감상하면서 또 손에 땀을 쥐게하는 레이스도 감상할 수있으니 1석2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요즈음은 TV 중계기술의 발달로 듣기만해도 짜릿한 이랠리경주의 매력을 아주 상세히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그 전에는 경기 특성상 일정한 관중석도 없고 옆에서 지켜보기엔 너무 긴 일정탓에 일반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집안에 편히 앉아서 아주 상세히 경기 전반을 살펴보며 랠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랠리 그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자극하고 수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랠리의 팬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는 이와 같은 TV 중계의 활약이 크다. 여전히그험난한길을 찾아 경기를 직접 보러오는 열혈 팬들이 넘쳐나지만 말이다.

WRC 땀과 열정의 역사
WRC의 역사는 2008년 36년째를 맞는다. 1911년 몬테카를로에서 처음 치러진 이래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열리던 경기가 통일된 규칙 아래 하나의 타이틀로 합쳐진 것은 1973년 몬테카를로 랠리부터다. 영국의 RAC, 핀란드의 1000호 랠리 등을 흡수해 WRC가 출범하게 되었다. 각 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WRC는 73년 제1회 대회 때는 13전이 개최되었다. 이후 8회 12전 등으로 열리다 97년 연 14회로 자리를 잡았고, 최대 총16라운드가 펼쳐지기도 했으나 다시16경기로 돌아갔다. WRC초기에는 유럽 팀이 강세를 보이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일본 메이커들이 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한때 도요타, 미쓰비시, 스바루 등 일본 3총사가 매뉴팩처러즈와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독식했다. 그러나 다시 패권은 유럽으로 넘어갔다.

푸조에 이어 시트로앵이 지난 4년 동안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을 독식하며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것. WRC의 초대 우승컵을 가져간 메이커는 르노였다. 르노의 알피느A110 경주차 이후 70년대에는 란치아스트라토스, 피아트131 아바르트등이 우세했고, 80년 90년대 초에는 아우디콰트로, 푸조205 터보16, 란치아 델타 인테그랄레 등이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란치아 경주차는 1988과 92년 연이어 우승을 차지해 명성을날렸다. 1993년부터는 도요타 셀리카, 스바루 임프레자, 미쓰비시 랜서 등이 WRC를 주름잡았다. 2000년부터는 다시 유럽세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치밀하게 반격을 준비한 푸조가206 WR카를 앞세우고 돌풍을 일으키며 2000년과 2003년 연속 매뉴팩처러즈 타이틀을 차지했고, 2004년부터는 시트로앵 사라가 전성기를 맞은 후지난해는 시트로앵 C4로 바통을 넘겼다. 드라이버 부문에서는 유럽 출신 들의 독무대다.

특히 눈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출신들이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WRC에서 10승 이상을 거둔 15명 중 7명이 핀란드 출신이다. 또한 타이틀을차지한 17명가운데 6명이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역대 최다승의 주인공은 C.맥레이(25승)다. T. 마키넨과 C. 사인츠가 24승으로 공동 2위, 23승을 올린 J. 칸쿠넨이 3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메이커가 위세를 떨친 90년대에도 일본인 드라이버는 WRC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올해 시즌에도 각 메이커 주전 드라이버 중 일본인을 찾아볼 수는 없고, 아직까지 일본인 챔피언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WRC는 경주차의 배기량과 개조 범위에 따라 여러 부문으로 나뉜다. 초기에는 그룹2, 그룹4 시대였다. 이때는 양산차를 기본으로 만든 란치아 스트라토스, 포드 에스코트 RS, 오펠카데트등이맹활약을했다. 80년대 4WD 메커니즘이 보편화되면 서 아우디 콰트로가 1982, 84년 챔피언에 올랐고, 란치아 델타 4WD가 87년, 란치아 델타 인테그랄레 경주차가 88녀과92년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4WD 경주차의 활약이 컸다. 도요타역시 셀리카4WD를 내세워 93년과94년 포디엄정상에 올랐다.

83년 새로 생긴 그룹B는 양산형의 생산대수 기준을 200대로 낮춤으로써 경주차의 고성능화를 부추겼다. 하지만 500마력을 훌쩍 넘는 괴물급 경주차들이 많은 사고를 일으키자이클래스를없앴다. 이후8 6년부터는 그룹A 시대를 맞이했다. 때맞추어 2.0ℓ 자연흡기 엔진의 2WD가 출전하는 그룹N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클래스가 새로 생기면서 자본과 기술력이 모자라는 팀이나 메이커도 WRC에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는 클래스가 크게 그룹A(개조)와 그룹N(비개조)으로 나뉜다. 그룹N은N4(2천cc 이상), N3(1천601?2천cc), N2(1천301?1천600cc), N1(1천300cc 이하)으로 구분되고, 개조가 허용되는 그룹A는 A8(2천cc 이상), A7(1천601?2천cc), A6(1천301?1천600cc), A5(1천300cc 이하)가 있다.

3일 간 펼쳐지는 시간과의 싸움
WRC는 F1과 함께 FIA가 야심 을갖고 진행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로 전 세계를 무대로 14전이 펼쳐진다. 각 경기당 3일 간 벌어지며, 본 경기가 시작되기 전 3일 동안 전 참가자들은 반드시 일반 로드카를 가지고 코스 사전답사를 한다. 이때 네비게이터는 본선에서 사용할 페이스 노트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데, 이것이 매우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된다. WRC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바로‘시간’임을 감안할 때 길을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지형의 특성을 미리 파악해 사고를 대비하는 등 시간을 절약하는데 이 페이스 노트의 역할이 매우 크다. 랠리는 다른 모터스포츠와는 달리 라이벌들 끼리 직접 각축전을 펼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 또 하나 시간과의 싸움이다.

경기 중 다른 경주차를 보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며, 시종일관시계와의 사투가 펼쳐진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빠른 시간 안에 주파 하는것 뿐만 아니라 정해진 타임테이블을 확실하게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스타트 라인 혹은 스페셜 스테이지, 서비스 파크에 도착하지 않고 늦거나 빨리 도착해도 패널티를 받는다. 1분당 10초씩 추가되며, 타임 컨트롤에 15분, 한 레그에서 30분, 한 랠리에서 30분이상 늦으면 실격처리 될 수있다. 각각의 기록은 실시간으로 모니터 되며 데이터화 하여 FIA 컴퓨터로 즉각 전송된다. 이 결과를 종합하여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스테이지를 주파한 드라이버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다. 답사 후에는 테크니컬 체크를 위해 하루를 더 보내고, 본격적으로 3레그, 15~ 25 스테이지로 구성된 본경기에 들어간다. 시합에는 드라이버들뿐만 아니라 경주에 참가한 차를 지원하는 팀들도 투입된다. 보통 각 매뉴팩처별로 2~ 3대의 지원차를 경기 시작 몇 주 전에 배치해 경기 준비를 마친다.

스타트는 지난 시즌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필두로 이전의 성적을 토대로 출발 순서를 결정한다. 점수는 드라이버와 매뉴팩처러즈에게 동시에 주어진다. 매뉴팩처러즈는 자신들이 출전시킨 두 대의 경주차로부터 얻어낸 점수를 더한 것을자신의성적으로한다. 1위부터8위까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순서대로 10-8-6-5-4-3-2-1점이 부여된다. 각각의 스테이지 그룹을 통과하고 나면 서비스 파크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정확히 20분간 주어진다. 한 레그를 마치고 파크 퍼미에 들어가기 전에는 45분간의 정밀한 점검 및 정비를 할 수있다. 단, 이시간 이후에는 다음 날 아침 새로운레그가 시작할 때까지 차에 접근하는 것이 엄격히 규제된다.

일반차와 겉모습 같지만 속은 완전히 달라
험난한 코스를 3일 동안 내달리는 일은 일반차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랠리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양산차를 쏙 빼닮았지만 실제 로 내부는 완전히 다르다. 마력을 올리고 어떠한 지형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각종 하이 테크놀로지로 무장되어 있다. IA 규정상 랠리 출전차량은 최소 2만 5천 대 이상 생산된 4인승 양산차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랠리카와 일반 로드카의 비슷한 점이라고는 그 겉모양뿐이다. 안전을 위해 롤케이지를 설치하고 기타 안전 설비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기본적으로 섀시는 변형을 줄 수 없지만 다운 포스를 높이기 위해 앞 코를 개조하고 리어 윙을 다는 것은 허용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이 수반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돈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또한 그 공도 대단하여 보통 이와 같은 랠리카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 능숙한 6명의 미캐닉이 꼬박 3주간 작업한다. 랠리카는 기본적으로 클러치 사용이 거의 필요 없는 6단 시퀀셜 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어변속이 일반 로드카보다 10배나 빠르다. 랠리카도 로드카와 같아 2리터 엔진을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터보엔진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험난한 지형에 더욱 강하다. 또한 4륜구동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일반적인 차보다 3배 강한 파워를 내며 카본파이어 디스크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탁월하다. 주로 험한 지형을 달려야하는 레이스의 특징 때문에 랠리카는 18인치의 대형 타이어를 사용하며(스노타이어는 15인치) 지속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 한 랠리에서 7회 이상 타이어를 바꾸는 일은 흔한 일이다. 아스팔트에서는 부드러운 슬릭타이어를, 그래블에서는 청키 트레드 타이어(짧게 홈이 패인 타이어), 빗길에는 그루브 타이어(긴 사선으로 홈이 패인 타이어), 눈길에는 스터드 타이어(메탈 스파이크가 박혀있어 미끄럼을 방지) 등 상황에 따라 계속 바꿔주어야 한다. 단, 타이어 교체 및 간단자동차정비는 드라이버와 네비게이터가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타이어 제공업체인 피렐리와 미쉐린은 랠리를 위해 펑크가 나도 쉽게 바람이 빠지지 않는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차체의 개조도 중요하고 드라이버의 실력도 다 중요하지만 랠리는 드라이버와 네비게이터 간의 팀워크를 빼놓고는 경주를 생각할 수조차 없다. 이들은 레이스 내내 함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또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만이 원활한 레이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는 오직 네비게이터의 가이드에 따라 운전을 한다. 네비게이터는 방향과 지형적 특징 등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하며 드라이버는 이에 따라 시의 적절한 드라이빙 기술을 끌어내야 한다. 만약 어느 한쪽이라도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다.

면배가산으로 가는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랠리는 인간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에서 마라톤과도 흡사하다.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인 동시에 철저하게 파트너와 그리고 팀들과 협동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마라톤보다도 더 우리의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랠리는 또한 대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의 열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 어느레이스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하고, 레이스라기보다는 인생 여정을 더닮아 있으며 스펙터클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랠리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이 매력을 알고 좀더 적극적으로 랠리에 참여했으면하는 바람과 함께 랠리 레이스에서 우리의 자동차 제조업체를 발견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여 본다.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험난한 지형등 우리는 이미랠리 무대로 손색이 없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카라(KARA) 오토스포츠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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